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항공사를 소유한 A 회장은 2016년 항공기 조종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려 공분을 샀다. 당시 그는 ‘조종사는 가느냐 마느냐(GO, NO GO) 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고 밝혔다. 이 말은 조종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항공기 조종에 대한 이해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비행기는 기체 운전의 편의를 돕는 자동운전(오토파일럿, 이하 오토) 기능을 탑재했다.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항공기의 자이로스코프 기반 오토 기능은 1919년 미국 스페리사에 의해 개발됐다.
항공기의 오토 기능은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능과 다르다. 자율주행차는 차량 소유자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알아서 정해 주행을 한다. 하지만 항공기의 오토 기능은 자동차의 그것과 큰 차이가 있다. 항공기 조종사의 운전 편의를 돕는 오토 기능은 기장이나 부기장이 사전에 기내 컴퓨터(FMS)에 입력한 정보에 따라 항공기를 운항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항공기 조종사는 관제탑과 협의해 고도나 운항로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다. 터뷸런스를 피하고자 순항 고도인 3만피트보다 높은 고도로 갈 수 있고, 만약 해당 고도에서 기존 운항하던 항공기의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할 경우 시간을 두고 고도를 높이는 등 운영의 묘미를 살릴 수 있다.
강력한 터뷸런스를 경험 중인 한 항공기 이용자가 촬영한 영상. / 유튜브 갈무리
이륙은 일반 운항과 달리 완전 수동으로 진행되며, 착륙 시에는 일부 오토 기능을 사용하긴 하지만 수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종사들은 ‘비행 지시자(FD, Flight Director)’ 화면 속 정보를 참고해 이륙하지만, FD 지시를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다. 항공기는 이륙 후 순항 고도까지 상승해야 하는데, FD는 컴퓨터가 계산한 적정 조정 환경만 제공한다. 기상 상황 등 주변 환경은 고려하지 않는다. 착륙의 경우 가끔 오토가 맡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동으로 이뤄진다.
비행경력 20년이 넘은 한 조종사는 "이륙할 때 비행 안내자(FD) 화면 속 정보를 참고해 기수의 높이나 엔진 출력 등을 정하지만, FD는 어디까지나 적정값을 안내하는 도구일 뿐 최적의 비행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맹목적으로 FD 지시대로 운행할 경우 잘못하면 항공기가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는 롤러코스터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는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주는 모든 데이터를 종합한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오토 비행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다. 한번에 수백명 이상의 생명을 책임지는 항공기 조종사의 안전 운행을 오늘도 기원한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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