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30년간 방사성물질 방출

입력 2020.03.20 12:38 | 수정 2020.03.20 12:39

2019년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 시설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 방출 사고는 운영 미숙으로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30년 동안 자연증발시설에서 지속해서 방사성 폐기물이 방출됐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1월 21일부터 실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자연증발시설 방사성물질 방출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사 결과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원자력연에 통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자연증발시설은 연구원에서 나온 극저준위(리터당 185베크렐 이하) 방사성 액체 폐기물을 저장한 뒤 자연 증발시키는 건물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자회견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안위는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 근본 원인은 이 시설의 배수시설이 당초 과기정통부로부터 승인받은 설계와 다르게 설치하고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안위가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자연증발시설 지하에는 외부배관으로 연결된 바닥배수탱크가 설치됐는데, 이는 인허가를 받은 설계도에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설은 1990년 8월부터 1층의 일부 배수구가 바닥배수탱크로 연결된 상태로 사용됐다.

CCTV 영상과 재현실험 등을 통해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2019년 9월 26일 필터를 교체한 뒤 밸브를 과도하게 개방한 상태에서 미숙한 운전으로 2층 집수로에서 넘침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안위는 2019년 방사성물질 방출 사고 외에도 이 시설이 운영을 시작한 1990년 8월 이후 30년 동안 매년 운전종료 시마다 바닥 배수탱크를 통해 지속해서 방폐물이 방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매년 11월 동절기 동파 방지를 위해 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액체 방폐물을 지하저장조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1990년부터 연간 470∼480ℓ의 방폐물이 바닥배수탱크로 유입돼 외부로 누출됐다고 원안위는 밝혔다.

다만 동절기 이후에는 방사성 물질 대부분이 우수관 표면이나 하천토양 등에 흡착됐고, 이로 인해 2019년 4분기(25.5Bq/㎏) 이전에는 원자력연 외부 방사선 환경조사에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9년 9월 26일 방출의 경우 10월∼11월 강수량으로 인해 방사성 물질의 일부가 부지 외부까지 흘러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운전자들은 지하저장조 외에 바닥배수탱크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자연증발시설을 운영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원안위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원자력안전법 등에 따라 행정처분을 검토해 조치할 계획이다.

또 원안위는 원자력연의 100여개 원자력·방사선이용시설의 인허가 사항과 시공도면이 현재 시설 상태와 차이가 없는지 전면조사에 들어간다. 연구원 내 환경방사선(능) 조사지점을 확대하고, 방폐물 관련 시설의 운영시스템 등을 최신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전관리 조직의 총괄 기능을 강화하고, 외부기관이 주관하는 안전문화 점검을 하는 등 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의 세부이행 계획을 수립해 원안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원안위는 자연증발시설 등 핵연료주기시설에 대한 정기검사 횟수를 두 배로 확대하고, 원자력연에 대한 현장 상시점검을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할 방침이다.

연구원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비록 확인된 방사선량이 인체와 환경에 영향이 없는 극미량이긴 하나, 이런 설명이 시민 여러분께 어떠한 위로도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며 "누출이 있어서는 안 될 시설에서 누출이 발생한 사실만으로도 시민 여러분의 믿음을 저버리고 연구원의 신뢰를 깎는 일임을 통감한다"고 전했다.

이어 "연구원은 사건 발생 직후, 오염된 토양을 제거하고 방사성물질이 추가로 유출되지 않도록 맨홀 내부 관로와 우수 유입구를 차단하고 유출방지 차단막을 설치했다"며 "주 1회 하천토양을 분석하고 채취지점을 추가하는 한편, 토양 깊이별로 방사능을 분석해 향후 좀 더 정밀한 환경방사능 분석을 하도록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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