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몰 시대] ⑩시스기어 "AI·딥러닝 대응할 글로벌 표준 하이퍼PC 만든다"

입력 2019.10.11 10:13 | 수정 2019.10.16 09:49

글로벌 IT 시장의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의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하이퍼 PC의 최고가 되겠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월화수목금금금이다. 물리적으로 노동시간의 규제범위를 벗어났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시스기어 임직원들은 즐긴다. 조립PC 업계에 수냉PC 카테고리를 개척한 시스기어는 글로벌을 무대로 하이퍼PC의 최고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엄상호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처음 나왔을때 스마트폰 옴니아에 포팅한 1호 개발자로 매스컴을 달궜던 그다. 안드로이드 펍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연구원으로, 활발한 활동도 했다.

시스기어 엄상호 대표. / 이윤정 기자
그런 그가 대기업을 나와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차렸다. 젊은 나이에 임원도 됐지만 그렇게 차린 회사를 나와 어머니 계신 고향에 내려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쉬는 동안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게임을 즐겨했고, 고성능PC에 관심을 갖는 중에 모 업체에서 개최한 오버클러킹 대회에 참가했다. 1등을 거머쥐었다. 당시 아이온 게임 내 사령관이었던 덕분에 이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PC를 구매하고 싶다는 제안이 왔다. 그렇게 조립PC를 판매하게 됐고, 용산전자단지 전자타운 지하 5평 남짓한 매장에 자리를 잡았다.

엄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16년초, 인근에 새 둥지를 마련한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고성능PC로 튜닝PC가 관심을 받기 시작하던 때이기도 했다.

당시 용산전자단지에 대략 3000여개 조립 및 관련 업체들이 밀집해있었지만, 수냉PC 전문업체는 수소문을 해야 할 정도로 드물었다. 불과 10여개 업체가 수냉PC를 내세웠고, 그 중에서도 시스기어를 추천하는 몇몇 이들 덕분에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조립PC 업계에 1년차쯤 된 새내기였지만 시스기어는 수냉PC 분야의 전문업체로 당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시스기어가 내놓은 제품들. 수냉PC는 물론 다양한 콘셉트의 고성능PC가 즐비하다. / 시스기어 블로그 갈무리
시스기어는 올해 2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20여명의 임직원이 만들어낸 구슬땀의 결과다. 하지만 시스기어가 내놓는 비전은 매출 성장에만 있지 않다. 조립PC 분야 업계 최고라는 기업이 500억원의 성과를 낸다면 누군들 이 분야에서 제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기업 가치 평가는 그쯤이다. 유수의 벤처캐피털이 조립PC 업계에 투자를 선뜻 하지 않는 이유다.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말하는 그가 요즘 주목하는 아이템은 여전히 고성능PC다. 하지만 그의 비전은 이제 세계 시장으로 무대를 넓혔다. 특히 고성능PC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과 딥러닝과 같이 빠른 계산력과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하이퍼PC다.

올해 6월에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하이퍼PC 월드 베스트’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입증받았다. 컴퓨텍스 2019에서 개최한 이 대회에는 총 5개 대륙권에서 각 대표 기업이 선수로 참여했다. 시스기어는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대표로 출전했다.

하이퍼PC는 처리속도가 높은 만큼 발열을 잡는 기술이 중요해 제조가 까다롭다. 발열을 통제하는 ‘쿨링 아키텍처(Cooling Architecture)’와 안정적인 퍼포먼스 유지를 위한 ‘시스템 내부 데이터밸런싱’ 기술이 모두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은 하드웨어 제조 경험에 더해 본연의 전공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역량도 십분 발휘할 태세를 갖췄다.

"2막 시작입니다."

시스기어가 세계를 무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플랫폼이다. 수냉PC는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정교한 작업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안정성은 담보해야 한다. 그렇지만 하드웨어 조립만으로는 회사의 킬러콘텐츠가 될 수 없다. 고성능 게이밍PC에 대한 관심이 대중적으로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시장 수요는 한정적이다. 조립PC 업계에 따르면 연간 이 시장 규모가 채 100만대가 되지 않는다.

시스기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AI)과 딥러닝이다. 틈새시장이라고 하기에는 덩치가 큰 화제어다. 하지만 이 분야에 제대로 대응할 태세를 갖춘 하이퍼PC를 꼽자니 막막하다. 중단없는 시스템 가동은 필수일테다. 이에 대응할 PC를 갖춰놓고 제대로 구동할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 상황은 어떠한가. 기술적 완결성을 보유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기어가 보유한 다양한 기술인증서 앞에 선 엄상호 대표. / 이윤정 기자
시스기어는 하이퍼PC를 게이밍은 물론 워크스테이션과 엔터프라이즈 등 3개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그 시스템을 구동할 소프트웨어도 개발이 한창이다.

인공지능, 딥러닝 분야의 선두기업인 인텔과 엔비디아는 물론 에이수스 등 PC 업계 글로벌 기업들도 시스기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의 제품 공급사로서, 한국 기술파트너사로 활동하며 워크스테이션, 인공지능, 딥러닝 머신,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등에 쓰이는 하이퍼PC를 제작해왔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인텔의 시스템 협력사로 참여했다. 최근 KT 5세대(G) 통신 런칭 세레모니에서도 광대역폭 스트리밍 컴퓨팅 제조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런 성장 배경이 하이퍼 시스템의 글로벌 표준PC가 되겠다는 포부에 설득력을 더한다.

하이퍼PC의 효율성을 높일 다수의 특허도 이미 개발했고, 또 준비중이다. 소프트웨어도 연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엄상호 대표는 "생태계를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며 "컴퓨팅의 시작점인 용산 조립PC 업계가 4차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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