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스타일 제품이 디지털 기술을 수용해 새로운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펜으로 종이에 쓰면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저장해주는 스마트펜(Smart Pen)이 젊은 층뿐만 아니라 장년, 노령층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펜은 아날로그 실용성과 감성을 유지한 채, 검색, 편집 등 디지털 기능까지 쉽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조선은 기억력 단련, 개인정보관리, 취미생활, 외국어 학습 등 스마트펜의 다용한 실전 활용법을 차례로 소개한다. / 편집자주

‘아 오늘 점심 약속이 있지. 식당을 예약을 아직 안 했네’, ‘모레 중요한 발표가 있지. 발표 자료를 서둘러 만들어야겠는데.’

‘아차 은행에도 가야 하고 치과 예약도 해야 하고 세금도 내야지’, ‘아 그 문제는 이렇게 처리하면 어떨까.’

집을 나서 출근길에 오르면 머릿속에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할 급한 일부터, 괜한 걱정거리,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온갖 생각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늘 미루고 있는, 찜찜한 묵은 과제도 스치고 지나간다.

버스에서 자리를 잡으면 스마트펜을 들고 수첩을 펼친다. 수첩 첫머리에 ‘월/일/요일’ ‘날짜와 할 일’이라고 먼저 적는다. 이어 날짜에서 첫 번째 가지를 친 다음 ‘오늘 안’이라고 적고 오늘 중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을 차례로 적는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스마트펜으로 ‘할 일’을 마인드맵기법으로 매핑하고, 스마트폰에서 그 내용을 자신의 이메일로 보낸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이메일 박스에서 출근길에서 정리한 ‘할 일 목록’을 보면서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스마트펜으로 ‘할 일’을 마인드맵기법으로 매핑하고, 스마트폰에서 그 내용을 자신의 이메일로 보낸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이메일 박스에서 출근길에서 정리한 ‘할 일 목록’을 보면서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다음에 ‘미팅/약속’이라고 쓰고 회의, 식사, 방문 예정, 회식 등 각종 미팅과 약속을 적는다. 식사 약속일 경우 시간과 식당 이름을 옆에 붙인다.

‘계속’이라는 항목을 쓴 다음, 마감 날짜는 아직 남았지만 계속 진행해야 할 일을 쓴다. 예를 들어 진행 중인 원고 또는 기획서 작성 상황을 체크한다.

이어 ‘준비’라는 항목을 쓰고,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을 붙여나간다. 치과 검진 예약, 다가오는 식당 예약 등 미리 준비해두면 좋을 포인트를 쓴다.

마지막으로 ‘기타’ 항목을 가지를 만든 다음, 미처 쓰지 못한 머릿속 생각을 써내려 간다.

버스에 앉아 5분~10분 정도면 그날 할 일 목록을 모두 수첩에 쓸 수 있다. 머릿속 생각을 한번 쓱 쓴 다음, 찬찬히 수첩을 보면서 혹시 또 떠오르는 생각은 각각 해당하는 항목에 덧붙인다.

머릿속 생각을 수첩에 깔끔하게 정리한 다음, 스마트폰을 켜고 스마트펜과 연결하면 손으로 수첩에 쓴 내용이 그대로 스마트폰에 저장된다. 이어 이 수첩 모퉁이에 인쇄된 이메일 아이콘을 펜으로 터치해서 필기한 할 일 내용을 자신의 이메일 주소로 보낸다.

(또 삼성 갤럭시 폰을 사용할 경우 ‘리마인더’라는 앱으로 보내 원하는 시간에 스마트폰에 떠오도록 할 수 있다. 대략 오후 3시쯤 알림을 설정해두고, 아침에 쓴 내용을 다시 보면서 할 일 집행 여부를 체크한다.)

머릿속 복잡한 생각을 수첩에 쏟아내면, 그때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차 창밖에 풍경을 즐긴다.

회사에 도착해 PC를 켜고 이메일 박스에 출근길에 메모한 내용이 도착해 있다. 수첩을 쓰면서 오늘 할 일을 뇌에 새겨뒀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것부터 챙겨나간다. 혹시 생각이 나지 않으면 이메일 박스에 도착한 할 일 목록을 참조한다.

예를 들어 점심 약속의 경우 약속 장소와 시간을 컨펌하고 지도를 보면서 사무실에서 약속 장소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를 머릿속에 그린다. 내가 초청한 자리라면 식당 장소를 정해서 참석자에게 알리는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

모든 것을 디지털로 처리하는 디지털 시대, 많은 사람이 종이와 펜의 활용성이 떨어지고 곧 문명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디지털화가 가속화 될수록 종이와 펜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대부분 스마트폰 캘린더로 하루 일정을 관리하고 메모도 스마트폰에 직접 하면서 펜과 종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개인정보 관리 도구로 사용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끊임없이 소셜미디어나 모바일 메신저를 들락거리면서 주의력이 흩어지는 점이다.

출근 때 스마트폰 대신 수첩을 꺼내 펜으로 머릿속 생각을 종이에 정리하면 머리가 맑아진다. 실제 현대 뇌과학은 필기하는 사람의 뇌를 MRI로 스캐닝하면 명상 상태와 같은 이미지를 얻는다고 밝혔다.

심리적 측면에서 보면 종이를 한눈에 보면서 머릿속 생각을 적으면 걱정이 사라진다.

다니엘 레비틴의 ‘정리하는 뇌’에 따르면 무언가 중요한 일, 특히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마음에 두고 있으면 그것을 잊어버릴까 봐 겁이 나서 뇌는 반복해서 그 내용을 되뇌기 시작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장소를 인지심리학자들은 ‘되뇌기 고리(rehearsal loop)’라고 부른다.

이것은 안구 바로 뒤쪽에 있는 전두엽 피질과 뇌 중앙에 자리 잡은 해마를 하나로 묶는 뇌 영역들이 이루는 네트워크다. 되뇌기 고리가 작동하면 실제 행동 가능한 과제를 만들지 못하고 이런저런 걱정만 하기 마련이다.

‘GTD(Getting Things Done)’ 저자인 데이비드 앨런은 자기 고객들 중 상당수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집에 가서 해야 할 일들 때문에 걱정하고, 집에 가서는 직장에서 해야 할 일들 때문에 걱정하며 산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직장인은 항상 마음이 직장과 집, 그 어디에도 온전히 있지 못하고 붕 떠 있는 상태에서 비효율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앨런은 이런 상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메모와 다음 행동 정하기를 제시한다. 머릿속 생각을 종이 위에 끄집어 내고, 아울러 할 일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정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치과 치료가 할 일이라고 적고, 다음 행동을 ‘치과 전화번호 찾아서 예약하기’라고 쓴다.

실리콘 밸리의 대표적 디지털 리더인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는 디지털 시대 종이와 펜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샌드버그는 자신의 책 ‘린 인(Lean In)’에서 해야 할 일 목록을 챙기기 위해 늘 노트와 펜을 갖고 다닌다고 밝혔다. 그녀가 최고운영책임자로 있는 페이스북에서 고백하기를 마치 석판과 끌을 가지고 다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뇌 속 생각을 종이에 적으면, 적는 순간 뇌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는다. 은행 앞을 지날 때마다 아내의 은행 일처리 부탁을 되새긴다. 하지만 그 순간만 은행일을 생각하고 하루 종일 잊어버린다.

뇌에 각인시키면 뇌는 본능적으로 그 항목을 기억하고 처리하려는 쪽으로 움직인다. 쓰지 않았을 때는 ‘다음에 하지 뭐~’하면서 미루기 마련이다. 특히 종이에 펜으로 할 일을 적고 가지치기를 해서 다음 행동을 정하면 일처리 확률이 급상승한다.

명상, 되뇌기 고리 끊기, 각인 등은 아날로그 필기법의 고유 장점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필기 수단만 갖고 효과적으로 개인 정보를 관리하기 어렵다. 수첩이 쌓인 후 필요한 정보를 순식간에 찾아주는 검색, 이메일, 알림 등 디지털 기능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난 뒤, 또는 출근길에서 스마트펜과 포켓용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그날 할 일을 쓰면서 하루를 시작해보기를 추천한다. 시간의 노예가 아니라, 시간을 다스리는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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