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수혜주' 몸집 키우는 게이밍 기어 시장

입력 2020.08.02 06:31 | 수정 2020.08.02 19:00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산업 분야 전반이 침체 분위기지만, 오히려 활기를 띠는 분야도 있다. 게임 관련 시장도 그중 하나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여가를 위한 게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게이밍 기어(게임용 주변기기)’ 시장도 덩달아 떠오르는 분위기다. 중소·중견기업의 주 무대였던 이 시장에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더니, 이제는 고가 명품 브랜드까지 시장에 뛰어들며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모양새다.

10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의 등장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G9’ / 삼성전자
지난해만 해도 생소한 중소 브랜드의 게이밍 모니터 제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며 시장을 이끌었지만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PC 업계에 발을 걸친 중견 기업은 물론, HP와 레노버, 델 등 글로벌 PC 제조사들까지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가성비 가전’으로 유명한 샤오미까지 뛰어들었을 정도로, 소위 춘추전국시대다.

단순히 스펙과 성능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지면서 기술과 실력을 갖춘 제조사들은 처음부터 더욱 차별화된 사양과 기능, 디자인을 갖춘 프리미엄급 게이밍 노트북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삼성과 LG도 그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6월 프리미엄급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Odyssey) G9’를 정식 출시했다. CES 2020 혁신상을 받은 이 제품은 27인치 QHD 모니터 2대를 나란히 붙인 것과 같은 32:9 비율의 49인치 모니터다. 1000R 곡률의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업계 최상급 수준인 최대 240㎐의 고 주사율을 지원, 각종 게임 화면을 물 흐르듯 부드럽고 깨끗하게 표시한다. 동급 최상급 모니터인 만큼, 가격도 어지간한 PC 본체 한 대 가격인 190만원에 달한다.

LG전자 역시 동급 최고 사양의 게이밍 모니터인 ‘울트라기어 27GN950’를 최근 출시했다. 삼성 제품보다는 화면 크기가 작은 27인치에 불과하지만, 업계 최초로 이 크기에서 4K UHD 해상도(3840x2160)와 144㎐의 고 주사율을 지원하는 IPS 패널을 탑재해 화제가 된 제품이다. 응답속도, 주사율, 패널 특성 등의 한계로 WQHD 해상도(2560x1440)에 머물던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 본격적인 ‘4K’ 시대를 열 제품으로 꼽힌다. 이 제품 역시 비슷한 크기의 일반 게이밍 모니터보다 3배~4배 비싼 109만원이라는 가격에 출시됐다.

LG전자의 업계 최초 27인치 4K 144㎐ 게이밍 모니터 ‘울트라기어 27GN950’ / LG전자
양사가 정확한 판매량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두 제품 모두 10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정보 공유가 활발한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주사율 100㎐ 이상 게이밍 모니터용 패널 예상 출하량은 1210만여 개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37%나 뛰어오른 규모로, 코로나19 시대 급증한 게임 수요가 적잖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소비 시장 위축 및 패널 과잉 공급으로 출하량이 감소한 TV용 패널과는 정 반대 양상이다. 그만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를 추구하는 브랜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수백만 원대 ‘게이밍 의자’ 등장…글로벌 명품 브랜드도 뛰어들어

실내에서 장시간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편안한 자세’ 유지를 위한 게이밍 의자 시장도 덩달아 성장 중이다. 한국에서도 게이밍 주변기기 전문 브랜드 제닉스를 필두로 다양한 게이밍 브랜드, 가구 브랜드가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이제는 글로벌 명품 가구 브랜드까지 게이밍 의자 시장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사무용 의자 하나가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으로 유명한 미국의 고급 가구 브랜드 허먼 밀러(Herman Miller)는 최근 글로벌 주변기기 브랜드 로지텍과 손잡고 게이밍 의자 라인업인 ‘엠바디 게이밍 체어’ 시리즈를 선보였다. 공식 출하가만 218만4000원으로, 현재 시장에서 주로 팔리는 게이밍 의자 제품군의 거의 9배~10배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다. 특유의 디자인, 인체공학적 설계, 차별화된 신소재 등으로 기존의 게임용 의자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다고 강조한다.

허먼 밀러의 게이밍 의자 ‘엠바디 게이밍 체어’와 게이밍 책상 제품 / 허먼 밀러
독일의 저명 의자 브랜드 노블체어(noblechairs)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마찬가지로 고급 소재와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한 제품으로, 일반 게이밍 의자의 2배쯤인 50만원~60만원대의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게이밍 주변기기라 해도 일단 ‘가구’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데다, 실제 몸과 밀착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점, 이미 일반 가구 시장에서도 수많은 고가 명품 브랜드가 존재하고 있는 점에서 불붙기 시작한 게이밍 의자의 ‘고급화’는 빠르게 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는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게이밍 의자 시장 규모는 7130만달러(848억8265만원) 규모로 커질 것이며, 연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 조사 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도 게이밍 의자 수요가 높은 호주와 아시아 지역 수요가 전체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각의 조사 자료에 포함된 글로벌 규모의 제조사 수만 20여개가 넘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계속될수록, 책상을 비롯한 다른 가구와 헤드셋, 스피커, 마이크 등 음향 장비 분야에서도 고급화 및 프리미엄 브랜드 진출이 가속될 전망이다. 각종 명품 브랜드 광고에 출연하는 유명 e스포츠 스타를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시대다. 다른 산업 분야의 침체를 딛고 게이밍 주변기기 시장이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