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 '관치'와 '신자유주의' 최악의 조합에 기업만 신음"

입력 2020.07.14 06:00

<포스트 코로나를 말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하)

대기업 ‘관치', 중소기업 ‘신자유주의’
자율성에 창의성까지 다 빼앗겨
고민 많이 한 기업 판단 존중 좀!
‘노동유연안전성’ 접근해 저항 줄여야
사회안전망 고려없는 막 퍼주기 곤란
‘전략적 모호성’? ‘전략 없다’는 말
원칙 없으면 다른 나라 신뢰만 잃어
AI 정말 걱정, 정부 데이터부터 확 풀어야
‘문제해결정치’ 끝내 ‘이미지정치’ 이길 것

코로나 대유행(팬데믹)이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개인일상부터 국제질서까지 구석구석 변화를 몰고 왔다. 그 이전의 세상으로 절대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언제 끝날지 몰라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당장 2차 팬데믹을 걱정할 판이다.
그래도 코로나 종식 이후(포스트 코로나)를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맷집을 키우고 체질을 바꿔야 달라진 새 질서에 적응하고 살아남는다. IT조선은 통찰력이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그 생존비법을 찾아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첫 순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기업인이고 의사다. 그가 코로나 이후 세상 변화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고, 대안도 제시해 주리라는 기대 속에 만났다. 대화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13일 상편에 이어)

-산업구조 개편을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코로나가 다 할 판입니다.

"산업구조 개편을 그대로 놔두면 바뀌는 게 없습니다. 지금 정부가 뉴딜을 얘기합니다만, 뉴딜에 필요한 게 ‘3R’이 아닙니까? 구호(Relief), 복구(Recovery), 개혁(Reform) 이 세 가지요. 지금은 첫번째 R 정도에 그친 수준입니다. 사실은 개혁까지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경제산업구조에 굉장히 문제가 많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작년 경제성장률 2% 중 세금으로 1.5% 성장했어요. 실제로는 0.5% 성장밖에 안 됐습니다. 기저질환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코로나까지 맞이해 더 힘들어집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잘못해 기저질환을 만든 걸 덮어놓고, 모든 걸 코로나 탓만 합니다.

기저질환이 없었다고 하고 가면 어떻게 개혁이 되겠습니까? 뭘 잘못했는지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선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담론 자체가 엉터리가 아닙니까? 세상에 그걸로 경제 성장한 나라는 없습니다. 지난 3년간 실패했다는 결과가 있는데 여전히 고집하고 바꾸지 않으니 나아질 수 없습니다.

정부정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예전부터 문제가 많습니다. ‘관치경제’라고 하는 학자도 있고. 최근에는 ‘신자유주의’가 들어와 문제를 양산한다고 하는 학자도 있는데 둘 다 틀렸습니다. 벤처기업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대기업은 완전 관치경제입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심지어 대기업을 망하게도 합니다. 거기서 정치자금을 다 받아먹고. 그 대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간 불공정 거래는 그냥 놔둡니다. 여긴 완전히 그냥 신자유주의적으로요. 이런 최악의 조합이 우리나라에 존재하리라고 외국에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합니다.

스탠포드 경영대학에서도 이야기를 해보면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니 해법도 안 나오죠. 우리나라 언론이 학자들을 인터뷰합니다만, 이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오는 해법을 적용해 봤자 효과도 없습니다. 진단이 안 돼 있으니까요.

대기업은 자율성을 빼앗기고 중소벤처기업은 총체적으로 다 빼앗긴 것입니다. 다시 자율성을 부여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장이 공정경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 사례의 상징성이 큰데요.

80년대 초반, 대형컴퓨터만 만들던 IBM이 PC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PC가 대단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하드웨어(칩)인텔에, 소프트웨어(운영체제)마이크로소프트(MS)에 아웃소싱을 했죠. 지금 인텔과 MS가 IBM을 추월했고요. 이것이 제대로 된 산업구조입니다. 미국을 세계 1위로 만든 힘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실력만 있으면 벤처가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는 구조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박람회나 전시회가 있잖아요. CES(미국), IFA(독일), MWC(스페인) 등에 가보면 중국이 인상적입니다. 10년 정도 다녀 봤는데 조그만 부스로 있다가 매년 커지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웨이 같은 중국기업이요. 작년에 입구에서 보니 부스 끝이 안보이더라요. (화웨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중국 대기업이 생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삼성과 LG 뿐입니다.

역동적인 구조는 대기업에도 좋습니다. 그래야 긴장하고 실력으로 계속 위치를 지키려고 하죠. 공정 경쟁이 되어 언제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는 구조는 기존 대기업에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국가 전체적으로도요. 이런 경제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Key)입니다.

정치를 처음 시작했던 이유 중 하나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 만들어야 미래가 있지, 아니면 젊은이들의 미래가 없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이 없으면 여전히 ‘구시대의 막내’로 머물게 됩니다. 몇몇 대통령들이 ‘새시대의 장남’이라고 해야 하나(?), 새시대를 처음 열어가겠다 했는데요. 그일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새시대 여는 대통령입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막히자 나온 것이 혁신경제인데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이재웅 전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이 "이 정부에 혁신은 없다"라고 말했어요. 이 한마디로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혁신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없습니다. 혁신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국가주의적 시각을 버리고 기업이나 개인에게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기존에 이들을 얽맨 규제를 완전히 제거하는 역할도 있고요. 두 가지가 없으면 혁신은 없습니다."

-규제 개혁과 아울러 노동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습니다.

"저는 ‘노동유연성’보다 ‘노동유연안전성’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습니다. ‘플렉시큐리티’요. 저 나름대로 고민해보니 ‘유연성’(플렉서빌리티:Flexibility))과 ‘안정성’(시큐리티:Security) 둘 다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노동유연성만 만들려고 하면 사람들이 절대로 협력하지 않습니다. 당장 직업이 없으면 굶어 죽는 상황이 되잖아요. 우리나라에 아무런 사회적 안전장치가 있지 않다보니까요. 국가가 안전망을 만들어가면서 노동유연성도 함께 조금씩 진전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아마 이 첫번째를 지금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맞추고 있는 듯해요.

저는 ‘어떻게 해야 비정규직을 안정적이고 지금보다 더 대우를 많이 받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하는 게 더욱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봅니다.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고요. ‘플랫폼 노동자’란 말이 있잖아요.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세계 노동의 흐름이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필요할 때마다 고용한 임시·계약직과 같은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일반화하는 경제) 쪽으로 갑니다. 거기서는 지금 우리가 볼 때 어떤 한 회사에 고용된 것보다 오히려 여러 형태로 자기 재능을 발휘하는 영역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보면 됩니다.

지금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아지는 쪽으로 세계가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걸 정규직화하려고 노력을 하죠.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나왔습니다. 현 정부 들어 비정규직이 더 많아졌습니다. 비정규직이 지금처럼 불안정하고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기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성과를 얻습니다. 세계적인 흐름과 미래를 볼 때 맞는 방향이고요."

-안 대표는 그간 줄기차게 ‘사회안전망’을 외쳤죠. 최근엔 기본소득도 얘기하셨는데요.

"저는 복지제도와 사회적 안전망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롤스(John Rawls)정의론(正義論:A Theory of Justice)에 입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뭐 복잡한 것 아닙니다. 사회경제적인 격차를 허용하는 상황에서는 사회적으로 가장 힘든 사람부터 우선 도와주는 것이 정의에 부합합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적용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 입장에서 보면 지금 현재 우리나라 제도들의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OECD국가 중 세금을 거둬 다시 분배하는 자체로 소득 격차를 줄이는 효과로 우리나라가 꼴찌입니다. 제도 자체도 문제입니다. 국민연금을 예로 들죠. 국민연금은 소득격차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강화시킨다고 봅니다. 1~10분위 소득을 보면 제일 높은 상위의 가입률이 90%에 달합니다. 국민연금이 낸 돈보다 받는 돈이 많은 건데, 소득이 낮으면 가입률이 낮습니다. 빈부격차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죠. 이 상태에서 정부여당이 납부한도를 올리자고 하는데 맞지 않습니다. 납부한도를 올리면 많이 버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내고 결과적으로 더 많이 가져갑니다.

정부는 오히려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을 납부할 돈도 없는 사람들, 여러 복지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돕는 데 먼저 써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 재난구호지원금도 지금 당장 고통받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고 끝까지, 계속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표를 의식한 건지 미래통합당까지도 찬성하는 걸 보고 경악했습니다. 제대로 된 신념과 철학이 있으면 이렇게 못합니다.

현 국가재정이 좋지 않습니다. 국가 부채비율 40% 원칙도 박근혜 정권 때 그렇게 비판했던 현 대통령이 지금은 ‘40%를 넘는 게 뭐가 잘못이냐’라고 합니다. 지금 인류가 겪지 못한 심각한 코로나 상황이라는 점에서 여러가지 쓸 수 있는 방법을 다 써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효과적으로 쓰일지 아무런 검토도 없이 무조건 퍼주기식으로 가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닙니다. 미국(달러), EU(유로), 중국(위안), 일본(엔) 자국 화폐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축통화국도 아닌 나라가 유럽 수준으로 올린다? 그렇게 되면 우리 신용등급이 당장 떨어집니다. 이때부터 시작입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거기에 따라 이자율 높아지는 건 물론이고 외국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다시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IMF때 경험했지 않습니까?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가 유로를 쓰는 나라 기준에 맞추고 아직 괜찮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첨예합니다. 우리나라가 어떤 행보를 취해야 할까요?

"정부 고민을 이해합니다. 두 나라와 잘 지내는 게 제일 좋죠. 그런데 상황이 점점 그렇게 되고 있지 않습니다. 결국 본격적인 4차산업혁명시대 패권전쟁으로 가면서 심각하게 부닥치고 있습니다.
지금 패권전쟁에 본격 돌입했고 더 심해지면 심해지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현실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거기에 따른 원칙 세워야 합니다. 여기에 따른 전략들도 나와야 해요. 그런데 전략이 없습니다. 누구는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설명하던데. 전략 자체가 없으니까 우왕좌왕하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어느 쪽도 아니고, 원칙도 없어 보입니다. 일단 원칙을 세우고 그걸 가지고 설명하면 다른 나라가 마음에 들진 않아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원칙이) 없으니 문제입니다. 냉정한 현실분석, 원칙과 전략을 세우는 게 정부여당의 역할입니다.

두번째로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합니다. 사실 외교관계에 있어 야당에 이견이 있느냐, 아니면 모두 다 통일돼 있느냐에 따라 다른 국가와 외교적 협상을 할 때 굉장히 큰 차이가 납니다. 야당이 국익에 반하는 걸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협조를 요청해서 이 위기를 극복해야죠. 야당을 활용해 외교에 써먹는 지혜가 없다는 게 지금 정부 여당에 아쉬운 대목입니다.

세번째로는, 특히 무역과 산업, 기업이 관련된 쪽에서 기업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글로벌 기업이 많이 생겼습니다. 기업은 지금 당장의 이익도 이익이지만 이게 만약 보안 문제가 되면 미국 시장을 잃을 것이라 판단할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 돌파구를 찾을 기회가 있을 수도 있고 하니 종합적인 고민을 합니다. 이익 관점에서요. 일단 이런 기업의 판단과 입장을 정부가 존중하고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았을 때 긴밀하게 서로 소통해서 활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라가 앞서 결정하기보다는요. 훨씬 더 정보망도 넓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게 기업 아닙니까?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요. 홍콩보안법만 해도 그렇습니다.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가치와 위배되고 우리 민주주의 체제와도 맞지 않는 그런 것이잖아요. 이런 것에 대해 원칙을 가지고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밝혀야지,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도 못 하고 이렇게 하는 것 자체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사안 별로 우리 원칙대로 손해가 나더라도 원칙을 지키면 다른 나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업 생각과 정부 생각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 입장을 존중하지만 국가적으로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되는 경우를 기업이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선택과 판단을 존중하면서 함께 의논하고 이러한 우려도 전달해 결국 하나의 대응 방법 전략 수립하는 게 맞습니다."

-지금 기업과 정부간 소통 잘 되고 있다고 봅니까?

"지금도 일방적인 관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사람과 사람도 그렇고, 기업과 정부도 상대적 관계가 아니겠어요? 일단은 소통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기업은 ‘말해봐야 듣지도 않을 텐데’ 하는 이런 시니컬한 입장이 아닐까요? 불이익을 받을까봐 그걸 대놓고 말하지도 못하죠. 법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퍼진 상황입니다. 이런 것부터 불식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마침 코로나 위기는 세계의 위기이자 우리나라 전체 위기 아닙니까? 정부가 기업에 이럴 때야말로 심기일전해서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 ‘듣겠다’, ‘가능한 것 최대한 반영하려고 하겠다’ 이런 전향적 자세를 갖고 설득할 굉장히 좋은 때입니다."

-경영과 노동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정부가 조정역할을 잘 해야 합니다. 욕을 들어야 하면 듣고, 그러면서 대안도 제시하고요. 정부가 법률과 제도와 돈(예산) 등 여러 수단이 많지 않습니까? 이런 걸 통해 양쪽 다 설득해야 합니다. 이런 위기 상황을 같이 극복하도록요."

-4차산업혁명 패권 다툼이 치열합니다. 우리 기업이 잘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AI)도 그렇고요.

"AI는 가장 우려되는 분야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미 너무 많이 뒤처져 (격차가)조금만 더 벌어지면 따라잡기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2017년께 중국에도 뒤져 지금은 따라잡기가 힘들어 보이는 상황인데 앞으로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문제입니다. 정부가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제가 최근 광주과기원에 가서 몇 가지 지적한 게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시대 핵심이 AI인데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야 한다고요.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인력 양성데이터, 산업화요. AI는 데이터를 먹고 삽니다. 어떻게 하면 이걸 산업화하고 경제적으로 성과 낼 수 있게 만들지도 고민해야죠. 셋 다 지금 위기입니다.

얼마 전에 중국 바이두가 3년간 AI 엔지니어 1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했습니다. 한 회사가요. 우리는 AI 대학원 전부 다 모아도 1년에 450명입니다. 인력으로 게임이 안 됩니다. 예산도 마찬가지입니다. AI 대학원 예산이 천억원 규모에요. 얼마전에 미국 MIT에서 대학원 만든다고 하면서 1조원 예산을 책정했답니다. 우리나라 대학 전체 예산이 한 대학보다 못합니다. 말도 안 됩니다. 인력 양성이 얼마나 시급한지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민간은 못 합니다.

두번째 데이터인데요. 결국 중국이 AI에서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보는 것 중의 하나도 방대한 데이터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데이터 규제 이전에 데이터 공개 자체가 안 됩니다. 제일 큰 문제입니다. 정부가 사실 좋은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요. 인구센서스부터 전국 토양 등 여러가지 데이터들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항 이외에는 공개하는 게 맞습니다. 미국도 하고 있고 계속 더 노력하고 공개합니다. 이게 민간에서 발전하는 씨앗이 됩니다. 데이터 핵심 중의 핵심이 정부데이터인데 정부가 이를 내줄 생각이 없습니다. 기껏 한다고 내놓은 게 데이터청입니다. 야당에서도 찬성한다고 해서 과연 정신이 있나 생각했습니다.

정부 데이터를 공개하려면 각 부처들이 말을 듣도록 총리나 대통령이 나서야 합니다. 정부부처 밑에 단독 청 하나 있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희생양을 만들려고 데이터청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잘 안되면 청장 자르는 식으로요. 세월이 지나면 우리나라 경쟁력이 뒤처지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대통령이 알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절대 안 바뀝니다.

구글이라는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세요? 검색엔진 가치는 15%, 데이터 가치가 85%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미 세상은 데이터 가치가 다른 어떤 것보다 큰 세상이 됐는데 우리 정부 의사결정자는 옛날 세상에 삽니다. 인공지능하면 기술개발에만 돈을 쏟아붓는 식이죠. 어떻게 하면 데이터 공개를 활성화시키고, 프라이버시 침해요소를 최소화하면서 활성화할지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세상이 바뀐 것도 모릅니다.

세번째는 산업화인데요. 이미 말했듯이 거기에 맞게 새로운 창업을 활성화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 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과제입니다. 기존 글로벌 기업인 대기업은 잘하게 놔두고 어떻게 할 건가. 그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살펴야죠. 하나도 안된다? 그러면 미래 없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대할 게 없어요."

-정부가 예산을 많이 투입해 ‘데이터 라벨링’(사람이 만든 각종 데이터를 AI가 인식할 수 있도록 재가공)이라는 사업을 하던데요.

"방향을 맞는 쪽으로 잡았죠. 그런데 무엇보다 기본은 정부 데이터 공개입니다. 이것부터 해야 합니다. 데이터청이 아니라 총리실이나 대통령이 직접 지휘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국민들이 신뢰를 못 하잖아요, 정부를. 데이터 공개는 정부 신뢰도를 높이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액션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것부터 하고 정부 데이터와 민간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프라이버시는 보호하면서, 산업적인 측면에서 AI 발전을 위해 쓸 수 있을 것인가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데이터 3법으로 부족합니다. 허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걸 지금부터라도 계속 고쳐나가는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중요한 화두 중 하나입니다."

-얘기를 듣다 보니 걱정만 더 커집니다.

"제가 말씀드린 답은 이미 다 있습니다. 이걸 하면 되는 건데요. 아직도 옛날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그것만 파고 있습니다. 기술보다 데이터가 더 중요한 시대를 사는 것을 모르고 옛날 사고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기술 연구개발(R&D)에 돈을 얼마 주고’ 하는 식이죠."

-세대를 교체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모르면 고집이라도 안 피워야 하는데, 가장 최악의 조합이 무능과 고집의 조합 아닙니까? 그러면 국가가 파탄납니다. 세대교체에는 같은 생각입니다. 저도 50대입니다만, 지금 50대가 활약하는 것과 비교해 30~40대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은 사회구조가 돼 버렸습니다. 이런 사회구조를 만든 50대 중 한 사람이니 책임감을 느낍니다. 3040세대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 많이 만드는 게 50대들이 해야할 일이죠.

정치권은 더 심합니다. 사회는 그래도 30~40대가 일하는 환경 아닙니까? 삼성같은 대기업의 임원 나이가 갈수록 젊어지고 이런 경향을 보입니다. 정치권이 잘 안되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정치권이 모든 그런 권력 다 가지고 군림하는 구조인데 하향평준화시키는 셈이죠."

-이달 말, 한 리더십 강의 프로그램(콘라드아데나워재단 리더십 프로그램)김종인 미래통합당 대표와 함께 연사로 나오신다고요.

"독일 막스플랑크에 있었으니 아데나워재단에 관심이 많고요. 리더십 강의는 늘 관심사입니다. 좋은 사람 육성하고 청년 교육하는 것이라면 어디에서 어떤 요청이든 강의를 갑니다. 김종인 대표와는 날짜가 다른 것으로 압니다."

-독일에 계셨는데 한국이 배울 게 있던가요?

"굉장히 많습니다. 책으로 쓸 정도로 많아요. 독일은 2차대전을 겪으며 여러가지로 깨달은 게 많기도 하지만 사실에 근거한 판단, 과학적인 문제해결 능력, 이런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메르켈 총리도 물리학 박사입니다. 그냥 인기영합주의적인 이미지정치가 아니라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합니다. 이게 독일을 유럽 제1국가로 끌어올린 원동력입니다. 통일이 될 때만 해도 힘들었는데 30년 지난 지금 EU 최고의 국가가 된 원동력 자체가 이런 사고방식에서 나왔습니다.

독일 국민의 공동체 의식도 정말 투철합니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서주겠다고 도와줍니다. 이 사람들 사고방식은 나도 피해를 당할 수 있고, 도움도 받을 거라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유럽 국가라고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어느 나라는 교통사고가 나면 다 달아난다고 해요. 독일에 가서 이런 게 국가경쟁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과학적 사고방식과 사실에 근거한 판단, 공동체 의식 이런 게 모두를 살리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번에 대구에서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휘한 공동체 의식. 이런 것을 잘 살려야 한다고 봅니다. ‘금모으기 운동’을 했을 때도 그랬죠. 국민은 이런 모습을 보이는데 정작 정치권은 오히려 국민을 나누고 갈라놓아 분열시키니 이런 것(공동체의식)이 없어집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치의 역할은 뭘까요?

"이코노미스트 커버스토리가 한 얘기입니다.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시스템에 가상의 충격을 줘 나오는 반응을 점검한다는 뜻의 IT용어이나 정치,경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쓰임)를 하는 것 같다고요. 국가간 실력 차이가 뚜렷해질 것입니다. 저는 이미지 정치보다 문제해결 정치가 돋보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진행 과정을 보니까 생각과 달리 인기영합주의 정치가 오히려 더 극성을 부리네요.

코로나를 극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 않습니까? 내년 하반기라고 해도 이제 한 5분의 1이나 4분의 1 정도 왔나요? 아직 갈 길 먼데 그 끝 무렵에 가면 그때야말로 ‘인기영합주의’나 또는 순간적인 ‘이미지 정치’보다 제대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우리나라가 살 수 있는 길입니다."

대담: 신화수 IT조선 취재본부장
정리: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