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타트업 엔픽셀이 26일 수집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그랑사가’를 출시했다. 관전포인트는 이미 세븐나이츠2, 원신 등 비슷한 장르 대작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상황에서 그랑사가가 어떻게 타 게임과 차별화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다.

게임은 기사단 ‘그랑나이츠’ 여신이 내린 ‘그랑웨폰’의 힘을 활용해 세계를 지배하는 흑룡을 물리친 후 뿔뿔이 흩어진 세계가 배경이다. 그랑나이츠 해체 이후 소년 라스가 이끄는 기사단이 의문의 기사에게 쫓기는 소녀를 만나 겪는 모험 이야기를 담았다.

그랑사가 플레이 영상 / 오시영 기자, 노창호 PD

그랑사가 ‘연출’은 이용자 가장 눈길을 가장 잡아끄는 요소다. 시작과 동시에 기사단 ‘그랑나이츠’가 여신이 내린 무기인 ‘그랑웨폰’을 활용해 흑룡을 물리치는 컷신을 퀵 타임 이벤트(QTE)와 함께 볼 수 있다. 이후 게임 이야기를 진행할 때, 각 캐릭터, 그랑웨폰 등의 주요 대사를 풀보이스 더빙하는 방식으로 게임 몰입도를 높였다.

그랑사가는 게임 그래픽이나 서버 안정성 면에서 스타트업의 첫 작품답지 않게 매우 높은 퀄리티를 보였다. 인물부터 배경까지 모든 게임 내 그래픽 표현이 자연스러웠다. 출시 초기 많은 이용자가 몰렸음에도 서버렉 등 부정적인 이슈도 없다.

그랑사가는 수집형게임이지만 독특하게도 캐릭터를 라스가 이끄는 기사단 소속 6명만 마련했다. 출시 시점에 수십 종의 캐릭터를 출시하는 타 수집형 게임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용자는 라스 ▲기억을 잃은 채로 주인공 일행에게 구조돼 기사단에 합류한 세리아드 ▲듬직한 탱커 캐릭터 ▲장난끼 많은 천재 마법사 큐이 ▲오랜 용병 생활로 처신에 능한, 총잡이 나마리에 ▲직설적인 독설가 카르트 중 캐릭터 3종을 골라 기사단을 꾸릴 수 있다.

필드에서는 설정한 캐릭터 3종을 태그하며 전투할 수 있다. 태그 전투는 ‘원신’과 비슷하다. 캐릭터는 물, 불, 바람 등 각각 속성을 보유했다. 이용자는 적의 속성에 따라 맞춰 유리한 속성 캐릭터를 선택해 맞설 수 있다.

다만 원신처럼 속성을 바탕으로 지형과 상호작용하거나, 속성 간 연계 공격으로 더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 대신 ‘일반·궁극기술’만 있는 원신보다 훨씬 많은 스킬을 활용할 수 있고, 한 캐릭터를 활용하면서도 스킬의 종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드에 따라서는 캐릭터 3명이 동시에 출전하기도 한다. 이는 ‘세븐나이츠2’와 비슷한 방식이다. 이용자는 싸우고 있는 캐릭터를 번갈아 조종하면서 적의 위협적인 공격을 피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스킬을 맞춰야 한다. 혼자서 태그 기반 전투와 파티 기반 전투를 전부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은 신선하다.

하지만, 수집형 게임에서 캐릭터를 6종만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보통 수집형게임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이를 ‘뽑기’ 방식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팀은 향후 꾸준히 새 캐릭터를 출시할 계획을 밝혔으나 캐릭터는 수집 대상이 아니다.

엔픽셀은 대신 수집 요소로 ‘그랑웨폰’과 ‘아티팩트’를 마련했다. 그랑웨폰은 ‘여신이 내린, 의인화한 무기’로, 캐릭터의 전투 스타일과 활용 스킬을 큰 폭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그랑웨폰 별로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의 이펙트와 성능이 다른 것은 물론, ‘변신 그랑웨폰’을 활용하면 로봇에 탑승하거나 다른 캐릭터로 변신해 싸울 수도 있다. 아티팩트는 ‘패시브 스킬’같은 역할을 한다.

엔픽셀은 그랑웨폰·아티팩트의 속성, 이야기, 원화 등 세부 설정을 마련했다. 그랑웨폰은 세계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게임 메인스토리에서는 기사단 6명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탓에 주요 뽑기 요소에 대한 애착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신이 아닌 일반 그랑웨폰의 경우 실제로 인게임 플레이에서는 ‘해방 스킬’을 활용할 때 잠깐 원화가 컷신으로 등장하는 것 외에는 그랑웨폰이나 아티팩트의 설정이 주는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 결국 세부 설정보다는 그랑웨폰의 스킬을 활용했을 때의 이펙트, 아티팩트의 성능 등으로 얼마나 이용자 애착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