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미래를 잡기 위한 선택 아닌 필수'

IT조선이 창간 13주년을 맞아 ‘AI 기술과 인재'를 주제로 톰 데이븐포트 뱁슨대 총장특임저명교수·이유택 보스턴대 교수(겸 우송대 미래대학 및 엔티컷 칼리지 학장)와 가진 특별 대담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두 교수는 인공지능(AI)이 코로나19로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AI 기술 및 활용에 뒤쳐진 기업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코로나19 위기의 시기 투자보다는 위험 회피가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AI 수준에서는 미국·중국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밀리지만 특유의 빠른 민관 사업 및 정책 실행력을 발휘하면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점을 언급됐다. 특히 한국이 경쟁력을 지닌 자동차·가전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경우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봤다. 김준배 IT조선 취재본부장 사회로 22일 화상으로 진행된 대담을 정리한다.

대담중인 이유택 교수(왼쪽)와 톰 데이븐포트 교수 / IT조선
대담중인 이유택 교수(왼쪽)와 톰 데이븐포트 교수 / IT조선
◇김준배 IT조선 취재본부장(사회)=산업계 AI가 큰 화두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언택트 환경도 AI 확산에 일조했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AI 분야를 이끄는 국가다. 현지 동향이 궁금하다.

◇톰 데이븐포트(뱁슨대 총장특임저명교수)=AI를 이미 대기업 40~50%가 채택했다. 금융서비스, 통신, 온라인 비즈니스, 소매 및 의료 등 데이터가 많은 산업계에서 AI를 가장 많이 활용한다. 다만 기업규모에 따라 편차는 존재한다. 기술 스타트업 이외에 여전히 상당수 중소기업은 아직 AI를 채택하지 못했다.

◇이유택(보스턴대 교수, 우송대 미래대학·엔티컷 칼리지 학장)= 미국의 많은 기업이 AI를 사용한다.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 발표를 보면 AI 채택 비중이 2015년 약 10% 에서 2017년 39%로 증가했고 최근에는 약 40~50%로 발표된다. 수준 차이가 있겠지만, 대기업들은 이미 절반 가량이 AI를 도입했다고 보면 된다.

◇사회=미국 기업의 투자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

◇이유택=빅데이터를 포함 AI에 5000만달러 이상 투자한 기업이 2018년 약 39.7%에서 지난해 64.8%로 증가했다. 2년 사이에 60%나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미국 기업들이 AI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산업계 AI채택 속도 더욱 거세져

◇사회=AI발전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코로나19는 AI 발전에 큰 동력이 됐다. 팬데믹 이후 AI 동향을 예상해보자.

톰 데이븐포트 교수
톰 데이븐포트 교수
◇톰 데이븐포트=대표적으로 변화의 흐름을 보이는 ‘의료’와 ‘제조’를 설명하겠다. 의료 분야는 다른 어떤 산업분야보다 AI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규제가 엄격하다. 이 영향으로 실험실 연구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임상 실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반면 제조업은 다르다. 미국 제조업계에서는 AI 채택이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현장 장비에 센서를 설치하고 있고 AI 적용을 위해 앞다퉈 다량의 데이터를 확보한다. AI 적용한 성과가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비대면 분야에서 시장을 빠르게 창출했다. 팬데믹으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사용하는 산업 전반의 백오피스 프로세스 자동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머신러닝과 결합해 시너지를 발생한다.

◇이유택=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 모두가 디지털화된 환경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건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전반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의 축적과 디지털 데이터 인프라의 구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데이븐포트 교수가 언급한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디지털 매개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생활에서도 디지털환경이 더욱 보편화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AI를 적용해서 가장 큰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혹은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적용했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수준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분야에서 AI 활용 관심이 증대되고 실제로 적용될 것이다.

AI에 나서지 않으면 경쟁력 약화 불가피

◇사회=코로나19라는 위기로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이 많다. 당연히 AI투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미래를 예측한다면.

◇톰 데이븐포트=시간이 지날수록 기업 경쟁력이 떨어져 점차 고객과 시장을 잃을 것이다. AI는 단기간에 따라 잡기가 힘든 기술이다. 상당한 투자와 시간 그리고 이를 기업 환경에 적용하기 위한 ‘학습’ 노력이 필요하다. AI를 잘 활용하는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분명 경쟁력을 보일 것이다.

◇이유택=공감한다. 지난해 말 매킨지 보고서를 보면 약 22% 기업들이 AI 활용을 통해 최소 약 5% 이상의 EBIT, 즉 이자 및 세전이익이 발생됐다고 한다. 데이븐포트 교수 언급처럼 AI는 단기간에 따라 잡거나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다. AI를 효과적으로 채택한 조직과 그렇게 하지 않은 조직의 격차는 점점 더 크고 빠르게 벌어진다. 특히 이전의 학습이 새로운 결과와 또 새로운 학습을 이끌어내는 AI의 기술 특성상 경쟁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사회=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미국과 중국이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나.

이유택 교수
이유택 교수
◇이유택=미국과 중국이 AI시대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의 AI에 대한 투자가 중국에 앞서 있었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AI 투자가 미국 정부의 투자에 비해 약 5~6배 정도 앞선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론 아직까지 미국 기업의 AI 투자는 중국과 비교해 규모가 월등히 높다.

◇톰 데이븐포트= 미국과 중국이 앞서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막대한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큰 규모의 디지털화된 회사들을 다수 보유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게다가 정부 차원에서도 AI에 많은 투자를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보다 더 많이 투자하는 것으로 안다. AI 기술도 보유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펼치고 있으니 다른 나라가 추격하기 쉽지 않다.

미·중 AI 패권 경쟁 아직은 가능성 크지 않아

◇사회=미중간 AI 패권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나.

◇톰 데이븐포트=중국만의 특이점이라면 아무래도 ‘안면 인식’과 같은 일부 영역에서 규제 장벽이 낮다. 이는 데이터 확보에서 용이할 수 있다.이런 환경이 미국과 중국간 AI에서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고 할 수 없다.

◇이유택=데이터의 규모와 AI 인프라, 그리고 핵심기술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할수도 있겠지만, AI를 활용하여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하는데 있어서는 다른 국가도 가능성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가전 등 경쟁력 있는 분야에 AI 접목해야

◇사회=중요한 시각이다. 한국도 탄탄한 제조업을 중심으로 AI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한다. 한국이 AI시대 살아남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톰 데이븐포트=한국은 AI를 통해 두각을 나타낼 두 가지 핵심 산업이 있다. 바로 ‘자동차’ ‘가전’ 분야다. 두 산업 모두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AI가 필요하다. 특히 이 분야는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높다. AI를 접목해 강점을 살린다면 좋은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유택=동감한다. 자동차와 가전 모두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사용자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분야다. 단순히 제품에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관련 서비스 그리고 생산 측면에서도 AI 적용을 통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한국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전체 가치사슬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 빠른 정책 실행력 AI시대에도 충분히 가능

◇사회=한국이 AI 시대 경쟁력을 지니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제안해 달라.

◇톰 데이븐포트=한국 정부가 펼치는 ‘디지털 뉴딜’과 ‘데이터 댐’은 AI시대 도움이 될 좋은 프로젝트다. 규제샌드박스, 인재육성을 포함한 스타트업 지원도 좋은 아이디어다. 한국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 정책 실행력을 보유한다. 이 능력과 자원을 AI에 접목 하면 산업계가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유택=많은 국가들이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한다. 한국 정부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기본적으로 AI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프라, 우수 인적자원, 그리고 규제 관련된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하게 고려할 부분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탄력적이면서도 지속성 있는 정책이 마련되고 실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美, 우수 인재 산업체 이동으로 AI인재 양성 어려워

◇사회=이제 주제를 대학 인재 양성으로 바꾸겠다. 한국에서는 기업들의 AI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고조되면서 인력난이 상당하다. 미국의 상황이 궁금하다.

◇이유택=미국 역시 AI 관련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AI와 관련된 각각의 핵심 기술 분야에서 인력난이 상당한데 이러한 기술을 연결시키고 생활 또는 사업에 접목시킬수 있는 인력도 매우 부족하다.

◇톰 데이븐포트=미국에는 AI 인력난 해소를 위해 데이터 과학 및 분석 분야의 많은 대학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대부분 석사 과정이다. 하지만 연구 중심의 고급 AI 박사 과정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들 인재 대부분은 빅테크 기업에 고용됐다. 다만 응용 AI 분야 경우 박사 과정 수준이 아닌 석사 과정 학생도 잘해낸다.

김준배 취재본부장
김준배 취재본부장
AI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획인력 양성 중요

◇사회=’AI 인재’라면 막연하다. 미래 경쟁력을 지닐 AI 인재상을 소개한다면.

◇톰 데이븐포트=크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있는 고급 AI 지향 데이터 과학자다. 그리고 훈련 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을 위해 데이터를 큐레이팅하고 통합할 수 있는 데이터 엔지니어, 마지막으로 앞에서 이유택 교수가 언급한 바와 같이 비즈니스와 AI의 언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고 AI 제품 관리를 총괄기획 할 수 있는 사람을 꼽고 싶다. 이들 가운데 세번째 언급한 기획자가 중요하다. 자동화된 기계 학습은 기술력이 낮은 사람도 머신러닝 모델을 훨씬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이유택= 동의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언급한 기술 혹은 관리 능력에 추가적으로 AI기술이 우리 사회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추가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사회=AI시대 대학 교육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수 AI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대학의 올바른 변화 방향을 제시한다면.

◇톰 데이븐포트=대학이 AI를 수용하는데 느리다. 여기에는 가르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빼 놓을 수 없다. 이것이 우수 AI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장애가 된다. 이는 인재들이 대학을 떠나 산업계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학부 및 석사 프로그램도 많지 없다. 대부분은 진정한 AI가 아닌 분석 중심이다. 아마도 정부는 대학에서 AI 연구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여 교수진과 신입 박사가 그곳에 머물고 더 많은 학생을 훈련시킬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유택=교육현장에 있다보니 이것이 중요한 숙제다. AI를 가르쳐야 하는데 정작 대학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온라인 강의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반이 나누어질 정도였다. AI 교육은 기초적인 기술교육과 함께 실제 세상에서 어떻게 적용될것인지를 복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프로젝트 기반 교육 그리고 플립러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효과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산학협력이 절실하다. 데이븐포트 교수께서 언급한 정부 지원으로 산학이 함께 협력한다면 더 많은 우수 인재를 대학에서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화상 대담 모습. 위 왼쪽부터 김준배 IT조선 취재본부장, 이유택 교수, 톰 데이븐포트 교수 / IT조선
화상 대담 모습. 위 왼쪽부터 김준배 IT조선 취재본부장, 이유택 교수, 톰 데이븐포트 교수 / IT조선
AI인재 양성 프로그램 운영 국가 다수

◇사회=좋은 지적이다. AI 인재 양성을 위한 정부 지원 방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톰 데이븐포트=어느 나라든 정부 지원은 인재 양성에 큰 힘이 된다. 예를 들자면 정부지원의 AI 박사과정 프로그램을 만드는것도 좋은 지원방안이 될 것이다.

◇이유택=실제로 싱가포르 그리고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정부 지원으로 AI 분야 박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속속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도 AI가 절실한 대기업들이 박사과정 재원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기업 지원 속도가 느리다면 정부에서 먼저 지원을 시작해 체계적으로 인재를 배출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동시에 기초적인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인력도 필요하지만, AI의 적용과 응용분야에서는 이미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실무인력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된다. 평생교육이나 정부지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서 AI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고, 그 기술을 해당 분야에 적용할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인력을 많이 배출하는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든다.

톰 데이븐포트 교수는
기업가정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로 불리는 뱁슨칼리지(대학) 총장특임저명교수(President’s Distinguished Professor)이자 옥스포드대 객원교수다. MIT이니셔티브 연구원과 딜로이트컨설팅 AI부문 선임고문도 맡고 있다. ‘AI 어드밴티지' 등 20권 전문서를 출간했고 하버드비지니스 리뷰를 포함한 다수의 기사, 300개 이상의 칼럼을 기고 했다. 컨설팅매거진 선정 글로벌 25인 컨설턴트로 선정됐고, 지프-데이비스 매거진에서는 IT분야 영향력 있는 100인, 포춘지에서는 세계 50인 경영학 분야 최고 교수로 꼽았다.

이유택 교수는
보스턴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 올해 우송대에서 AI 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대학장과 엔디컷 국제대학장으로 취임했다. 삼성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보스턴대에서 경영정보학 석사, 경영학 석사, 그리고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뱁슨대 최초의 한국인 교수로 한국에 기업가정신 분야 기초를 다지는데 공헌했다. 한국, 미국, 중국, 독일 등 다수의 국가에서 품질관리와 제조업 혁신 분야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미국 품질관리협회 공인 식스시그마 블랙벨트와 미국 말콤볼드리지상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