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고령친화 금융대책’이 제자리걸음이다. 그사이 IT기술을 접목한 금융상품은 더욱 복잡해지고 금융사기 수법도 교묘해진다. IT조선은 21일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 고령친화 금융대책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주요 선진국 사례 등을 들어봤다.
금융당국이 고령친화 금융대책의 일환으로 활성화하겠다던 이동형 점포도 운영이 제한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동형 버스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며 "재가동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중은행이 보유한 이동형 버스 수는 2대~8대 사이다. 전국을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언제 어디서 이동형 점포가 열리는지 고령층이 알기 위해선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와 같은 디지털 방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령친화 금융대책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김소영 교수는 금융당국의 고령친화 금융대책이 제자리걸음 하는 원인으로 적극성 부족을 꼽았다. 그는 "은행 오프라인 점포 폐쇄 시 사전 절차 강화와 우체국 등과의 창구 업무 제휴 강화, 고령자 전용 모바일 금융 앱 도입 등 고령친화 금융대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이 이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고령층이 많아 이들을 직접 겨냥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예컨대 이동형 점포를 구축하고자 하면 고령인구가 자주 가는 동선부터 파악하고 정기적으로 정해진 시일에 점포를 열어야 하는데 이같은 사전 작업을 충분히 했는지 의문이다"라며 "코로나19로 이동형 점포 운영에도 제한이 있고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이동형 점포를 늘리라고 은행에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의지를 보여 시청이나 동사무소와 같은 공공기관의 유휴 공간을 임대해놓고 각 은행에 자원을 조금씩 투자하기를 요청해 오프라인 공동 점포를 운영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상징후를 인지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고령자에게 알리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후견인 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도입하기는 했지만, 고령 금융 서비스와 잘 연계돼 있지 않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자를 위한 금융상품 다양화·은퇴 후 디지털금융 교육 연계 필요
김소영 교수는 현재 고령자를 위한 금융상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직장에서 은퇴할 때 디지털금융 교육을 즉시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고령층을 위한 금융 상품 개발과 보급, 교육을 통해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고령자는 따로 수입이 없기 때문에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방안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고령자의 보유자산을 종합적으로 운용·관리해 고령층에 필요한 현금 흐름을 확보해주는 방안과 상속, 재산권 이전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탁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미국, 일본 등에는 유언신탁, 증여신탁 서비스 등 다양한 신탁이 존재한다"며 "우리나라도 고령자를 위한 고령자 친화 신탁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