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으로 유튜버와 ‘건물주’가 손에 꼽힌다고 한다. 플랫폼 시대를 맞아 아이들이 유튜버를 꿈꾸는 건 납득이 가는데 건물주라니 못내 씁쓸하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부르짖는 어른들의 서글픈 시대상이 어린 초등학생들 눈에도 투영됐나 보다.

장기화된 불경기, 불확실한 미래에서 진리 불변의 고정 자산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은 기존의 산업생태계를 급진적으로 융합시키고 재편성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장담하기가 어렵다.

아마존과 국내 새벽 배송 시장의 폭발적인 성공사례를 보듯이 커머스와 인공지능(AI)배송 시스템은 공간 소비 행태를 상당 부분 변화시킬 것이다. 건물주의 주 수익원은 공간에 대한 임대료인데 공간을 채우지 못하면 깡통 건물주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반증하듯 역세권의 공실률마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건물주도 미래가 불투명한 건 매 한 가지이다.

단편적으로 스타벅스가 입점된 건물과 그렇지 못한 건물의 가격차가 나는 것처럼 앞으로는 건물주도 콘셉주가 돼야 할지도 모른다. 건물도 콘셉을 가져야만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필자는 중국시장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역시 엔터테인먼트 분야이다. 중국이 과거에는 한국의 드라마, 예능, KPOP을 소비시켜 돈을 버는 것에 주목했다면 지금은 수준 있는 제작 시스템을 도입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갖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도 오리지널 콘텐츠가 파생시킬 다양한 수익모델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인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카피 공화국이다. 실제로 한국의 인기 방송 예능과 KPOP을 따라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아서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프트 차이나 정책과 중국 내 저작권 강화 법안 등이 수립되면서 중국의 엔터산업에도 놀라운 변화가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방송시장을 이끌고 있는 아이치이와 텐센트는 한국의 드라마, 방송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사서 자체 제작에 나서고 있다. 두 방송사의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인 ‘청춘 유니’와 ‘창조영’에서 탄생된 아이돌들이 중국 C팝시장을 이끌 만큼 놀라운 성공도 거두고 있다. 불법복제에서 출발해 라이센스를 구매, 이제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까지 넘보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중국의 방송사들과 엔터 관계자들은 한국의 CJ ENM, 3대 기획사들과 만남을 빈번하게 갖는다. 이런 교류를 하는데도 중국 관계자들에게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는가 보다.

한결같이 한국은 제작기술은 뛰어나지만 수익모델은 잘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성공한 드라마, 세계 음악시장을 흔들 케이팝을 가졌지만 정작 돈을 벌 모델은 부재하다는 것이다.

‘일취월장’이라고 해야 할까?

수익을 내는 탁월한 안목은 한국의 방송사, 엔터사들보다 더 나은것 같다.

이런 갈증 때문에 중국기업들이 필자와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 됐다. 중국기업들과 C팝 아이돌, 방송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한결 같이 강조하는 포인트는 ‘꼭 브랜드 관점을 접목해 처음부터 콘셉설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콘셉설계가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점은 원천적인 저작권 로열티와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할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확장성을 가진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생명력은 완전히 다르다. 플랫폼 시대는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이고 이 융합을 위해 처음부터 콘셉설계가 들어간 것을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수익형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자가 드라마만 잘 만들고 연예기획사가 아이돌만 잘 만들면 되는 세상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철옹성 같았던 방송사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그려지고 케이팝시장을 이끌고 있는 3대 기획사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수익원 이외에 부가적인 사업에서 수익성을 못 내고 있다면 상장사로서 중요하게 생각해볼 시점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정민 브랜드건축가(BrandArchitect)는 중국 아이치이, 텐센트, 망고tv 등과 브랜디드 콘텐츠를 공동 개발했다.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코어(core)인 스튜디오파크도 콘셉설계 하고 있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수학 후 ‘Korean Branded Entertainment’ 분야를 특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