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글로벌 디지털 기업 ‘과세’ 토론회 열려
프랑스의 ‘GAFA세’ 시작으로 한국도 도입 추진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 등 글로벌 IT 기업은 매년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지만,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는다. GAFA 관련 조세 문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이슈다. 국회와 정부는 물론 학계, 기업 등에서는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OECD는 연말까지 디지털세의 기본 골격을 만들고, 한국에 이에 따라갈 예정이다.

이춘석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글로벌 디지털 기업 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GAFA 등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확대되며 시장경제 왜곡과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발생 중이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는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제도 관련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한국도 합리적인 과세 제도 마련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춘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안창남 강남대 교수, 이춘석 기획재정위원장, 김유찬 한국조세제정연구원장 모습. / 이진 기자
이춘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안창남 강남대 교수, 이춘석 기획재정위원장, 김유찬 한국조세제정연구원장 모습. / 이진 기자
이날 토론회 발제는 안창남 강남대 교수(경제세무학과)가 맡았다. 안 교수는 GAFA 등 기업의 법인세·부가가치세·재산세 회피와 국민의 소득세 회피 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고정사업장의 국내 존재 여부에 따라 과세를 하는데, GAFA 등은 조세피난처에 사업장을 두고 있어 한국 정부가 과세를 할 수 없다"며 "유튜브 등으로 소득을 얻는 국민의 경우 외화 소득 신고를 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유럽연합(EU)의 사례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세금 이슈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올해 디지털 서비스세의 일종인 ‘GAFA세’를 도입했고, 영국(2020년)과 독일(2021년)도 GAFA세를 적용한다. 안 교수는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기준으로 ‘소득이 발생한 국가에서 과세권을 확보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안 교수는 "한국은 현행 법인세법상 ‘고정사업장 규정’을 대폭 개정해 글로벌 디지털 기업의 국내 고정사업장 존재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며 "EU가 권고한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 여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회에는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박종수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최민식 경희대 교수(지적재산법학과), 김정홍 기획재정부 국세조세제도과장 등이 참여했다.

김정홍 기획재정부 국세조세제도과장은 "디지털세 논의는 국제조세의 과세권 배분을 재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연말까지 공청회를 통해 디지털세의 기본 골격에 대한 합의를 시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종수 고려대 교수는 법제도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 제공 사업자(CP)의 조세회피나 정당한 비용 무납부와 관련한 불형평 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OCED를 중심으로 다자간 협약을 통해 만든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BEPS) 원칙을 국내 세법에 반영해 불형평성을 개선하자"며 "글로벌 CP가 매출력과 트래픽 규모에 상응한 납세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정당한 비용 지출을 이행하도록 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민식 경희대 교수는 국가간 협의를 통한 조세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디지털세는 설계 방식에 따라 조세조약, WTO 무역협정 충돌 등 소지가 있다"며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외부 회계감사 대상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디지털 기업과 국내 기업간 공평하고 명확한 조세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이 국내 미디어 기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방송통신발전기금이나 정보통신진흥기금 등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센터장은 "글로벌 디지털 기업은 한국 미디어시장 집단의 일원으로,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이나 이용자 권익 증진 등 공적 과제를 가졌다"며 "국내 미디어 사업자와 동일하게 기금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세계 경제 변화에 따라 조세이슈가 발생했지만, 이중과세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실장은 "정부가 글로벌 IT기업의 국내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조세제도 도입에 앞서 정확한 세원파악을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며 "신규 조세제도 시행으로 인한 국내사업자의 이중과세 문제가 있는 만큼 디지털세 도입 시 국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