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프리미엄급 성능을 가진 제품이 연이어 등장했다. 저렴한 가격 대비 고성능을 중시하는 이른바 ‘가성비’ 트렌드에 대응해 제조사가 내놓은 전략이다. 트리플(3)·쿼드(4) 카메라와 대화면 등 고급 기능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갤럭시A51’(왼쪽)’과 LG전자 ‘LG K50S’(오른쪽). / 제조사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A51’(왼쪽)’과 LG전자 ‘LG K50S’(오른쪽). / 제조사 제공
삼성전자는 12일 베트남에서 신제품 ‘갤럭시A51’을 공개했다. 50만원대에 출시된 이 제품은 뒷면 쿼드 카메라를 탑재했다. 4800만화소 메인 카메라를 비롯해 갤럭시 시리즈 최초로 접사 카메라도 포함됐다.

대화면도 눈길을 끈다.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에 적용된 ‘인피니티 O 디스플레이’가 갤럭시A51에 적용됐다. 인피니티 O 디스플레이는 앞면 카메라 구멍을 제외한 나머지 화면을 디스플레이로 가득 채우는 기술이다.

삼성전자 측은 "최고의 기술은 플래그십 제품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여겨졌으나, 이제는 다르다. 갤럭시A시리즈에도 기술 혁신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도 1일 유럽과 중남미 주요 국가에 ‘LG K50S’와 ‘LG K40S’를 선보였다. "실속형임에도 화면, 카메라, 배터리 등 주요 사양을 동급 최고 수준으로 탑재했다"고 강조한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트리플 카메라를 갖췄으며 가격은 20만원대다. LG K50S는 6.5인치 화면과 4000mAh 배터리, LG K40S는 6.1인치 화면과 3500mAh 배터리를 탑재했다.

삼성·LG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을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제조자개발생산(ODM) 및 합작개발생산(JDM) 방식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줄어든 개발과 생산 비용을 고스란히 성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멀티카메라 채용률 분석표. / 유진투자증권 제공
스마트폰 멀티카메라 채용률 분석표. / 유진투자증권 제공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0년부터 듀얼카메라 생산량보다 트리플·쿼드 카메라 생산량이 더 많아질 것이다"며 "멀티카메라가 채용된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 출하량도 2020년 1억3000만대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를 중국 제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했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들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워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는 추세다.

샤오미는 최근 5G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10일 공개한 5G 스마트폰 ‘홍미K30’은 중고급 스마트폰 수준의 성능과 부품을 갖췄음에도 가격이 1999위안(34만원)에 불과하다.

샤오미 ‘홍미노트8T’. / 샤오미 제공
샤오미 ‘홍미노트8T’. / 샤오미 제공
샤오미가 16일 한국에 출시한 홍미노트8T도 가성비를 강조한 제품이다. 4800만 화소 카메라, 초광각 카메라, 심도 센서, 매크로 렌즈로 구성된 쿼드 카메라가 탑재됐다. 가격은 23만9000원으로 전작 홍미노트7(24만9000원)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버지니아 수 샤오미 글로벌 PR 매니저는 "홍미노트8T는 미드레인지(중급) 스마트폰의 ‘올스타’다"며 "카메라, 품질, 디자인, 성능 등 모든 측면에서 전작 홍미노트7을 뛰어넘는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여기 대비해 보급형 및 중저가형 스마트폰의 종류와 성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안슐 굽타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프리미엄 제품보다 가격 대비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중저가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