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영웅으로 남거나, 살아서 악당이 되거나." 인셉션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어떤 영웅도 영원히 영웅으로 남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사는 법에도 똑같이 대입할 수 있다. 시대의 가치관이 변함에 따라 영웅에 대한 정의가 바뀌는 것처럼 법에 대한 인식도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는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영웅에 해당했지만, 이제는 악당으로 입지가 바뀐 것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자동차는 1977년 개소세(당시 특별소비세)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세금 부과 대상이다. 개소세는 당시 사치성물품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발의됐다. 1977년에는 자동차를 사치 품목으로 봐도 무방했을 것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1977년 국내에 등록된 총 승용차 대수는 12만6000대다. 당시 인구가 3640만명 수준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인구 중 99%가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았다.

2021년 현재는 어떨까. 자동차 개소세가 40년 넘게 유지되는 동안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인구 상승 비율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 자동차 수는 2020년 어느덧 2436만대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인구는 5182만명이다. 국민 2명 중 1명이 자동차를 가졌다. 더이상 자동차를 ‘사치재'로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자동차 개소세는 이제 시대를 역행하는 법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동차가 국민 생활의 필수품이 됐는데,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당위성에 의문이 든다. 정부는 2018년부터 2년 넘게 ‘경기침체에 대응한 소비진작'을 명분으로 자동차 개소세 인하 방침을 이어왔다. 법을 바꾸는 대신 임시방편 정책만 폈다. 매년 자동차에 대한 과세 기준이 달라지며 조세형평성 조차 의문이 든다. 언제까지 자동차에 대한 개소세 폐지나 법 개정 없이 인공호흡기만 댈 것인지 모르겠다.

자동차 분야는 내연기관차를 넘어 미래차와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 개막이라는 새로운 조류를 만났다. 생활 필수품을 넘어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고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자동차 개소세 법이 ‘악당’의 법이 아닌 새로운 영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