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먹거리로 주목 받았던 공유경제(Sharing)와 구독서비스(Subscription)가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적자폭은 커져만 간다. 구독서비스도 기대와 달리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알파벳 ‘S’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2016년 당시 다임러 그룹 회장이던 디터 제체는 미래 자동차 시장 전략을 ‘케이스(CASE)’로 요약했다. ‘케이스(CASE)’는 연결성(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ed&Service), 전기구동(Electric drive) 등의 앞글자를 따 만든 신조어다. 제체 전 회장의 발언 이후 특히 공유 부문에 대한 모빌리티 업계의 투자 및 사업확장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카셰어링, 시장 지지 받았지만
코로나19 이후 보건문제로 이용자 급감

 (왼쪽부터)우버와 리프트 앱 실행화면 / IT조선 DB
(왼쪽부터)우버와 리프트 앱 실행화면 / IT조선 DB
3일 IG뱅크 등 미국 현지 외신들은 차량호출 플랫폼 기업 우버가 2분기 14억달러(한화 약 1조67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버는 올 1분기에도 29억4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의 손실을 보고했다. 우버는 6일(미 현지시각)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우버는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개인 승용차를 공유,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의 주력사업은 1분기 글로벌 이용자가 80% 급감했다. 회사는 5월까지 6700명에 달하는 직원을 감원했다.

글로벌 호출서비스 2위 기업 리프트 역시 지난 1분기 3억9810만달러(4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IPO 관련 세금, 각종 보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1분기 손실은 2억1150만 달러(2500억원)에 달했다. 우버와 마찬가지로 리프트 역시 2분기 실적전망이 어둡다.

세계 1·2위 업체들조차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모빌리티 환경이 이동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가 없다는 이야기다.

4월 GM의 자회사 메이븐 철수는 자동차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메이븐은 2016년 GM이 야심차게 선보인 자동차 공유(카셰어링) 서비스다. 한때 ‘자동차계의 에어비엔비’로 불릴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미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용률이 급감하며 결국 사업을 접었다.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피해사례도 속속 보고된다. 중국 공유자전거 기업 오포(ofo)가 대표적이다. 오포는 2017년 ‘누구나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를 앞세워 중국 최대 공유 자전거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한때 오포는 중국 내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손꼽혔지만 불과 2년만에 20억위안(약 3400억 원)이 넘는 부채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적어도 1500만명의 사용자가 오포의 보증금 반환을 기다린다. 한 사용자당 99위안(1만7000원)을 받아야 한다고 추산하면 관련 채무만 15억위안(2600억원)에 이른다. 협력사들이 받지 못한 대금 등도 5억위안(8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구독서비스, 공유 대안으로 부상
고비용 등 시장 불확실성 여전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소비자들이 보건상의 문제로 공유를 꺼리고, 보건당국에서도 안전규제가 강화되면서 케이스(CASE)의 ‘S’가 공유경제(Sharing)에서 구독서비스(Subscription)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내비오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자동차 구독서비스 시장 규모는 78억8000만달러(9조4100억원)다. 2018년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25년 글로벌 신차 수요의 20%를 구독서비스가 차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그리기도 했다.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꿈의 서비스’라 불릴 정도로 장점이 많다. 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여러 대의 차를 바꿔가며 탈 수 있다. 자동차 업체 중 포르쉐, 벤츠, 아우디, 볼보 등 제조사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독자 브랜드의 구독서비스를 출시했다. 현대기아차도 미국과 한국에서 구독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대형 렌터카 업체들도 구독서비스 사업에 눈독을 들인다. 국내에선 쏘카 등 카셰어링 업체들도 시범적으로 구독서비스를 운영한다.

일부 고급차 브랜드들의 성공 사례도 보고된다. 포르쉐의 구독서비스 ‘패스포트’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기준 월 3100달러(370만원)을 지불하면 대부분의 포르쉐 차를 바꿔가며 탈 수 있다. 월 이용료가 일반 리스나 장기렌트보다 비싸지만, 회사는 다양한 포르쉐를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며 세를 확장해나간다.

하지만 카셰어링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기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2016~2018년 앞다퉈 출시했던 구독 서비스들은 당초 계획과 달리 규모가 축소된 것이 대부분이다. ‘BMW 엑세스’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 중이다. ‘캐딜락 북’도 최근 로스앤젤레스와 달라스에서 철수했다. ‘케어 바이 볼보’는 한때 한국 출시설이 돌 정도로 적극적인 확장세를 보였지만 현재 잠잠한 상태다.

 현대자동차 구독서비스 ‘현대셀렉션’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구독서비스 ‘현대셀렉션’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그룹은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차 각 브랜드별로 국내서 구독서비스를 운영한다. 차종별 조합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적용한다. 현대셀렉션 프리미엄의 경우 월 99만원을 지불하면 그랜저, 싼타페, 팰리세이드, 쏘나타, 투싼, 아반떼, 베뉴 중 월 2회 차를 바꿔가며 탈 수 있는 식이다.

현대차그룹의 시도에 소비자 관심은 높지만 직접적인 성과로 이어졌다고 보긴 어려운 단계다. 기아차 구독서비스의 경우 2019년 런칭 후 올 3월까지 누적 이용자가 200여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현대차그룹의 구독서비스를 두고 신규 사업 아이템이라기보다 신차 알리기를 위한 마케팅적 접근으로 보는 배경이다.

박재용 박사(자동차 칼럼니스트)는 "현재 나와있는 공유경제가 실제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소유 없이 이동서비스가 필요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남이 소유한 차를 함께 쓰려는 욕구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다"라며 "구독서비스의 경우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비용이 너무 비싼데다 내 차를 소유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던 것이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