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고사양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려는 용도로 ‘조립 PC’가 인기다. 예전과 다른 점은 구매자가 부품 하나하나를 골라서 스스로 조립하는 것이 아닌, 전문 업체에서 최적의 구성을 바탕으로 완제품 형태로 내놓는 조립 PC를 구매하는 형태가 일반화된 것이다.

조금만 검색해도 다양한 사양의 최신 PC를 갖춰놓은 조립 PC 전문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과거처럼 용산을 비롯한 전문상가까지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견적을 내지 않아도 안방에서 원하는 PC를 자유롭게 클릭 몇 번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오버시스템은 보통의 조립 PC업체와는 다른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별다른 광고나 마케팅의 힘 없이, 오직 구매자 및 사용자들의 입소문과 추천만으로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가장 잘나가는 조립 PC 전문 업체 중 한 곳으로 성장했다.

이종영 오버시스템 대표. / 최용석 기자
이종영 오버시스템 대표. / 최용석 기자
처음부터 ‘오버클럭’ 특화 고성능 게이밍 PC로 차별화

올해로 창립 6년째를 맞은 오버시스템은 탄생 비화부터 색다르다. 보통은 PC 관련 유통 부문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뒤, 자신만의 매장을 마련한다. 오버시스템은 게임을 좋아해 고성능 PC 만들기를 즐기던 이종영 대표가 자신의 기술과 경험, 그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설립했다. 이 대표는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정통적인 프로그래머로서의 길을 걷다가 ‘내가 만든 고성능 PC를 다른 사람들도 쓰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오버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시장 접근 방법도 달랐다. 일반적으로 PC 조립업체들이 저사양부터 고사양에 이르는 라인업으로 다양한 고객층을 폭넓게 공략하는 것과 다르게 오버시스템은 처음부터 고급 게이머를 위한 고사양·고성능 PC만을 고집했다. 회사 이름이 ‘오버시스템’인 것도 처음부터 ‘오버클럭(CPU나 GPU 등의 작동 속도를 인위적으로 높여 성능을 더욱 높이는 방법)에 특화된 컴퓨터’만 만들겠다는 이 대표의 방침으로 만들어졌다.

오버클럭은 PC의 성능을 확실히 높이는 수단인 반면, 발열이 심해지고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더라도 완제품으로 판매한 PC가 불안정하고 문제를 일으킨다면 상품으로서 문제가 있다.

때문에 오버시스템은 모든 제품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아무리 유명하고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의 제품이거나,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라 하더라도 자체 테스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과감하게 구성에서 제외한다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구성의 고성능 PC만 팔겠다’가 기본 방침이었던 만큼 이 대표는 처음부터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다.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고사양 게임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이 필요해 찾아온 손님들에게 한두 대씩 꾸준히 판매했다.

때마침 ‘오버워치’를 시작으로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등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들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오버시스템의 고사양·고성능 PC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특정 게임 사용자를 중심으로 PC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 알고 보니 고객들이 게임 내 커뮤니티에서 ‘오버시스템 PC가 괜찮더라’라고 입소문을 냈기 때문이었다"고 해당 사례를 소개했다.

오버시스템은 일명 ‘뚜따(뚜껑따기)’로 불리는 ‘IHS 튜닝’을 잘하기로 소문났다. CPU 코어를 보호하는 ‘히트스프레더’를 떼어내고 열전달 능력을 개선해 오버클럭 성공률을 높이는 IHS 튜닝은 숙련도가 요구되는 고급 테크닉 중 하나다. 자칫 비싼 CPU가 망가질 수 있어 일반 사용자가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데, 오버시스템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 실제로 납품한 PC 중에서 IHS 튜닝으로 인한 불량은 1년에 한 손을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

빅데이터, 머신러닝, 인공지능(AI) 연구개발 붐이 일면서 이를 위한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됐다. 이제는 각계각층에서 전문 개발자로 활동하는 학교 동기 친구들이 학창 시절부터 소문났던 이 대표의 실력을 믿고 연구개발용 고성능 시스템을 의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오버시스템은 창립한 지 2년 만에 매출이 약 5배로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만 해도 이미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이 대표는 귀띔했다.

지금은 오버시스템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서 홍보해주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유명 게임 스트리머들이 오버시스템의 고성능 PC로 게임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또 이들을 직접 후원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상당수의 고성능 게이밍 PC를 찾는 소비자들이 유명 스트리머의 추천 사양을 문의하는 것은 흔한 모습이 됐다.

오버시스템은 자체 제작 쇼핑몰로 차별화를 꾀했다. 오버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 최용석 기자
오버시스템은 자체 제작 쇼핑몰로 차별화를 꾀했다. 오버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 최용석 기자
소비자 눈높이 고려한 자체 제작 쇼핑몰과 제품 디자인

이 대표는 온라인 구매자들을 위한 홈페이지 구성에도 신경을 썼다. SW 개발자 출신이었던 이력에, 자신의 경험을 살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쇼핑몰을 자체적으로 디자인 및 설계했다. 기존의 다른 쇼핑몰이나 사이트는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 가입 절차도 단순화해 최소한의 개인 정보만 입력하면 즉시 가입이 가능하다.

특히 홈페이지를 패션 전문 쇼핑몰처럼 제품 하나하나를 강조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개성 없고 밋밋한 디자인으로 가격을 최대한 낮춘 저가 케이스 대신, 멋지고 화려한 고급 케이스를 적극적으로 채택해 제품 하나하나의 개성을 살렸다. 소비자들이 사진만 봐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사양과 성능은 물론, 완제품 PC의 외형까지 고민했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마진을 높이기 위해 CPU나 그래픽카드 같은 필수 부품만 좋은 것을 사용하고, 케이스나 파워 등의 중요도가 낮은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판매하는 PC의 외형에 차이가 없고,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요즘에는 업체들이 우리처럼 제품별 디자인을 달리하고, 개성을 살리는 콘셉트를 선보인다"고 말했다.

오버시스템은 또 쇼핑몰에 전시된 모든 제품의 부품 구성과 단가를 숨김없이 공개해 차별화를 꾀했다. 일부 핵심 부품 사양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두루뭉술 넘어가 정확한 원가 파악을 어렵게 한 다른 업체들과 달리 구성과 가격을 모두 공개, 가격 분쟁에 대한 요소를 차단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 대표는 "처음 PC 판매를 시작할 때 기존의 유행이나 트렌드를 따라가는 안정적인 방법은 싫었다. 트렌드를 스스로 만들고 이끄는 것을 더 좋아한다"며 "여기에는 나 자신의 기술을 믿고 나만의 장점과 디자인, 구성을 뚝심 있게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 이제는 오버시스템이 국내 조립 PC 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한 축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