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소품으로, 때로는 양념으로. 최신 및 흥행 영화에 등장한 ICT와 배경 지식, 녹아 있는 메시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조(Zoe, 2018) ★★★(6/10)

줄거리 : 연인의 연애 성공률을 계산해주는 연구소의 여직원 ‘조’. 언제부턴가 동료인 ‘콜’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조가 계산한 콜과의 연애 성공률은 0%. 콜에게 고백한 조는 그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그녀는 사실 인간이 아닌, 콜이 만든 안드로이드라는 것.

조는 자신의 감정이 실제 사랑인지, 콜이 입력한 기계적인 감정인지 혼란스러워한다. 급기야 조는 콜에게 ‘자신을 멈춰달라’고 요구하는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학습시켰어"

기계로 만들어진 사람 ‘안드로이드’는 오래 전부터 영화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옛 영화에 나온 안드로이드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팔다리와 얼굴, 전구로 된 눈과 어색한 목소리 등 ‘기계’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러다 점차 사람과 같은 모습과 목소리, 더러는 사람과 같은 감정까지 가진 안드로이드가 등장합니다.

사람과 흡사한, 어떤 면에서는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의 예를 들자면, 단연 1982년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레플리칸트’를 꼽아야 할 것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이 거장 SF 소설가 필립 K. 딕의 1968년작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입니다.

블레이드러너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 레플리칸트는 외모, 체력과 지력 모든 면에서 사람보다 우월합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이 없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사람과 함께 4년쯤 살면 감정을 배웁니다. 그래서 레플리칸트의 수명은 4년으로 제한됩니다.

이 작품은 사람과 안드로이드(레플리칸트)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사람처럼 감정을 가진 안드로이드’ 개념을 만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후로 겉모습뿐 아니라 감정까지 사람과 같거나 더러는 우월한 안드로이드가 여럿 등장합니다. ‘터미네이터’, ‘AI’, ‘아이, 로봇’ 등입니다. 이들 작품도 앞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조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조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제 작동을 멈춰주세요"

그리고 전기 양이 아닌, 사람의 꿈을 꾸는 안드로이드가 등장했습니다. ‘조(Zoe, 2018)’입니다.

‘조’는 사람의 감정, 그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다채롭기에 흔히 ‘절대 인공지능으로 구현할수 없다’고 일컬어지는 ‘사랑’을 배웁니다. 사람이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로 수놓은 감정을 가진 안드로이드가 과연 사랑이라는 감정을 스스로 만들고 느낄 수 있을까요? 그 감정은 사실일까요, 그저 프로그래밍 코드일 뿐일까요?

나아가 사람은 안드로이드가 만들고 느끼고 자신에게 건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영화의 주인공 조는 어떻게 보나 사람, 그것도 매력적인 성격과 외모를 가진 사람입니다. 물론 안드로이드다운 모습도 보입니다.

로봇 3원칙(▲1.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히거나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체하면 안된다 ▲2.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1,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을 지켜야 한다)을 어기는 내용의 질문을 묻자 잠시 당황하다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조는 로봇 3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자신을 멈춰달라’고 콜에게 이야기합니다. 한편으로는 콜을 비롯한 사람을 구하고 보듬고 여전히 아낍니다. 사람의 가장 복잡한 감정인 사랑을 배운, 느끼게 된 조는 조금 오래 눈을 감았다 뜨고, 그 순간 기계의 몸과 숫자의 정신을 훌훌 벗어던집니다.

"상처주지 않고, 항상 곁에서 당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도록 설계된 로봇과의 사랑을 생각해보셨나요?"

영화 블레이드러너에서 레플리칸트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18년입니다. 2020년 원더키디는 아직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았지만, 조처럼 사람과 같은, 어쩌면 그보다 더욱 짙고 농밀한 감정을 주고받을 안드로이드가 등장할 날은 언제일까요?

아쉽지만, 아직은 한참 무리입니다. 지금의 기술로는 사람의 이목구비와 피부 등 외관은 커녕, 동작조차 제대로 묘사할 수 없습니다. 일부 로봇이 사람의 이족보행, 중심 잡기와 팔 움직임 등을 정밀히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람보다 훨씬 큰 크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심장 역할을 할 전원, 두뇌 역할을 할 인공지능 기술 개발도 아직 미진합니다.

단, ‘가상현실’ 안드로이드라면 곧 만날 수 있겠습니다. 가장 기대할 만한 안드로이드가 CES2020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AI 프로젝트 ‘네온(Neon)’입니다. 가상현실 공간에서만 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외관은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습니다.

현실·실시간·즉시 반응이 특징인 ‘코어R3’ 기술 덕분에 네온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네온의 시험 버전은 2020년 말 공개될 예정입니다. 네온을 만난다면 먼저 ‘사랑해’라고 말해보겠습니다. 그 혹은 그녀의 반응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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