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블록체인 특구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 운영단장을 맡던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이 사임한 뒤 기술지원을 담당하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사실상 주도권을 쥐면서 나타난 문제다.

당장 2차 사업자 선정 과정이 깜깜이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당초 블록체인 특구 사업 취지였던 ‘혁신 기업 창업, 자유로운 신기술 활용을 통한 제2 벤처붐 연결’이라는 대명제는 대기업 편중 분위기로 바뀌었다. 체계없이 진행되는 사업 선정 과정에서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짙다.

부산시./픽사베이 갈무리
부산시./픽사베이 갈무리
27일 블록체인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현재 블록체인 규제자유 특구 2차 추가과제 사업자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 몇몇 기업은 사업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는 2차 과제 사업자 선정에는 약 48개 기업이 금융, 데이터, 생활 소비 등 다양한 과제 수행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문제는 2차 사업자 선정이 대기업 위주로 암암리에 진행되는 데다가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이다. 이는 부산 블록체인 특구 운영단장을 맡던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이 사임하고 난 뒤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KISA가 주도권을 쥐면서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유재수 사라지자 갈 길을 잃었다"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은 특구사업 선정 전부터 현장에서 사업을 주도한 ‘키맨’이다. 최근 검찰이 유 전 부시장 비위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부산 블록체인 특구 운영단장직을 내려놨다. 공석이 된 운영단장직은 누가 이어받을지 결정되지 않았다.

키맨 한명이 사라지자 부산 블록체인 특구 사업 자체가 흔들렸다. 부산시는 현재 태스크포스(TF) 형식으로 특구 관련 업무를 대응한다. 임시조직 성격이 강하다. 전문성과 사업 대응력이 약한 이유다. 앞서 업계 전문가들은 부산시가 특구로 지정받았지만 뚜렷한 전문가가 없다며 이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 운영위원회 한 관계자는 "관련부서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보니 유 부시장이 퇴임한 이후 우왕좌왕 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체계는 사라졌다. 최근 부산시에 접촉했던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정책적 지원과 관련 규제, 사업 체계 등 모든 게 두루뭉술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비선된 KISA…‘굴러온 중소기업’에는 기회 안줘

이 과정에서 KISA의 존재가 부각됐다. 당초 KISA는 블록체인 기술 지원을 위해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 참여했는데, 유 부시장 자리가 공석이 된 후 비선이 된 모양새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 KISA가 대기업 위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사업을 좌지우지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산 특구 2차 사업자 선정은 겉으로 보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으로 묶였다. 하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사업에 도전한 기업 관계자들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으로서 특구에서 도움을 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찾았으나 낄 자리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들(대기업)만의 리그로 구성돼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은 모든 걸 걸고 사업체를 부산으로 옮긴거다"라며 "상당한 비용과 인적 자원이 활용되는 가운데 거둬지는 수익이 없다면 결국 중소기업은 죽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2차 사업자 선정이 대기업 위주로 추려지고 있다"며 "KISA는 기술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만 택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포진한 이 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ISA가 바라보는 방향성과 지역특구 사업 방향성은 다르다"며 "중소기업 시장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중소벤처기업부 기본 원칙과도 다르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7월 중소벤처기업부는 7개 지방자치단체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기로 하고 지역경제 육성과 창업, 혁신 기술 개발 등을 통한 제2벤처붐으로 연결하겠다는 기대를 걸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당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회의에서 "지방에서 신산업 관련 덩어리 규제를 풀고 재정을 지원해 지역경제를 육성하는 규제자유특구가 첫 단추를 끼웠다"며 "혁신기업이 활발하게 창업하고 자유롭게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제2의 벤처붐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자 선정 과정 불투명…"심사에선 낙제, 결과는 낙점"

이 과정에서 사업자 선정 과정도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일례로 규제자유특구 운영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심사 현장서 나온 반응과 심사결과는 완벽히 다르게 나타났다.

그는 "2차 사업 선정 시 사업계획 내용에 현실성과 타당성이 없어 위험성이 있다고 의견이 모였던 곳이 어느 순간 사업자로 선정돼 있었다"며 "심사 당시 나왔던 반응과 심사결과가 너무 달라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정 공유는 생략된 채 결과만 업체를 통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시범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를 운영위원도 모르는 상황도 연출됐다. 시범 사업자로 선정된 A사 한 관계자는 "사업 진행 방법 등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며 "운영위 관계자에게 사업이 어떻게 추진해야 하느냐고 묻자 우리가 사업자로 선정됐냐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부산 특구 사업이 정부 지원 사업인만큼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제대로 된 투자 플랫폼을 만들어 시장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KISA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추가 사업자 수요는 조사 중으로 선정된 곳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추가 사업자 수요 조사 질을 높이기 위해 1:1로 기술 관련 자문을 하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게 아닌가 싶다"며 "기술·법률 검토 등을 거치면서 관계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