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판로와 공급량이 늘어날 이 주가 지나야 조금씩 나아질 전망이다.

3일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 주변은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의 행렬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행복한 백화점 건물을 낀 마스크 구매행렬. 끝이 보이지 않는다. /
행복한 백화점 건물을 낀 마스크 구매행렬. 끝이 보이지 않는다. /
줄서기는 백화점 건물 주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옆 현대41타워, CBS, 동양파라곤 건물까지 한 블록을 빙 돌아 줄이 이어졌다.

그런데 두 줄이다. 똑같은 줄인 줄 알았는데 한참 따라가다보니 다르다. 블록 안쪽 줄은 판매대로 직행한다. 바깥 줄은 블록 한바퀴를 더 돌아야 한다.

바깥줄(사진 오른쪽)에 선 사람들은 한바퀴를 더 돌아아만 안쪽 줄로 갈아탈 수 있다. /
바깥줄(사진 오른쪽)에 선 사람들은 한바퀴를 더 돌아아만 안쪽 줄로 갈아탈 수 있다. /
사람들이 많아 혼잡해도 무질서는 없다. 백화점 직원에 경찰관까지 나와 통제를 해준 덕분에 새치기하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다. 통제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다. 차분하고 질서있게 이동하는 시민의식이 돋보인다.

동양파라곤 건물 앞에서 경찰관이 줄을 선 사람과 그냥 지나가는 사람을 구분해 인도한다. /
동양파라곤 건물 앞에서 경찰관이 줄을 선 사람과 그냥 지나가는 사람을 구분해 인도한다. /
두바퀴를 돌아야 비로소 판매대에 도달한다. 그래도 그다지 정체는 없다. 마냥 서 있지 않고 조금이라도 계속 움직인다.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1시간 남짓 줄을 따라 계속 걷자 드디어 판매하는 곳이 보인다.

매대가 보이면 곧 줄이 끝난다는 뜻이다. /
매대가 보이면 곧 줄이 끝난다는 뜻이다. /
그렇다고 곧바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공항 수속창구처럼 지그재그로 줄을 지어 또 가야 한다.

구매 수량은 1인당 5매(5000원)다. 사는 데 몇초 걸리지 않는다. 미리 준비한 5000원권을 내밀면 직원들이 마스크 한세트를 바꿔준다. 거의 물물교환 현장이다.

이것도 부족한 사람들은 또다시 줄을 선다. 판매를 시작한 아침 10시 30분 이전부터 마감시간인 오후 5시 이후에도 줄이 줄지 않고 계속 늘어나는 이유다.

드디어 마스크를 구했다. 집에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다시 새 줄을 향해 간다./
드디어 마스크를 구했다. 집에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다시 새 줄을 향해 간다./
시민들이 질서를 지킨 덕분에 별다른 혼란은 없다. 다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거의 붙어 움직인다. 그렇다보니 감염 우려도 나온다. 이 행렬에 자칫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예방하려고 마스크를 사러 와 감염된다면 이런 낭패도 없다.

이 많은 사람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마스크 몇장 사려고 길에서 버린 시간도 너무 아깝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했으니 다행이다. 여전히 마스크 한장 구하는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온세계 유출된 개인정보 뒀다 어디에 써?"
데이터기술 활용 민간 아이디어 쏟아져도 실행은 더뎌
대만 정부, 마스크 일괄 구매해 약국 배분
스마트폰 실시간 재고 파악에 배송도 연계

약국과 주민센터가 가구나 개인별 구매 이력을 확인하게 해 중복 판매를 막고, 기다림 없이 공평하게 구매하게 하자는 시민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간단한 전산 프로그램 적용으로도 가능하다. 약국 컴퓨터마다 깔린 ‘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항목에 마스크를 추가하는 식이다.

물론 약국 기능 마비 등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일부 있다. 하지만 한시적, 제한적으로 사용하면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 더욱이 지금은 비상사태다. 곳곳마다 있는 주민센터와 통반장 조직을 활용할 수는 없나?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갖는 의문이다.

행복한 백화점 인근 양천우체국. 서울지역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팔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문 앞에 써붙인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
행복한 백화점 인근 양천우체국. 서울지역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팔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문 앞에 써붙인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
대만 정부를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대만 정부는 지난 1월 확진자가 발생하자 곧바로 마스크 비상 수급 대책을 마련해 시행했다. 수출 금지와 아울러 일괄 구매해 지정 약국에 분배하고 건강보험증을 제시한 사람만 사도록 했다. 사재기를 원천적으로 막았다.

특히 39세 장관인 오드리 탕 디지털총무 정무위원은 마스크 구매와 건강보험을 연계해 초기 구매 혼란을 잠재웠다. 그는 우리로 치면 보건복지부인 복리위생부를 설득해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대만 국민은 지정약국의 보유량 등 각종 정보를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으로 확인한다. 우정국은 실시간 마스크 재고 상황에 맞춰 배송한다.

3일이 공적 판매 마지막 날이라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여기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곳을 찾아가야 한다. /
3일이 공적 판매 마지막 날이라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여기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곳을 찾아가야 한다. /
정부가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리고 생산량 확대를 독려한다. 정작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아무 때나 안심하고 마스크를 구할 방법이다. 당국의 빠른 정책 실행이 요구됐다.

행복한백화점 일대를 몸살 나게 했던 장사진이 4일 사라졌다.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구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곳 공적 판매를 어제 종료했기 때문이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