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여성, 특히 대리급 이하 여직원에 국한됐던 유니폼이 사라지고 있다. 남·여직원 간 수평적 근무 문화가 확산되고 직원 자율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제2 금융권은 여전히 여직원 유니폼을 고집하고 있어 인식개선이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우리은행 홈페이지
우리은행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우리은행 홈페이지
'男 정장·女 유니폼' 공식 깨져...비즈니스 캐주얼로 통일

우리은행은 1일부터 복장 전면 자율화를 시행했다. 우리은행은 지점에 있는 행원급 여직원의 자유 복장도 허용할 방침이다.

권광석 우리은행 은행장은 모든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포스트 코로나로 대변되는 언택트,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과 세대 변화에 발맞추고, 은행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복장을 자율화하기로 했다"며 "단순히 옷을 자유롭게 입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인 은행으로 탈바꿈하는 결실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빠르게 복장자율화를 도입했다. 이 중 우리은행은 3번째다. 지방은행들도 지난해부터 자율복 근무제를 적극 시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가장 먼저 복장자율화를 택했다. 2018년 9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계도 기간을 두고 유니폼과 정장을 병행해서 입을 수 있게 했다. 같은 해 5월부터는 전면 자율화를 시행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차원에서 수평적 근무 문화와 직원 자율성 부분을 고려하기 위해 회사 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개선했다"며 "수평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위해서는 유니폼이 없는 게 좋다는 직원 의견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설문 및 계도기간 거쳐 시행...영업지점은 제한적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유니폼을 폐지했다. 남직원은 정장을 입되 노타이를 권하고, 여직원은 유니폼이 아닌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도록 변경했다. 이 역시 투표를 통해 직원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하나은행은 매주 금요일 지점을 제외한 본점 직원에 한해 캐주얼데이를 진행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유니폼 착용을 일시 중단했다. 갈아입을 때 탈의실에서 집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신한·우리·KB국민 은행 모두 업권 특성상 외부 접촉이 잦은 부서는 고객 응대에 적합한 복장과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아직 인식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은행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KDB산업은행만이 2018년 11월에 유니폼 입는 것을 없앴다. 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은 여전히 유니폼 제도가 남아 있다. 여사원만 유니폼을 입게 하는 것은 여성 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행원급 여직원의 유니폼을 없애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문화 정착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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