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A는 베트남 독자들로부터 지속적 사이버불링을 당한 이후, 우울증이 심해져 2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개X, 창녀’ 등 욕설이 들어도 익숙할 정도다. 그는 한달만에 6kg이 빠졌다.

#웹툰 작가 B는 자신을 비난하는 욕으로 도배된 메시지가 인터넷상 ‘밈'처럼 유포돼 자포자기한 상태다. ‘죽어라'는 메시지를 받는 것은 물론, 살해 협박도 받는다.

국내 웹툰 작가들이 해외 독자들로부터 ‘사이버 불링(온라인 학대)’ 공격을 받으면서 피해가 쌓이고 있다. 각종 욕설과 함께 계정 해킹 위험 등에 지속 시달리면서 우울증을 앓는 작가들의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해 답답함을 호소한다.

사이버불링을 겪는 작가들/서울웹툰작가노동조합 제공
사이버불링을 겪는 작가들/서울웹툰작가노동조합 제공
6일 서울웹툰작가노동조합에 따르면 해외 독자들의 사이버 불링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웹툰 작가가 늘고 있다. 작가들이 직접 불법 업로더들에게 작품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해당 작품이 불법 사이트에서 사라지자 이에 불만을 품은 해외 독자들이 해당 작가에게 서슴치 않고 욕설과 저주를 하기 때문이다.

이들 작가들이 직접 불법 업로더를 찾아 나선 것은 해외에서 한국 웹툰을 ‘불법 번역'해 유통하는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주로 스페인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한국 웹툰이 인기를 얻은 지역에서다.

사이버 불링을 가하는 독자들은 불법 번역을 지탄하는 작가를 향해 ‘배은망덕'하다거나 ‘인종차별자'라고 비난한다. 가난한 국가에서는 ‘무료 번역'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막아야 한다는 작가들의 주장이 인종차별적이라는 것이다. 또 자신들의 공격은 정당하다는 논리를 편다.

사이버 불링이 가장 심한 지역은 베트남이다. 베트남 불법 웹툰 소비 독자들은 ‘우리의 독서권을 보호해야 한다’거나 ‘불법 작품을 보지 말라는 건 가난한 이들은 작품을 감상하지 말라는 요구다’, ‘우리 덕분에 당신이 유명해진 것이다’라는 주장을 작가들에게 보내고 있다.

베트남에서 불법 번역가를 고소하겠단 트윗을 한 YD작가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 해킹 시도는 물론, 살해협박까지 지속 되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 계정 해킹은 기본이다"라며 "몇 달 째 ‘비치(bitch)' ‘창녀' 등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꾸준히 받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특히 베트남 현지 언론도 불법 소비 독자들의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베트남 매체 GAMEK는 "한국 웹툰 작가가 트위터를 통해 베트남 내 불법 번역가를 비판했다"며 "많은 불법 소비 독자들이 번역 행위를 옹호하면서, 작가를 욕하는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트남 독자들이 저작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라고 했다.

스페인도 사이버 불링이 유독 심한 지역이다. 이는 한 라틴계 틱톡 유명 크리에이터가 불법유통 근절을 촉구한 레진 코믹스 작가들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한 이후 더욱 심해졌다. 해당 크리에이터는 불법 복제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들의 트위터 계정을 공유하면서 작가들을 비난했다. 이후 스페인의 불법 소비 독자들은 계정이 공유된 작가들을 향해 비난 메시지를 전송하고 있다.

한 웹툰 작가는 "주변에 이런 피해를 호소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지만 마땅히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며 "저작권과 연결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