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기업, 연예인 아닌 실력으로 승부하자

입력 2020.11.27 06:00

최근 신작을 내놓는 게임업체들이 연예인을 기용, 게임 광고를 찍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게임 자체를 알리기보다 연예인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게임 업계 일각과 이용자들은 연예인을 기용한 스타 마케팅 경쟁이 결국 게임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게임 기업이 개발 및 홍보 실력을 쌓는 것이 아니라 스타 마케팅에만 급급하면, 소형·인디게임사가 성장할 수 없고, 이용자에게도 외면받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스타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면 소형·인디게임사는 자본 싸움에서 밀려 빛을 볼 기회조차 잃을 것이다. 실제로 취재중 만난 한 인디게임기업 대표는 "이제는 게임성보다 스타 마케팅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아쉬워했다.

앞서 그는 참신한 게임 아이디어를 앞세워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상을 받았다. 덕분에 세계 누적 다운로드수 1000만회를 기록한 성공작도 만들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게임성이 아니라 스타 마케팅이 주목받는다’고 이야기한 것은 메시지가 크다.

게임성을 앞세워 승부하려던 청년 게임 사업가가 자본과 스타 마케팅의 벽 앞에서 무너지는 일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이용자도 피로해진다. 이미 많은 이들이 ‘연예인 + 중국산 게임 = 양산형 게임’, 이어 ‘연예인 = 양산형 게임’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산 게임이든 중국산 게임이든 연예인만 앞세운 스타 마케팅에 반감을 드러낸다.

한 게임 커뮤니티에서 게임 이용자가 연예인 활용 마케팅을 비판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게임 커뮤니티를 보면 이용자들이 스타 마케팅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게임 광고에서 콘텐츠나 내용을 보고 싶은데 연예인만 등장해 실망이다", "연예인을 앞세워 광고하는 게임은 대부분 양산형 게임이다"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업계의 발전을 막고 이용자도 꺼리는 스타 마케팅에 왜 게임 기업은 열을 올릴까. 눈에 보이는 숫자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데 급급해서다.

스타 마케팅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게임 다운로드수와 매출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효과는 있다. 그래서 많은 게임 기업이 브랜드를 만들고 인지도를 쌓을 때 스타 마케팅을 쓴다. 스타 마케팅에 쓴 비용을 토대로 게임 다운로드와 매출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측정하는 공식도 있다.

하지만, 단기간 매출을 올리자고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스타 마케팅만 펼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용자는 스타 마케팅에 실망했다. 이 사례가 늘어날수록 스타 마케팅의 효과 자체가 나빠질 것이다.

결국, 게임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스타 마케팅이 아닌, 게임성과 실력을 앞세워 승부하는 풍조가 게임 업계에 자리잡아야 한다.

당장 모든 스타 마케팅을 없애라는 조언은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연예인을 활용하더라도 그 이유와 목적을 모두 ‘이용자 위주’로 짜야 한다. 연예인을 기용하면 얼마나 성과를 거두느냐 하는 산술 계산 대신, 연예인과 함께 이용자에게 어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연예인과 함께 광고뿐 아니라 배경음악(OST), 웹 드라마 등 ‘게임 콘텐츠’를 만든 것이 추천할 만한 사례다. 연예인의 재능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자연스레 게임에 녹여서 이용자를 즐겁게 하는 방법이다.

게임 기업은 연예인 광고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편의와 재미를 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게임 생태계도, 새로운 게임 업계 주자도, 이용자도 만족하게 만들 방법이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