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소품으로, 때로는 양념으로. 최신 및 흥행 영화에 등장한 ICT와 배경 지식, 녹아 있는 메시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건즈 아킴보(Guns Akimbo, 2020) : ★★☆(5/10)

줄거리 : 소심한 외톨이 개발자 마일즈. 사람끼리 싸우고 죽고 또 죽이는 스트리밍 ‘스키즘’을 본 그는 ‘다들 미쳤다’고 댓글을 달다 다른 시청자와 싸운다. 다음날 자신을 찾아온 또다른 시청자에게 얻어맞고 기절한 마일즈. 일어나보니 양 손에 권총이 박혀있다? 순간 그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이제 너는 스키즘 선수다"라는 전화에 경악하는 마일즈. 게다가 상대는 지금까지 모든 상대를 죽였고, 한번도 지지 않은 스키즘 최강의 전사 닉스. 눈 앞에 나타난 닉스를 보고 혼비백산해 도망치는 마일즈는 과연, 살아남아 스키즘을 벗어날수 있을까.

"도와주세요. 미친 소리로 들리겠지만, 제 양 손에 권총이 박혔어요!"

바야흐로 동영상이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TV는 이미 구닥다리,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SNS 및 동영상 플랫폼을 즐깁니다. 그 안에서 살고, 정보를 얻고, 다른 이와 교류합니다.

TV 시대에는 시청률이 곧 권력이었듯, 동영상 시대에는 시청자수가 곧 권력입니다. 시청자를 많이 모아 큰 권력을 얻으려면? 그들의 관심을 끌어야지요. 관심을 끌려면? 눈길부터 먼저 끌어야지요. 눈길을 끌려면? 원초적, 자극적 소재를 들이미는 것이 성공의 방정식입니다.

문제는, 자극을 많이 접할수록 점점 무뎌져 시시하다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자연스레 더 크고 강한, 새로운 자극을 찾게 됩니다. 동영상 업계 유행이 이렇게나 빨리 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먹방이나 게임 방송은 그리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야방? 시시하죠.

건즈 아킴보 포스터 / 와이드릴리즈
건즈 아킴보 포스터 / 와이드릴리즈
더 강한 자극을 찾는 것, 자극적인 동영상을 보고 즐기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한편, 궁금해집니다. 시청자가 더 큰 자극을 원하고, 그 자극이 부풀고 커지다보면 과연 어디에까지 다다를까요? 가장 큰 자극이라…...그렇죠! 살인은 어떻겠습니까?

영화 ‘건즈 아킴보’ 속에 숨겨진 주제입니다.

"아기 사진에 좋아요 누르며 점잖은체 하지만, 사실 너희는 누군가 죽는걸 보고 싶어하잖아?"

이 작품에 등장하는 스트리밍 ‘스키즘’은 범죄자·마약 중독자들이 서로 싸우고 죽고 또 죽이는 모습을 실시간 중계하는 서비스입니다. 시청자는 열광합니다. 어차피 자신은 안전한 곳에서 보고 있을 뿐이니까요. 게다가 ‘악인끼리의 싸움’이니 양심의 가책은 커녕, 정당한 응원이라고 둘러댈 여지도 있겠군요.

시청자들은 누군가 빨리 피 흘리고 다치기를, 잔인하게 죽기 바랍니다. 결과가 나오는 순간 옆 시청자와 환호작약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마일즈는 스키즘 속의 비인간성, 관음증을 보고 거부감을 느낍니다. 그가 소심한 소시민이라서가 아닙니다. 살인에 대한 사람으로서의, 사람이라면 응당 느껴야 할 본능적인 거부감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그도 다른 시청자처럼 키보드로 찰진 욕설과 악플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그땐 몰랐겠죠. 자신이 이 불합리한, 광기만 넘쳐나는 이 게임에 내던져질줄은. 이유는 없습, 아니 있네요. 스키즘이, 방송 자체가 불합리하기 때문입니다. 귓가를 스치는 총알이 이야기해주네요.

혼란과 공포에 몸을 가누지 못하던 마일즈는 조금씩 깨닫습니다. 미친 스트리밍 서비스 안에 들어왔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사람이라고. 잘못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스키즘이라고. 그리고 비로소 방아쇠를 당길 힘을 냅니다. 총구를 겨눕니다. 시스템에게, 그리고 미친 관객에게.

"물론 영화에서나 좋게 끝나지, 현실은 나빴어. 하지만, 난 무엇이 옳은 줄 알아"

이 작품의 화면·음악·구성은 흡사 게임을 연상하게끔 합니다. 넘치는 재기 속에 한편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넌지시 묻습니다.

과연 당신은 인간성을 지키려 분투하는 마일즈인지, 스키즘과 비인간성을 받아들이고 다른이 모두 죽이려는(마지막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닉스인지, 스키즘을 보고 즐기는 사이 또 다른 잠재적인 마일즈이자 스키즘 선수가 되고 만 관객인지.

과연, 오늘날의 비인간성이란, 그 착하고 순진하던 해리포터를 너드(Nerd)로, 정신 없이 총을 쏴 제끼는 복수자로, 나아가 영웅으로 만들 만큼 가공한 것이었네요.

그리 길지 않은 상영 시간(97분) 내내 설명도 사족도 없이, 그저 욕하고 총쏘고 달리는지라 꽤 부산하고 잔인한 인상을 줍니다. 길게 설명했지만, 사실 이 작품은 진지하게 보기보다 가볍게 보는 것을 권합니다. 그렇더라도 악플은 남기지 마세요. 자고 일어나면 손에 권총이 박혀있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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