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종합무역상사인 LG상사와 건축자재·인테리어 제조사인 LG하우시스 등 계열사를 분리하며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구 고문은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2년 전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전 회장의 동생이다.

LG는 계열사인 LG상사와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와 LG MMA 등 4개사에 대한 출자를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가칭 ‘LG신설지주’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26일 발표했다. LG신설지주가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LG상사 산하의 판토스 등을 손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이다.

분할 비율은 LG 0.912대 LG신설지주 0.088이다. 2021년 3월 26일 주주총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치면 5월 1일자로 2개 지주회사로 재편된다.

구광모 LG 회장(왼쪽)·구본무 LG 고문/ LG
구광모 LG 회장(왼쪽)·구본무 LG 고문/ LG
내년 5월 1일 LG신설지주 분할…구광모 회장, 3년 사업구조 재편 일단락

LG신설지주는 새로운 이사진에 의한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한다.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로 구본준 LG 고문(대표이사)와 송치호 LG상사 고문(대표이사) 박장수 LG 재경팀 전무를 내정했다. 사외이사는 김경석 전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강대형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를 내정했다.

LG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 격화 및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영역을 전문화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분할 후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에 역량과 자원 집중하고 신설 지주회사는 새로운 이사진에 의한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하며, 성장 잠재력 있는 사업회사들을 주력기업으로 육성해 각각 지주사와 사업회사들의 기업가치 극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LG는 2018년 구 회장 취임 후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연료전지, 수처리, LCD 편광판 등 비핵심 사업은 매각 등 축소했고 배터리, 대형 OLED, 자동차 전장 등의 성장동력은 강화해 왔다. 이번 분할이 완료되면 3년 동안의 사업 구조 재편 작업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LG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선진형 지배구조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는 사업 영역과 경영관리역량을 전문화해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했다"며 "향후 계열분리 추진 시 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하게 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 방향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 고문이 상사, 하우시스 등 비핵심 계열을 중심으로 한 분리에 나서는 것은 LG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을 온전히 보존하며 지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선대부터 이어온 LG그룹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LG는 그동안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장남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고, 선대 회장의 아우들은 사업을 들고 계열 분리하는 관행을 지켜왔다.

2021년 5월 1일 분할 절차가 완료되면 기존 LG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회사분할 후 LG 91주, 신설 지주회사는 재상장 주식 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액면가액을 1000원으로 정함에 따라 44주를 각각 교부받는다. 소수점 이하 단주는 재상장 초일의 종가로 환산해 현금으로 지급받게 된다. 분할 전후 존속 및 신설회사의 주주구성은 동일하다.

분할 후 존속회사 LG는 발행주식 총수 1억6032만2613주, 자산 9조7798억원, 자본 9조3889억원, 부채 3909억원, 부채비율 4.2%가 된다. 신설 지주회사는 발행주식 총수 7774만5975주, 자산 9133억원, 자본 9108억원, 부채 25억원, 부채비율 0.3%의 재무구조를 유지한다.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조선일보DB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조선일보DB
LG, 전자·화학·통신 신성장 동력 확보…신설 지주사, 전문·전업화로 사업 집중력 향상

분할 후 존속 및 신설지주회사는 각 주력사업에 대한 전문화와 역량 및 자원 집중, 경영관리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 성장성을 높임으로써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

존속회사 LG는 핵심사업인 전자(가전·디스플레이·자동차 전장), 화학(석유화학·배터리·바이오), 통신서비스(5G·IT)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고객가치를 선제 창출하고, 디지털/온라인 신기술을 접목해 사업모델을 혁신한다.

핵심사업 중 가전, 대형 OLED, 전지 등은 경쟁 우위 제고를 통해 일등 지위를 공고히 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온라인 기술과 혁신 사업모델을 접목해 기업가치를 제고한다.

미래 사업 영역에서는 배터리 재활용 및 대여 등 메가트랜드 관점의 혁신 사업, 인공지능(AI), 5G, 소프트웨어 역량, 바이오 및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고객가치를 극대화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신설 지주회사는 전문화 및 전업화에 기반해 사업 집중력을 높인다.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성장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와 사업모델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신설 지주회사 산하의 자원개발 및 인프라(LG상사), 물류(판토스),시스템반도체 설계 (실리콘웍스), 건축자재(LG하우시스) 및 기초소재(LG MMA) 사업은 해당 산업 내 경쟁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 분할을 계기로 외부 사업 확대 및 다양한 사업기회 발굴을 통해 주력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LG상사는 중점사업으로 육성 중인 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거래물량 및 생산성을 강화한다. 헬스케어 및 친환경 분야에서도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LG하우시스는 친환경 프리미엄인테리어 제품과 서비스로 사업을 차별화하고 B2C 사업 확대를 위한 유통 경쟁력 강화로 홈(Home) 등 공간 관련 고부가 토털 인테리어 서비스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실리콘웍스, 판토스, LG MMA 등은 디지털화, 비대면 트렌드에 맞게 다각화된 사업 및 고객 포트폴리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로 육성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고 성장을 가속화한다.

LG 관계자는 "신설 지주회사는 산하 사업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 및
M&A 기회를 모색하고, 기업공개 등 외부 자본 시장을 활용할 것이다"라며 "소규모 지주회사 체제의 강점을 살려 시장 및 고객 변화에 유연 대응이 가능한 외부 협력 및 인재 육성 체제,애자일(민첩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