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통신 사업에 집중하는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강화하고자 AI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이다. 2020년 말 AI 중심의 조직개편에 나선 것에 이어 올해는 관련 인력을 다수 채용하는 모습이다. 향후 이동통신 업계의 AI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SK텔레콤
1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다수 직군의 경력직을 채용한다. SK텔레콤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채용 공고를 통해 서울 중구 T타워와 경기 판교 사옥에 근무할 11개 경력 직군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채용 기간은 2~3월 말까지다.

11개 직군 중 10개 직군은 AI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AI 서비스 에이전트 3D 아티스트(모델링, 애니메이션 포함)와 딥러닝 알고리즘 엔지니어, 클라우드 시스템 엔지니어 등이다. SK텔레콤은 직군별로 세부 자격 요건은 다르지만 대체로 3~5년 이상의 유관 경력 등을 요구했다.

SK텔레콤은 세부 업무를 설명하는 안내 페이지에서 "SK텔레콤은 대규모 사용자에게 AI 기반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자 고효율 AI 연산 가속기 및 이를 활용한 클라우드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SKT, AI 경쟁력 강화해 빅테크 도약 꿈꾼다

SK텔레콤이 AI 경력 직군을 다수 채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최근 이동통신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바라보는 탈통신 사업 중심에 AI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역시 최근 몇 년간 주요 사업 과제로 AI를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1월 신년사에서 "AI가 회사의 모든 업무와 대고객 서비스 혁신의 기반이 돼야 한다"며 "AI 혁신으로 사랑받는 빅테크 기업이 되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서는 "모든 업무에 AI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의 이같은 의지는 조직 개편에서도 드러났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기존에 핵심 기술을 담당하던 조직을 AI 중심으로 재편했다. AI 서비스단은 AI&CO(Company)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소비자 편의를 돕는 AI 에이전트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도록 했다.

국산 AI 반도체를 처음 선보인 곳도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2019년 11월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자회사인 ADT캡스 등과 함께 사피온 기반의 AI 지능형 영상 보안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선보인 AI 반도체 사피온 X220 / SK텔레콤
SK텔레콤이 선보인 AI 반도체 사피온 X220 / SK텔레콤
"이통 업계 AI 인재 확보 경쟁 치열해진다"

업계는 SK텔레콤을 포함해 이통 3사의 이같은 AI 경쟁력 강화 움직임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 수요 대비 AI 인재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KRG의 김창훈 부사장은 "모두가 탈통신 사업의 첨병으로 AI, 빅데이터를 꼽는 상황이기에 이통 업계에서 관련 인력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향후 2~3년 동안은 이런 흐름이 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업계가 AI 인력 다수를 끌어모으는 추세에서 AI 인재가 많지 않다 보니 인력 확보 경쟁이 심화할 것이다"라며 "AI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단계에서 현업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을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