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안다는 착각이 대화를 망친다

입력 2021.09.15 06:00

[북리뷰]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귀는 두 개, 입은 하나다. 누군가는 많이 들으라는 의미에서 신이 그렇게 창조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간은 많은 시간을 듣는 데 사용한다. 다만 인간 대 인간의 ‘대화'가 아닌 이어폰을 통한 콘텐츠 ‘소비'에 더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저자 케이트 머피는 책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21세기북스)를 통해 "결과적으로 우리는 고질적인 외로움과 공허함에 시달리게 됐다"며 "디지털 자극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있어도 마음에 양분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런 자극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우리의 뼈와 살을 울릴 때 일어나는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뷰어인 저자가 말하는 최고의 대화 순간은 "놀라운 사실들을 드러내거나 폭로한 인터뷰가 아니라 본래 주제에서 벗어나 인간관계와 내밀한 신념, 공포증, 어린 시절의 사건 등과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빠져든 인터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기에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고 산만"하다. "누군가가 30초 이상 이야기를 하면 우리는 보통 고개를 숙이는데, 그건 상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문 기사를 읽거나 경기 스코어를 확인하거나 온라인 동향 등을 살피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이 자기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외로움을 일종의 공중보건 문제'로 간주하는데, 이는 "외로움과 소외감이 비만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률을 합한 것 이상으로 조기 사망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저자는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하루에 담배 14개를 피우는 것 이상"이라고 말한다.

사실 대화를 나누기 가장 어려운 사람은 가족이다. 그건 "상대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안다고 확신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일단 누군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면 그 공감대가 항상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듯하다"며 "일상적 교류와 활동은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를 미묘하게 변화시킨다. 따라서 듣기를 중단한다면 당신은 결국 상대방의 인격과 태도를 그릇된 방식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어 저자는 "누군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말은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그때 동원되는 주의력의 강도는 관계의 깊이와 수명을 결정 짓는다"며 "가까운 사람들을 아주 잘 안다는 안일함에 빠지는 것은,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낯선 사람을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라고 충고한다.

경청할 때는 듣는 태도가 매우 중요한데, 흔히 상대의 말을 의문형으로 되풀이하는 방식을 많이 이용한다. 상대의 말을 되풀이하며 "아~ 그렇구나"하는 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자신의 말을 다른 식으로 되풀이할 때보다 설명이나 평가가 담긴 말을 건넬 때 더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해고 당했다는 말에 "가족들에게 해고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그것 참 힘들겠네. 가족들 반응이 걱정되겠다"라고 첨언하는 식이다.

사실 상대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건 인질 협상의 경우에도 같은 맥락으로 적용되는데, 납치 사건을 다루는 위험 전문 컨설턴트로 근무하는 노에스너는 "중요한 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느낌"이라며 "실제로 인질협상 요원이 하는 일은 인질범의 관점을 이해하고자 애를 쓰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주변의 대다수 사람은 인질범보다 위험성이 낮다. 약간의 노력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성공하는 팀의 조건으로 "팀 구성원들의 발언 비율이 대략 비슷한" ‘대화 교대의 균등성'을 지목하며 다음의 사항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상대의 기분을 안다는 인상을 주는 것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것 ▲그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 ▲상대의 걱정거리를 축소시키는 것 ▲긍정성을 강요하거나 진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상대의 강인함을 칭찬하는 것.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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