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한국 예술 산업 성장 주춧돌 '프로비넌스' 제대로 운영해야

  •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박지혜 박사과정
    입력 2020.07.01 11:15

    예술 업계가 ‘프로비넌스(provenance)’를 주목한다. ‘앞으로(forward)’라는 뜻의 ‘pro’에 ‘오다(come)’라는 뜻의 ‘ven’을 합친 단어로 뜻은 ‘기원’, ‘출처’, ‘유래’다.

    예술품 프로비넌스는 경매회사, 아트 딜러 및 갤러리, 소장자 등의 작품 거래 정보뿐만 아니라 갤러리 및 박물관의 전시 정보까지 ‘작품 전반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프로비넌스는 ‘예술품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 자료'로 쓸 수 있다.

    예술 업계에서 위작 시비는 매년, 끊임없이 일어난다.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 때 등록할 필요가 없고, 예술가의 권익 및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협회도 없어서다. 즉, 예술품 생산과 유통 과정 전반을 추적하고 증명할 수단이 없다. 예술가의 명단과 작품 등 ‘풀(Pool)’을 만들고 파악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예술품은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하지만, 예술가 본인도 예술품의 진위 여부를 쉽게 판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프로비넌스는 중요하다. 업계는 프로비넌스가 있는 예술품은 다시 판매될 때 가격을 평균 15%쯤 높인다고 분석한다.

    세계 예술 업계는 프로비넌스에 ▲영수증 및 판매 청구서 ▲과거 가치평가 관련 서류 ▲경매 카탈로그 ▲미술관 및 갤러리 전시 카탈로그 ▲과거 박물관 또는 기업의 컬렉션일 경우 매각을 나타내는 재고 번호 등의 문서를 포함한다.

    영수증 및 판매 청구서는 판매자가 예술품을 소유하고 있다는 증거, 나아가 구매자에게 예술품의 소유권이 이전되었다는 명확한 근거가 된다. 예술품 가치 평가는 보험, 세금 산정 등의 목적으로 이뤄지기에 가치평가 관련 서류는 예술품의 소유기간과 소유권을 증명한다.

    경매 카탈로그는 모든 이에게 공개되는 자료다. 소유 기간 혹은 판매 시점에서의 예술품 위치 및 소유권에 대한 객관적 지표로 쓸 수 있다. 재고 번호는 예술품 소유 기간 및 소장 위치 등을 파악하는 자료로 쓰인다.

    예술품은 거래에 앞서 진짜 예술품임을 ‘증명’해야 한다.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외 예술 시장 관계자들은 ‘프로비넌스를 보기 전까지 절대 예술품을 응찰하거나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프로비넌스를 공개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전 소유주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 이전 소유주와의 접촉을 막아야 한다, 비밀 유지가 필요하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댄다.

    이는 ‘프로비넌스를 공개했을 때의 리스크가 구매자에게 주는 불확실성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상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프로비넌스를 보여주지 않는 예술품 거래에는 대개 위작 시비가 걸린다. 심지어 존재하지도 않는 예술품을 거래하려 하는 이들도 있다.

    프로비넌스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진 세계 시장과 달리, 한국에서는 프로비넌스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구매자조차 프로비넌스를 확인하지 못하거나, 프로비넌스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 구매자가 확인 절차 없이 선뜻 예술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프로비넌스를 제공하는 경매회사 및 갤러리도 있다. 하지만, 몇십장 이상의 서류로 다양한 정보를 담은 세계 시장의 프로비넌스와 달리, 한국 프로비넌스는 ‘개인 소장’이라는 네글자, 혹은 한두줄뿐인 빈약한 정보만 담는다. 예술품 경매 후 결과에도 프로비넌스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

    한국 예술 업계가 프로비넌스를 공개하지 않는 것, 그 이전에 프로비넌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논의조차 거의 하지 않는 지금이 매우 안타깝다.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시대 상황에 발맞춰 한국 예술 업계도 프로비넌스 데이터를 제대로 만들고 개방하고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예술품 거래 시장을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

    예술품 프로비넌스는 탈세와 위작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자, 예술 시장 팽창 및 산업 성장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