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노도영 교수가 5년 임기의 기초과학연구원(IBS) 수장으로 21일 취임했다. IBS는 물리학·화학·수학·생명과학·지구과학·융합 등 과학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학문을 연구하는 곳으로, 정부의 차세대 가속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충북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차세대 가속기 유치전을 펼치는 중인데, 노 원장의 취임과 맞물려 가속기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나오는 방사광을 활용해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연구 시설이다. 기초과학 연구에는 물질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국이 운용 중인 방사광가속기는 포항 포스텍에 있는 2기가 전부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9기의 방사광가속기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재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은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당시 "한국은 단 2대의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다"며 "국가 대형가속기 구축과 운영 로드맵을 만들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에 대해 "과학계와 산업계의 가속기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며 "로드맵을 마련해 개념 설계와 필요한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20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기초·원천기술 조기 확보방안’ 자료를 보면, 방사광가속기 등 첨단 소재·부품·장비 개발과 관련된 대형 연구 인프라 지원 계획의 실효에 의문이 든다. 실제 지원 가능한 방사광가속기 장비는 2대에 불과한데, 연구 수요가 늘 경우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속기를 빠르게 확보하지 않으면 민간 등의 연구 일정 지연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는 노도영 원장의 인사에 대해 차세대 가속기 구축 사업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놨다. 노 원장의 전문 분야인 만큼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업 속도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힘쓴다. 충북도는 청주와 오창의 지반이 단단해 흔들림에 민감한 방사광가속기 건설의 최적지며, 지리적으로도 대한민국의 중앙에 위치한 만큼 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남도는 한전공대와 연계해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자문단을 발족하는 등 시설 유치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