부산은 5G 불모지였다. 4월 3일 이통3사가 세계 최초로 5세대(5G) 전파를 쏘아올렸지만 5G 서비스는 대체로 서울·경기 일부 지역 고객만 경험할 수 있었다. 한국 인구의 절반쯤이 서울 수도권에 몰렸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5G에 가입한 고객은 썩 좋은 품질이 아니었더라도 일찍 5G를 사용하는 특권을 누렸다. 반면 지방 거주 고객은 값비싼 5G 요금제에 가입하고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설움을 겪었다.
지방 소재 LG유플러스 5G 가입 고객은 거의 5월까지 LTE를 쓰는 상황을 겪었다. 기지국 구축에 필요한 통신장비 수급에 차질을 빚어서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LG유플러스는 노키아의 장비를 납품받아 부산 등 지역에서 5G를 서비스하는데, 노키아가 한국 기업과 함께 만든 기지국을 납품하는데 시간이 소요된 탓이다. 노키아는 기지국 납품의 어려움을 해소한 후 LG유플러스에 최고 성능의 장비를 공급 중이다.
실제로 5G 신호가 잘 잡힐까? 그리고 얼마나 빠를까. 서울만큼 속도가 나올까. IT조선은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안고 9월 부산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5G 커버리지를 가장 잘 구축했다는 부산 서면(부산진구 부전동)이다. 서면은 접근성이 좋아 현지인뿐 아니라 관광객이 붐비는 지역이다.
노키아 엔지니어들과 함께 5G 속도 테스트를 시작했다. 노트북에서 이노와이어리스의 DM 측정툴과 5G 단말을 연동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이후 5G 신호 세기와 품질, 속도 등을 측정했다. 단말기로는 LG전자의 V50 씽큐를 사용했다.
차를 타고 움직이며 재는 ‘이동’ 환경에서의 속도 테스트도 진행했다. 테스트 초기 281Mbps의 속도를 확인했다. 버스와 일반 승용차가 오가는 큰 길과 골목 구석구석에서 여러번 속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보통 200M~300Mbps의 속도가 나왔다. 고정된 곳에서 속도를 잴 때와 비교하면 이동 중일 때 속도가 느렸지만, 끊김없이 5G 신호를 잡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임진환 노키아 부산지역 PM은 "사람들이 몰리는 서면을 5G 명소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LG유플러스와 5G 기지국을 구축했다"며 "서면 일대에만 총 7곳의 기지국, 장치 수 20개를 구축해 곳곳에서 끊김없는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가장 핫한 휴양지인 광안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서면 이외 장소에서도 5G가 제대로 서비스 되고 있는지 궁금해서다. 광안리해수욕장 초입에서 5G 속도를 재보니 622Mbps의 속도가 나왔다. 인구 밀집 지역이라 속도가 느리게 나올까 우려했는데 생각보다 높은 성적이었다.
노키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부산 광안동 주변에만 20곳쯤의 5G 기지국을 구축했다. 해운대, 광안리 등 부산지역 5개 해수욕장에도 기지국 구축을 완료했다.
임진환 PM은 "LG유플러스는 기지국 당 2~3개의 장치를 설치했다"며 "기지국을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고객이 5G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최적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훈 노키아 NPO엔지니어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후 어떤 성능 향상이 있는지 실험할 때도 LG유플러스와 의논한다"며 "서면이나 광안리 해수욕장 같은 인구 밀집 지역의 5G 기지국 성능 향상을 위한 테스트는 주로 ‘5G 골든 클러스터’로 칭하는 LG유플러스 초량 사옥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부산·경남 지역 노키아 엔지니어의 일상은 최근 더 바빠졌다. 9월부터 단말기와 기지국이 각 2개의 안테나를 활용하는 2X2 마이모(MIMO·다중입출력장치)를 4X4 매시브마이모(Massive MIMO·대용량 다중입출력장치)로 업그레이드하는 업무에 돌입했다. 향후 LG유플러스가 부산·경남에 추가로 구축할 기지국의 최적화 작업은 덤이다. 부산·경남에 구축 예정인 LG유플러스 기지국은 현재 기준 두배가 넘는 총 2만대다.
임진환 PM은 "매시브마이모로 업그레이드는 소프트웨어로 이뤄지지만 최적화 테스트를 위해서는 결국 현장 인력 투입을 요한다"며 "매시브 마이모와 마이모의 속도 차이는 1.5배쯤인데, 연내 이 작업을 마무리하면 2020년부터는 1Gbps 이상의 속도를 부산에서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