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수수료 30%' 정책 변경 요구한 에픽게임즈, 2년도 안돼 '백기'

입력 2020.04.22 14:54 | 수정 2020.04.22 17:50

게임·게임 엔진 개발사 겸 유통사 에픽게임즈가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배틀로얄게임 포트나이트가 20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했다. 에픽게임즈는 2018년 말 구글에 지불하는 30%의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구글 플레이스토어 이외에 공간에서 게임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지만, 2년도 안돼 ‘백기’를 들었다.

게임 업계에서는 기존 플랫폼 사업자가 수수료를 인하해 주겠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장점도 많은 만큼 현실화가 어렵다고 전망한다. 한국에서 저렴한 수수료를 받는 토종 플랫폼 원스토어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그나마 중소 게임 업체의 부담을 줄여준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한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매출의 30%를 구글에 지불해야 한다. 이미지는 개발업체와 구글이 나눠갖는 수수료를 안내하는 컷 / 오시영 기자
에픽게임즈, 구글 입점했지만 7대 3 수익 구조 개선 요구는 이어가

에픽게임즈는 21일(현지시각)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포트나이트를 입점시켰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포트나이트 출시 당시인 2018년 "게임 개발자는 스토어에 수수료 30%를 내고, 나머지 70%로 게임 개발과 운영·지원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결제 처리, 다운로드 대역폭, 고객 서비스 등 실제 플랫폼 서비스를 고려할 때 수수료를 30%나 내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에픽게임즈는 안드로이드 버전 포트나이트 게임을 별도 설치파일(APK) 형태로 서비스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포트나이트를 내려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2년도 안돼 입장이 바뀐 셈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한 업체는 매출 수수료 항목으로 구글에 30%를 줘야 한다. 에픽게임즈는 구글의 수수료 정책이 부당하다며 7대 3 수수료 구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밸브의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의 경우 기존 30%로 책정했던 수수료를 2018년 20~25%로 한차례 인하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은 여전히 7대 3 비율을 고수한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개발자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70%지만, 게임 퍼블리싱 비용 등을 제외할 경우 수익이 더 줄어든다.

에픽게임즈는 2019년 초 PC게임 유통 플랫폼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출시하고 수수료를 12%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 스토어에 입점한 게임 업체가 자사의 ‘언리얼 엔진’을 쓸 경우 사용 수수료 5%를 면제하는 등 파격적 조건도 추가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입점과 함께 구글 측에 비 입점 기업에 대한 콘텐츠 활용 편의를 높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픽게임즈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18개월 동안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아닌 다른 곳에서 게임 콘텐츠를 제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입점 개발사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 지 체감하게 됐다"며 "구글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이외의 장소에서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업데이트할 경우 반복적으로 보안 경고 팝업을 노출하거나 악성 프로그램이라고 묘사하며, ‘구글 플레이 프로텍트’는 외부 소프트웨어를 차단하는 역할까지 한다"고 밝혔다.

에픽게임즈는 또 "포트나이트 입점과 별개로 기존 게임 설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이라며 "구글이 조속히 자사 상거래 정책을 변경해 모든 개발자가 자유롭게 게임을 서비스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구글 측은 에픽게임즈의 성명서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구글플레이스토어 활용하는 이점 확실하지만, 구글 차원의 생태계 고려 움직임 필요
클라우드 게임이 촉발한 구독 경제 서비스가 ‘플랫폼' 기반 기존 시장 변화 이끌수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한 포트나이트 / 구글 플레이스토어 갈무리
게임 업계는 에픽게임즈가 주장한 30% 수수료 인하 요구 자체의 이의에 대해 공감은 할 수 있지만, 찬반 의견을 내는 대는 유보적 입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구글·애플이 운영하는 모바일게임 유통 플랫폼의 수수료는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결정됐고, 양사가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는 탓에 처음 정한 수수료를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일부 개발자는 과거 피처폰 시절 이통사를 통해 게임을 유통했던 것보다 생태계가 투명해졌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수수료를 대폭 낮춘 경쟁자의 등장이나 클라우드(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의 대두로 인한 구독 경제 서비스 등이 등장한 만큼 기존 독과점 기업의 지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애플과 구글이 생태계 발전을 위해 중소 개발사 대상 수수료 인하 등 조치를 함으로써 신규 기업의 새로운 도전이 지속적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 플랫폼이 없는 게임업체라 하더라도 애플과 구글의 플랫폼만 활용하면 시장 진입이 가능하므로 그 위력이 상당하다 할 수 있다"며 "개발사가 부담하는 플랫폼 이용 수수료가 줄어든다면야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 개발자 친화 수익 구조로 선전

수수료 인하 정책을 적용한 이후 원스토어 내 게임 거래액의 변화를 보여주는 인포그라피 / 원스토어 제공
한국의 원스토어는 비 구글·애플 마켓임에도 선전 중이다. 이통3사와 네이버가 손잡고 만든 원스토어 플랫폼의 앱 판매 수수료는 2018년 7월 최소 5% 수준이다. 개발사와 상생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원스토어 내 게임 거래액은 수수료 5% 적용 후 7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 개발사들은 이 기간 460억원에 달하는 추가 수익을 거뒀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원스토어를 통한 2019년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액은 5230억원으로 전체 게임 시장 매출의 12.2%를 차지했다. 9.2%의 점유율을 차지한 애플 앱스토어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1조6460억원(78.6%)의 매출을 기록하며 1위를 달렸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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