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미래는 의사와 인공지능, 그리고 환자의 삼각관계가 조화를 이루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의사는 인공지능에 의해 증강된 능력을 갖게 되고, 이를 진단과 치료에 적용함으로써 보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알파제로를 만든 딥마인드(DeepMind)의 연구원인 앨런 카티케살링엄(Alan Karthikesalingam)박사는 최근 열린 싱귤래리티대학교 익스포넨셜 메디슨(Singularity University‘s Exponential Medicine)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의 지원을 받는 의학 분야의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카티케살링엄 박사는 "그동안 인공지능 연구 분야에 주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다"고 밝히고 "지금 이러한 알고리즘을 현실 세계에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흥미로운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긍정적인 응용은 인공지능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인공지능과의 협업으로 보다 완벽한 진단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의료부문에 인공지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겸허하고 현실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어느 분야보다 의료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하기 때문이다.

카티케살링엄 박사는 인공지능의 목표는 의사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 보다는 의사들을 잡무에서 해방시키고, 의사의 능력을 최적화하며 의사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놓친 대안적 치료나 지침을 제공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실제 인공지능을 조력자로 하는 의사 주도 접근 방법은 딥마인드의 수많은 건강관리 프로젝트에 반영되고 있다. 딥마인드는 세계 최고의 안과병원인 무어필드 안과병원과 협력해 안과 질환을 진단하고 환자 분류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여기에서 사용된 알고리즘은 눈을 상세하게 스캔한 영상을 분석해 초기 증상을 식별하고 심각성과 긴급성에 따라 환자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기도 한다. 보통의 안과 의사들이 이러한 진단을 제대로 해 내기 위해서는 20년 이상의 의학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딥마인드의 훈련받은 알고리즘은 전문가와 비슷한 성공률을 나타냈다. 특히 의료계는 단 한 명도 잘못된 분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억 명이 시력 상실을 겪고 있다. 이들 가운데 80~90퍼센트는 증상을 일찍 발견할 수만 있다면 예방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환자 스스로가 스마트폰이나 기타 포터블 기기를 통해 자신의 눈을 스캔하고, 눈의 뒷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해졌다. 따라서 그 결과를 안과 질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과 연결하게 되면 개인과 사회의 경제적인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딥마인드의 초기 협력 성공 사례는 암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방사선으로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밀리미터 단위로 장기나 조직을 살펴봐야 하는데 이 작업은 최소 4시간에서 8시간이 소요되는 길고 지루한 작업이다. 딥마인드는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과 협력해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장기의 분할 기술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의사들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의료 스캔 과정에서 민감한 시신경을 피하며, 시력 손상 없이 주변의 조직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 도출이 아닌 과정을 설명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의사의 능력을 증대시키고 환자를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실제 의료 세계에 도입하는 일은 여전히 큰 도전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알고리즘이 유용한 의료 조력자 그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진단 기능 외에도 자신의 결정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신경 네트워크의 내부 활동을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결정이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인공 신경망에도 블랙박스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연구진들은 인공지능의 훈련 방식 때문에 알고리즘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암의 발생 여부와 같은 최종 결과만을 마주하게 된다. 딥마인드는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단 알고리즘에 추가적인 레이어를 구축하고 있다. 딥마인드의 안과 질병 알고리즘은 최종 결과만을 발표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의사에게 안과 스캔을 살펴본 결과 ‘자신의 결정’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를 설명한다. 카티케살링엄 박사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의사들은 알고리즘의 진단 내용을 평가해 자신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딥러닝의 다른 문제, 즉 수백만 개의 훈련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문제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 그동안 의료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들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심층 강화 학습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실제로 필요한 훈련 데이터의 양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딥마인드의 장기 분할 알고리즘의 경우 겨우 650개의 이미지만으로 훈련을 받았다.

인공지능 협업 의료의 미래

카티케살링엄 박사는 "딥마인드의 연구가 의사를 대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의사들을 좀 더 편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5년 동안의 프로젝트에서 아주 완벽한 인공지능 진단 전문의가 개발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인공지능이 임상 실무에 통합되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인공지능 연구는 진단의 효율성만이 아니라 신뢰와 보안, 프라이버시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특징을 가진다. 충분히 재현할 수 있는 증거들이 뒷받침되어야 인공지능 협업 시스템이 의료계와 환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딥마인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를 위해 보다 나은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의사의 능력을 증대시키고 그 결과로 환자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다면 이는 전체적인 의료 산업의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영래 정형외과 병원장은 2000년부터 조선대학교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과 2006년 미국 뉴욕 콜롬비아 대학에서 연수했으며, 대한 견주관절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기아 타이거즈 재활 센터장, 대한 스포츠 의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럽 연합과 함께 다양한 인류의 삼차원적 의학 영상으로 연구, 진료, 치료에 활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