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I로 '위로'하는 시대 개막…MBC·비브, VR다큐 첫 제작

입력 2020.02.06 16:56 | 수정 2020.02.07 11:28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세상을 떠난 아이를 되살렸다. VR 콘텐츠가 사람을 위로하는 도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MBC는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난 아이를 VR 기술로 다시 만나게 돕는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6일 공개했다. 강나연 양은 2016년 난치병인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으로 일곱살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MBC는 다큐멘터리에서 세상을 떠난 딸을 잊지 못하는 엄마(장지성씨)가 가상 세계에서 딸과 만난다는 내용을 담았다. VR콘텐츠 제작은 VR영화와 영화 특수효과(VFX) 기술을 보유한 비브스튜디오스가 맡았다.

VR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한장면. / 김형원 기자
VR을 이용한 MBC의 새로운 시도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다. 다큐멘터리 예고편은 유튜브 공개 5일만에 65만뷰를 기록했다. MBC는 6일 지상파 본방송으로 다큐멘터리를 내보낼 예정이다.

김종우 MBC PD(왼쪽), 이현석 비브스튜디오스 감독. / 김형원 기자
김종우 PD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가 한 가족을 위한 VR 프로젝트를 꾸린 후 휴먼 다큐멘터리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VR 기술로 재탄생한 고 강나연 양의 목소리는 ‘인공신경망 기반 기계학습(딥러닝)’ 기반 AI 기술을 사용했다. 목소리 구현을 위해 생전에 저장해 둔 1분 남짓의 음성 데이터에 5명 또래 아이의 목소리를 각각 800문장 이상씩을 더빙하고 이를 AI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목소리 AI 기술로는 네오사피엔스의 기술을 활용했다. 이 회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음성을 딥러닝 기술로 복원한 것으로 유명세를 떨친 회사다. 엄마 장지성씨는 VR 공간 속에서 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MBC는 7개월쯤의 짧은 개발 기간 영향으로 완벽한 대화 기술을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미리 정해둔 시나리오 안에서의 대화는 어느 정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비브스튜디오스는 나연 양을 실제와 가깝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생전 사진과 동영상 속의 표정, 몸짓, 목소리, 말투 등을 분석한 데이터와 비슷한 나이대 대역 모델의 표정 등을 160대의 카메라로 360도 각도에서 촬영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나연 양의 움직임은 전문 모션 배우의 연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실시간 그래픽 구현에는 게임 제작도구로 많이 쓰이는 ‘언리얼엔진'을 사용했다.

VR 콘텐츠는 게임 제작도구인 ‘언리얼엔진'을 사용했다. / 김형원 기자
실시간 그래픽으로 재현된 강나연 양은 실제 사람 느낌과 조금 거리가 있다. 이현석 비브스튜디오 감독은 "영화에서는 고가의 워크스테이션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높은 수준의 인간 캐릭터를 그려내지만, 일반 PC의 성능으로 실시간으로 실제에 가까운 나영 양을 그려내는데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MBC는 VR 프로젝트를 위해 1억원쯤의 비용을 썼다고 밝혔다. 영화·VR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MBC의 이번 VR 프로젝트가 콘텐츠 시장 단가만으로 계산했을때 13억~15억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7개월간 최소 인건비만 들여 만든 셈이다.

이현석 비브스튜디오스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는 이윤보다 VR 기술로 한 가족의 슬픈 마음을 달래는 계기를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며 "업계에서는 윤리적인 면에서 우려도 있지만 VR이 사랑하는 사람을 추모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위인이나 아티스트를 VR과 AI로 복원하면 대중에게 좋은 면과 지식을 전달하고, 가상 콘서트를 통해 또 다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종우 PD는 "현재의 기술 변화 속도를 생각하면 감히 미래의 기술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사진이나 동영상이 죽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위로했듯이 VR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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