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이어 우리 軍도 AI 준비 마쳐

주요 군사 강국들이 인공지능(AI)을 미래 전략 무기로 키우는 가운데 우리 군도 AI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미 공군은 AI 기반 무인 조종기 운용 기술을 개발 중이고, 중국 공산당은 ‘군대의 인공지능화’를 목표로 세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0년 12월 새로운 형태의 무기 개발을 강조하며 AI를 언급했다.

4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군부대가 AI 도입 준비를 마쳤다. 무기 제어 관련 AI로 어떤 것을 활용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준비 과정을 거친 것으로 확인된다. 국방부는 2017년 국방개혁 2.0을 통해 AI 도입을 명문화 했고, 정부는 2019년 AI 국가전략 발표를 통해 지능형 플랫폼과 지휘체계 지원기능 개발을 담은 '국방 AI' 상황을 공개했다.

지능형 전장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모습 / 한화시스템
지능형 전장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모습 / 한화시스템
지능형 플랫폼 구축 ISP(정보화전략계획)는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ISP는 국방 AI를 위한 플랫폼 개발을 골자로 한다. 세부 항목으로 AI기반 인재 관리 시스템, 지능형 해안감시체계를 위한 AI학습모델 개발, 장병 맞춤형 체력관리 시스템 구축 및 모의전 등이 있다.

2020년 7월 신산범 국방통합데이터센터장은 "ISP로 지능화된 스마트 국방 데이터 센터 구현할 것이다"며 "스마트국방 구현으로 국방경영 효율화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은 지능형 전장인식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4년간 15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서비스는 AI를 군 지휘체계에 적용하는 첫 사례다. AI는 수집된 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군과 우리 군의 전술을 해석해 다중 분석 결과를 지휘관에게 제공한다. 여기에 지휘관에게 맞는 작전 및 방책도 제안하고, 부대규모·지휘자 등 맞춤 전략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국군의무사에도 AI가 도입된다. 루닛, 투비코, 태영소프트는 국방부와 손잡고 폐질환 및 골절질환 관련 의료 솔루션을 개발해 제공한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군 의료기관 현장에 직접 사용될 예정이다.

경계 근무 역할은 AI가 맡는다. 군은 2020년 11월 북한 주민이 동부전선 철책을 넘는 모습을 열상감지 장비로 포착했지만 반나절이 넘도록 그를 붙잡지 못했다. 현재 도입된 과학화 감시 장비는 누군가가 확인을 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군은 AI 도입을 통해 한 단계 진화한 자동 감시 기술을 도입한다.

싸인텔레콤, 핀텔, 지디엘시스템 등 기업은 2020년부터 국방부와 손잡고 해양 경비를 위한 AI 개발을 진행했다. 해당 AI 기술은 선박, 사람, 비행기, 차량 등 5종 26가지 개체를 레이더나 감시카메라로 인식해 분류할 수 있다. 국방부는 해안경계력 강화를 위한 AI기반 감시카메라 보급에 올해 1968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국방부의 AI 장기 계획을 담은 '국방 인공지능(AI) 발전계획 수립연구'도 지난해 11월 마무리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으나 향후 군에 도입할 AI가 도움이 될 것이다"며 "국방부는 AI도입에 관심 크다. 여러 기관에서 하나씩 개발 및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기 제어 부문 관련 AI 도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AI기술이 유리한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다. AI가 95%확률로 맞다며 결과를 내놓지만, 실제와 틀린 경우도 있다"며 "해양경비시스템의 AI 정밀도 목표치는 80%에 그치는데, 이런 실수가 벌어질 경우 잘못하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