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사수’ 세종청사에 전국 PC방 업주 모여
"코로나 치사율 1%, 탁상행정 치사율 99%"

세종시 공무원들이 출근을 위해 빠른 발걸음으로 청사에 들어가는 가운데 보건복지부 주차장에는 삼상오오 사람들이 모였다. 전국에서 모인 PC방 업주들이다. PC방 영업 제한 등 정부 정책으로 가장 많이 피해를 본 지역은 수도권이지만, 업계 전체가 심각성에 동의하고 생존권을 위해 자발적으로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으로 집결했다.

광주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PC방 점주는 "광주는 수도권에 비하면 정부 정책에 의한 피해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PC방 전체의 아픔을 나누고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며 "점주들은 어려운 와중에도 시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말했다.

10시 무렵부터 이들은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한 조치다. 이들은 ‘무책임한 규제 반대, 영업제한 풀어달라’는 띠를 두르고 ‘침묵시위’를 시작했다. 큰 소리를 내고 정부를 규탄하거나 폭력을 사용하는 대신 조용한 시위 방식을 택했다. 표정에는 ‘생존권 사수’를 향한 비장함이 엿보였다. 이들은 피켓을 들고 추위와 싸우며 자리를 지켰다. 정부 영업제한 조치를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정부가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같은 시각 이상태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이사와 김기홍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대표 등은 중앙사고수습본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PC방은 안전한 시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직접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안전에 관한 근거자료를 마련했다.

보건복지부 앞에서 침묵 시위 중인 PC방 업주들의 모습 / 오시영 기자
보건복지부 앞에서 침묵 시위 중인 PC방 업주들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이들이 요구하는 건 ‘정상 영업’이다. 최근 정부가 카페나 헬스장에서 9시까지 실내 영업을 허용했는데, PC방에는 변화 없이 영업 가능 시간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PC방 업계는 손님 인증제, 소독제 배치, 칸막이, 환기 시설 등 방역 장치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안전하다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점주들은 "손님이 가장 많이 오는 시간이 9시 전인 다른 업종과는 달리 PC방은 오후 7시 이후에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며 "PC방 9시 이후 영업을 막는 것은 식당에 점심·저녁 시간을 빼고 영업하라는 것과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시위를 시작하기에 앞서 용품을 분배하는 PC방 점주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시위를 시작하기에 앞서 용품을 분배하는 PC방 점주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이날 시위에서는 한 자리에 모인 점주의 한탄과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정부가 PC방 업계와 소통하는 일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PC방 업계가 확보했던 정부와의 소통 채널이 최근 공무원 인사철이 지나면서 전부 끊긴 상황이다.

이상태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이사는 "지난해 8월 돌연 PC방이 고위험시설로 지정되면서 엄청난 피해를 봤다"며 "당시 중수본을 설득했는데, 최근 담당자가 전부 바뀌면서 오히려 ‘PC방이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이에 소통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들은 PC방에 와보지도 않고, 단지 부정적 인식만으로 규제하려고 한다"며 "이는 상당히 위험한 생각으로 그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위험시설 지정 전에는 1만개쯤이던 PC방이 위기를 못넘기고 폐업해 최근 6000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온다고 하는데 PC방 영업제한 조치를 계속하면 업주들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앞에 걸린 현수막 중 일부 / 오시영 기자
보건복지부 앞에 걸린 현수막 중 일부 / 오시영 기자
한편, 협동조합과 연합회는 중수본·문체부 면담에 이어 교육부에도 대화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개학 전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PC방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항의할 계획이다.

세종=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