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이어 美, 日 함께 우리나라도 AI 기상예보 시도
현재 성능은 약 84%…도입 시점은 ‘조율중’

기상청이 기상예보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 역대급 일기예보 오보 불명예를 씻어낼지 주목된다.

12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기상청은 일기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AI 기상예보 보좌관 '알파웨더'를 개발중이다. 적용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앞서 국립기상과학원은 '인공지능예보연구팀'을 신설했다.

알파웨더는 예보관의 예보생산과정을 학습하는 AI다. 기상 분야에서 인공지능 개발 시점은 세계적으로 빠르다. 본격적으로 기상예보에 AI 접목을 시도한 나라는 2017년 독일이다. 올해는 미국 기상청도 연구에 나섰고, 일본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도 뒤지지 않은 셈이다.

 알파웨더를 개발 중인 국립기상과학원.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했다. /국립기상과학원
알파웨더를 개발 중인 국립기상과학원.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했다. /국립기상과학원
구글, IBM 등 거대 IT기업과 대부분 기상청은 인류에 가장 영향이 큰 '강수 예측'에 AI 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알파웨더도 마찬가지다. 현재 알파웨더 성능은 예비관 대비 약 84%로 알려졌다.

연구를 시작한 지 1년 가량 지났다. 84% 정도 성능이면 실전에 투입할 법도 하다. 하지만 알파웨더 실전 투입 기준은 최소 '안정적인 90%'다. 최종적으로는 100% 이상이 목표다. 최근에는 알파웨더 학습 범위를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면 성능이 10~14%정도 오르는 것을 확인해, 한반도 전체를 지역별로 학습하는 모델도 고려 중이다.

알파웨더의 궁극적인 목표는 예보관이 믿을 수 있는 AI다.

이혜숙 인공지능예보연구팀 팀장은 "인공지능이 기후를 다 예측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평범한 기후는 AI가 주도적으로 맡고, 예보관은 위험 이상 기후를 집중해서 분석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소통에 집중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현재는 한 명의 예보관이 시간마다 날씨 해설도 하고 수십만 데이터도 확인해야 한다"며 "태풍 등 이상기후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면 처리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후예측 AI 한계, 학계-정부 협업으로 해결책 모색

머신러닝 기반 학습 모델인 기후예측 AI는 태생적 한계점이 크게 2가지 생긴다.
기후예측 AI는 과거 날씨로 학습한다. 따라서 과거와 다른 이상 기후에서는 안정적인 결과물을 기대하기 힘들다. 실제로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우였지만, 작년 같은 기간 강수량은 없다시피 한다. 이런 경우, AI 모델 성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이스트와 협업하고 있다. 카이스트 교수진은 매년 달라지는 기후 불확실성까지 AI 모델에 반영하는 방법을 제안했고, 함께 개발 중이다.

 알파웨더는 머신러닝 기반 학습에서 오는 태생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립기상과학원
알파웨더는 머신러닝 기반 학습에서 오는 태생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립기상과학원
또 다른 문제는 머신러닝의 '블랙박스'다.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한 AI는 좋은 결과물을 내놓지만, 왜 좋은 결과물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블랙박스인 셈이다.

하지만 날씨예측을 위한 AI에겐 치명적 부분이다. 예보관이 AI가 내놓은 결과를 참고하기 위해서는 판단 근거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강남구에 20% 확률로 비 온다’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설명가능 AI(XAI)'를 알파웨더에 적용할 예정이다. XAI는 근거를 파악할 수 있는 AI로, 예보관은 알파웨더 결과에 관한 근거를 예보에 참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공개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다고 알려졌다.

"예측말고도 쓸 곳 많아" AI는 기상 데이터 시대 마중물

인공지능예보연구팀은 기후예측 AI 외에도 AI를 다양한 방향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빅데이터를 위한 도구는 물론, 기상 데이터 활용 저변 확대에도 나선다.

현재 기상청은 자연법칙을 기초로 하는 '수치모델'로 기상을 예측하고 있다. 모델을 위한 관측 데이터는 지구 전체를 10km 격자점으로 나눠서 얻고 있다. 정밀한 기상 예측을 위해서는 격자점 간격을 줄이면 된다. 이 격자점 간격을 반으로 줄이면, 컴퓨터 파워는 8배 좋아져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로 격자점 간격을 줄이기 힘들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AI 연구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국립기상과학원
장기적인 관점에서 AI 연구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국립기상과학원
연구팀은 AI가 기상 수치 모델의 복잡한 계산을 학습해 연산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미국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만약 AI가 빠르고 정확하게 연산한다면, 별도 컴퓨터 업그레이드 없이도 수배의 효율을 얻어낼 수 있게 된다. 기후 예측 AI가 아닌 AI를 통해서도 더 정밀한 기상 예측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비전문가도 기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상 데이터 세트와 간단한 AI도 공개할 예정이다. 기상 데이터는 수많은 측정 데이터로 이뤄져 있어 전문 지식 없이 이해하기는 힘들다. 비전문가가 AI를 기후예측에 활용하는 것은 더 어렵다.

이혜숙 팀장은 "관측 기상데이터 기반 학습데이터 세트와 함께 간단한 알고리즘도 제공할 것"라며 "누구나 기후 데이터 활용을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연구팀이 먼저 진입장벽을 낮춰, AI인재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런 그들의 계획에는 커다란 난관이 있다. 인공지능예보연구팀이 실험적으로 2021년까지 2년간 운영되는 벤처형 조직이라는 점이다. 올해처럼 갑자기 내린 호우로 큰 피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AI R&D가 필요한 시점이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