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수 포씨게이트 대표 인터뷰
비대면 수요 폭증에 전자처방 시장 기지개
"약사단체 동의가 관건…협력하면 폭발 성장"
"데이터 활용한 제 3의 서비스도 창출 가능"

"배달의민족이 음식 배달 문화를 활성화시켰듯 전자처방전이 도입만 되면 이 분야도 활성화될 겁니다. 특히 약국 내 고객 서비스를 더 확대해 죽어가는 동네약국을 살릴 수도 있습니다. 전자처방 데이터를 활용한 제3의 서비스를 창출하는 식으로 환자와 약국간 동 떨어진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기회의 바람’이 분다. 미국에선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내 건당 투자 규모와 투자 건수가 연일 기록을 갱신한다. 우리나라는 산업에 관심이 높아지지만, 관련 규제 미비 및 이해관계자 충돌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히 전자처방 분야는 더욱 그렇다.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넘치는데도 병원과 약사, 민간업체를 둘러싼 이해관계와 전자처방에 대한 법적 해석 미비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안광수 포씨게이트 대표/ 포씨게이트
안광수 포씨게이트 대표/ 포씨게이트
이런 가운데 모든 약국서 조제 가능한 QR코드 방식의 전자처방전 전송 시스템을 개발해 약사단체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곳이 있다. 2000년 설립 이후 20년 이상을 전자처방 분야 개척에만 몰두한 강소기업 ‘포씨게이트’다. 사원으로 시작해 2018년 대표직에 오른 안광수 포씨게이트 대표는 최근 IT조선과 인터뷰에서 "전자처방 전송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병원과 약국, 환자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안광수 대표는 병원의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관련 채널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진예약과 접수, 처방전 등 활동이 종이 형태가 아닌 모바일 알림톡 등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포씨게이트가 최근 QR 코드 방식의 범용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선보인 이유다.

약사는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처방전을 내려받을 수 있다. 별도 스캐너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또 환자는 어느 약국에서나 이를 제시해 약을 조제할 수 있다. 사전에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QR코드를 전송해 대기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안 대표는 코로나19로 기회가 찾아온만큼 약사단체와 하루라도 빨리 함께 전자처방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약사단체 우려를 세세하게 분석하고 해소해왔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전자처방 시스템은 결코 약사의 지갑을 얇게 만들지 않는다"며 "민간업체 입장에선 수수료 무료를 외친 상태고, 설령 수익화한다고 해도 매출을 환원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해결했다. 정부가 과거 전자처방전 활성화를 위해 시범사업에 활용했던 ‘공인전자문서 방법론’을 채택한 덕이다. 그는 "QR코드에는 환자 정보가 아닌 ‘처방 행위의 고유값’만 포함된다"며 "환자 데이터는 공인전자문서센터 등으로 보내지고, 약사가 QR코드를 스캔하면 공전소에서 데이터가 보내지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QR코드로 병원과 약국간 담합 우려도 해소했다. 그는 "QR코드 전자처방 시스템은 환자에게 약국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에 병원과 약국간 담합 우려도 줄어든다"며 "오히려 약국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환자 동네에 있는 약국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동네약국이 문전약국처럼 다양한 전문의약품을 취급해야 하는 등 물류적으로 해소돼야 할 부분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배달의민족처럼 커지면 약국이 결국 민간업체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한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결과만 놓고 보면 배달의민족은 음식 배달 문화를 활성화시켰기 때문에 종속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처방도 ‘비대면 처방 문화’ 자체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배달의민족이 식당 음식 배달뿐 아니라 마트 식재료 배달 등 신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예로 들며 "병원에서 전자처방을 내리면 약국은 환자 동의를 거쳐 처방 데이터를 활용해 제 3의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환자의 복약순응도 관리 등 새로운 헬스케어 시장을 개척해 이에 대한 관리 수가를 얻는 등의 신규 BM 창출을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자처방 관리 시스템이 약국에게 사실상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포씨게이트는 앞으로도 이같은 점을 피력하며 약사단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대표는 "올해 30~40개 종합병원에 전자처방 전송 시스템을 적용하려고 한다"며 "약사단체와는 꾸준한 소통으로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처방은 병원과 약국, 환자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혁신이다"라며 "모든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