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딛고 스마트폰 자립한 화웨이…성과와 과제는

입력 2019.12.06 16:11 | 수정 2019.12.06 16:43

미·중 무역분쟁이 일으킨 기술·부품 공급 규제의 파고를 화웨이가 일단 넘어선 모습이다. 주력 스마트폰 화웨이 메이트30에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 제조사 부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부품 자립화에 성공한 것.

화웨이는 미국의 규제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대신 자체 개발한 OS와 앱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5G 모뎀과 AP 통합칩도 만들었다.

중국 내수 스마트폰 시장을 토대로 연간 생산량 목표를 높였고, 2020년 내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량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기술에 이어 판매량 자립에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30시리즈. / 화웨이 제공
화웨이는 스마트폰 부품 자립화, 제품 판매량과 매출 감소 최소화라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폴더블 화면을 포함한 차세대 기술 확보, 허위·과대 광고 및 백도어 논란, 여전히 불투명한 유럽 및 신흥 시장 공략 가능성 등이다.

화웨이 메이트30에 미국산 부품 ‘0’…기술 자립 인정 성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1일자(이하 현지시각)보도에 따르면, 화웨이 하반기 주력 스마트폰 메이트30에 미국 제조사 부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 관리 칩, 안테나와 오디오 부품 수급처를 미국에서 대만, 일본 등으로 다변화한 것.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기술·부품 공급 규제가 화웨이 기술 자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가 2019년 초부터 꾸준히 강조한 ‘스마트폰 기술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성과로도 분석할 수 있다.

화웨이는 CES2019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를 공개한데 이어, IFA2019에서는 5G 통합 스마트폰 AP 기린990을 출품했다. 라이카와 손 잡고 스마트폰 사진 연구소를 세운데 이어 잠망경 광학 줌 등 새로운 기술도 공개했다.

아직 기술 완성도는 불안…과대광고 논란과 불투명한 세계 전망도 발목 잡아

반면, 화웨이는 여러 차례 구설수에도 올랐다. 스마트폰 자립을 외치며 선보인 기술과 서비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과대광고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미국, 유럽 등 세계 스마트폰 시장 공략 여부가 불투명한 점이 치명적이다.

화웨이는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를 영하 5℃ 이하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언급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폴더블 화면 및 힌지(경첩)의 완성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5G 통합칩 기린990의 벤치마크 테스트 점수가 비슷한 시기 출시된 퀄컴 스냅드래곤 855+보다 떨어진다는 보고도 이어졌다.

화웨이 P30프로의 카메라 예제 사진(왼쪽)과 DSLR 카메라로 촬영된 원래 사진(오른쪽) . / 웨이보 갈무리
앞서 6월 화웨이는 스마트폰 잠금화면 광고를 허용했다가 소비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3월 화웨이가 ‘P30프로 스마트폰 카메라의 예제 사진’으로 공개한 사진은 실제로는 DSLR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어서 허위광고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은 2018년 8월 화웨이 노바3 홍보 당시에도 일어난 바 있다.

미국이 화웨이로의 기술 수출을 규제하면서, 화웨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및 플레이스토어(앱)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미국 진출은 원천 차단됐고, 유럽과 동남아 등 다른 시장으로의 진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화웨이는 대신 안방, 수십억 인구가 있는 중국 내수 시장을 노렸다. 성과도 거뒀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조사 결과, 3분기 화웨이의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6670만대로 지난해 3분기보다 29% 늘었다. 중국 시장을 장악한 결과다.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유지하기만 해도 화웨이는 당분간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신흥 시장, 미국과 유럽 등 기술 유행을 주도하는 시장에서 뒤처지는 점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화웨이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대신할 자체 생태계 ‘하모니’를 구축하고 전용 앱도 4만5000개쯤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안드로이드 앱 개수(280만개)에 비하면 턱없이 적지만,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의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화웨이 하모니, 구글 안드로이드의 생태계 규모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화웨이는 여전히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2020년 스마트폰 생산량 목표를 3억대, 삼성전자 수준(3억1100만대)으로 높였다. 냉온탕을 오가는 미·중 무역분쟁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화해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럼에도 화웨이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구글 안드로이드가 없는 상황을 대비한 대규모 예비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구글 안드로이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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