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도 스마트폰 카메라는 진화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시리즈, 화웨이 P시리즈 등 인기 스마트폰 신제품에는 디지털 카메라와 대등한, 혹은 일부 상회하는 고급 카메라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오포는 ‘잠망경·고배율 줌’을 선보일 예정이다. 광학 줌 혹은 50배율 전후 고배율 줌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샤오미와 오포는 스마트폰 본체에 수납하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팝업 카메라’를 선보인다. 카메라를 완전히 숨기는 원플러스의 ‘숨김 카메라’도 돋보인다.

2020년형 카메라 특화 스마트폰. / 업계 제공
2020년형 카메라 특화 스마트폰. / 업계 제공
하지만, 이들 기능은 만능이 아니다. 광학 혹은 기기 구조상 단점도 있다. 광학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 특화 스마트폰을 살 때 단점과 한계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50배·100배 줌은 광학 아닌 ‘스텝·디지털’…흔들림도 문제

삼성전자 갤럭시S시리즈 신제품, 화웨이 P시리즈 및 오포 레노 시리즈 신제품에는 ‘잠망경 줌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카메라 렌즈 배열을 조절, 스마트폰으로 광학 3배~5배 줌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고화소 이미지 센서를 더하면 10배율, 나아가 50~100배율에 달하는 고배율 줌을 만들 수 있다. 단,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이들 스마트폰에 탑재된 광학 줌은 엄밀히 말하면 ‘스텝 줌’에 가깝다. 광학 줌은 초점 거리, 즉 시야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광학 줌은 정해진 초점 거리, 정해진 시야로만 사용해야 한다.

13㎜ 초점 거리 초광각 카메라와 26㎜ 일반 카메라, 52㎜ 표준 카메라 등 카메라 유닛 세개를 가진 스마트폰은 이론상 13 x 4 = 52이므로 ‘4배 광학 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18㎜, 35㎜ 등의 초점 거리는 사용할 수 없다.

오포의 잠망경 줌 구조도. / 오포 홈페이지 갈무리
오포의 잠망경 줌 구조도. / 오포 홈페이지 갈무리
광학 50배~100배 줌에도 함정이 숨어있다. 13㎜ 초광각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50배 줌을 만들려면 13 x 50 = 650㎜ 초점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렌즈의 초점 거리는 물리적이다. 650㎜ 망원 초점 거리를 만들려면, 카메라 두께가 스마트폰보다 훨씬 두꺼워져야 한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사진 잘라내기’로 망원 초점 거리를 구현한다. 고화소로 사진을 찍은 후에 가운데를 잘라내는 것. 큰 사진에서 가운데를 잘라내면 그 부분을 확대하는 효과를 낸다. 6000 x 4000, 2400만 화소 사진의 가운데를 잘라내 600 x 400 240만 화소 사진을 만들면, 그 부분이 크게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과거 디지털 카메라에도 유사한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 잘라내기의 장점은 화질 저하 없이, 카메라 두께 변화 없이 손쉽게 줌 효과를 낼 수 있는 점이다. 반면, 단점과 한계도 있다. 사진을 잘라내는 만큼 해상도가 줄어든다. 48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사진 잘라내기를 사용하면, 화소수가 1200만 전후로 줄어든다. 또한, 동영상을 찍을 때에는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스텝 줌, 사진 잘라내기 등 스마트폰 고배율 줌의 단점은 또 있다. ‘흔들림 대책’이다. 망원으로 촬영한 사진은 흔들리기 쉽다. 아주 작은 흔들림만 있어도 사진에는 크게 반영된다.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은 이를 완화해주지만, 없애지는 못한다.

디지털 카메라용 교환식 렌즈는 부피가 커 강력한 흔들림 보정 기능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부피가 작은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흔들림 보정 기능을 넣어야 한다.

팝업 카메라 내구성 문제…숨김 카메라는 사진 흔들리고 화질 떨어질 가능성

샤오미와 오포는 ‘팝업 카메라’를 2020년형 스마트폰 신제품에 도입할 전망이다. 카메라 유닛 자체를 모듈로 만들어 스마트폰 본체에 수납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를 팝업 방식으로 대체하면 본체 앞면을 모두 화면으로 만들 수 있다.

팝업 카메라는 내구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갤럭시폴드 초기 모델처럼, 동작 부위에 이물질이 끼면 고장날 우려가 크다. 구조상 스마트폰 케이스나 외장 보호 필름을 씌우기도 어렵다.

팝업 카메라의 또 하나의 단점은, 모듈 크기가 작기 때문에 광학식 흔들림 보정, 밝은 조리개 등 촬영 편의 기술을 넣기 어려운 점이다. 같은 이유로 대형·고화소 이미지 센서도 장착할 수 없다.

원플러스 숨김 카메라 콘셉트 사진. / 원플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원플러스 숨김 카메라 콘셉트 사진. / 원플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피트 라우(Pete Lau) 원플러스 CEO는 2020년 스마트폰 카메라의 혁신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대표 기술로 든 것이 ‘숨김 카메라’다. 카메라 유닛을 스마트폰 본체에 넣고 전류 유입량에 따라 투명 혹은 불투명해지는 ‘일렉트로크로믹’ 글래스를 더한다. 겉으로 보면 카메라 유닛이 드러나지 않는 투명 카메라가 된다.

이 기술에도 단점이 있다. 일렉트로크로믹 글래스가 투명하다고 하지만, 엄연히 유리인 만큼 빛을 가린다. 빛을 가린 만큼 셔터 속도가 길어지고 그만큼 사진이 흔들리기 쉬워진다. 빛을 가리는 만큼 사진 화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광학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장착될 신기술은 대부분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먼저 개발됐으나, 내구성 및 화질 문제로 보편화되지 않은 기술이다. 신기하게 보이거나 편리할 수는 있겠으나, 사진 화질 저하를 비롯해 광학적인 한계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