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인터뷰] 이준석④ “가상자산 상장사기 횡행, 심사 주체 따로 둬야”

입력 2021.09.15 08:32 | 수정 2021.09.15 09:59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올바른 투자 환경을 위해 가상자산 상장 심사 주체를 따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상장 절차가 개선돼 업계 신뢰를 확보하면 산업으로 성장할 여지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한국거래소와 같이 가상자산 단일 호가창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장과 관련된 모든 형태의 사기 시도를 미리 차단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양심없는 가상자산 사업자’에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이들을 시장 육성의 걸림돌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또 가상자산 거래소(이하 거래소) 불법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켓메이킹’을 두고 인위적으로 가상자산 가격을 조정하고, 고객의 가상자산이나 예치금을 몰래 빼돌리는 행태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부상 코인, 땡겨쓴 코인, 거래량이 없는 코인, 뒷돈 주고 상장한 코인 등 상장과 관련된 일련의 사기 시도를 엄단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일정 수준의 거래량을 유지하는 등 안정적인 거래환경을 구축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사업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24일 특정금융법 유예기한 만료로 이른바 ‘빅4’를 제외한 대다수 중소사업자들이 폐업을 앞둔 데 따른 우려다.

이 대표는 거래소가 가상자산을 심사, 보관, 거래 등을 모두 관할하는 ‘올인원’ 구조를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실제 거래소의 불공정·불법 거래를 감시할 기관이나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 국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 국내 시장의 장점은.

"장점은 많은 국민이 가상자산 매매와 투자에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해도가 높다. 한계로는 과거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투자가 성행했던 코스닥처럼 투기 일변도로 사용되는 것이 안 좋은 인식을 낳게 했다는 점이다."

― 우리나라 국민이 투기성이 강하다는 평가가 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중반까지 선물 옵션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1위~3위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때 20% 이자율을 경험했다. 재형저축으로 자산을 불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장기를 겪은 국가 입장에서 지금 은행이나 채권의 안정적 수익률에 대해 많은 분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투기적 요소가 있는 자산으로 몰리는 경향성이 있다.

50·60대는 본인들이 20·30대 때 겪은 15~20% 이자율, 이런 채권수익률을 기대하면서 그 정도의 요구 수익률을 가진 투자자산을 찾아나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젊은 세대는 지금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것을 체험하면서 살아온 세대다. 위험도 높은 자산에 대해 약간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실제 투자도 하고 수익률도 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투자 원칙이 있다면.

"프로그래머로서 API를 이용한 자동투자를 해봤다.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트레이딩 모델을 구축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투자 스터디를 하지는 않는다. 수학적 지표만 본다."

― 지표란.

"일반적인 증권 분석에 사용되는 여러 지표가 있지만, 스스로 데이터를 가공하면서 만든 지표가 있다. 가격 변동성과 캔들 데이터가 바탕이다."

― 올바른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제도가 있다면.

"다수의 거래소가 마켓 메이커라는 조직을 통해 가수요를 호가창에 띄우고 있다. 거래소끼리 서비스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한국거래소가 있는 것처럼 단일 호가창을 운영할 수 있는 정도의 전통적 기관이 있어야 한다. 예탁결제원처럼 자산을 수탁할 수 있는 기관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상자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지금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 고객이 수탁한 자금을 운영자금으로 빼돌려 썼던 거래소들을 알고 있다. 사기에 가까운 행동이다. 그런 행위가 횡행한다는 게 우려스럽다."

― 증권시장과 같이 가상자산을 평가하는 코인신용평가 회사나 상장심사 기구가 필요하다고 보나.

"상장 심사가 특히 중요하다. 거래소가 상장 수수료를 받고 상장해주는 것은 리베이트이고 사기다. 상장 요건을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정하고 심사한다. 얼마나 많은 뒷돈이 오가는지 모르겠지만 이를 통해 상장시키고, 마켓 메이커를 통해 호가를 형성하는 모든 행위가 사기에 가깝다. 상장심사를 할 수 있는 주체가 어디가 될 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신뢰도 있는 거래소들끼리 협회를 만들어서 상장 주체를 따로 둬야 한다."

― 오는 24일 특정금융법 신고수리 유예기한이 만료된다. 중소거래소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가상자산을 상장한 거래소의 특징은 거래량이 거의 바닥인 가상자산이 많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다만 거래량이 일정 정도 유지될 수 있고 해외 거래소에 상장돼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가상자산을 상장한 곳은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 규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원화 입출금 계좌 개설을 은행이 규제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정부가 명확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만 은행 자율에 맡겨 놓을 게 아니다. 신고 요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은행의 자유 의지에 맡겨서 판단을 한다는 것은 사업을 영위하는 입장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다."

― 가상자산 사기 관련 제보 받은 내용 중 전달할 내용이 있는지.

"일화 하나를 소개하자면 친구가 소형 거래소를 인수하려고 했다. 실제 장부상 남아있는 가상자산 수와 지갑 속 남아있는 가상자산 수의 차이를 보고 기겁했다고 한다. 고객의 가상자산을 운영비로 쓰기 위해 팔고 나중에 가격이 급등해서 채워 넣지 못한 경우다. 매우 안타깝다."

대담=정재형 취재본부장,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이준석당대표 #이준석국민의힘대표 #이준석 #블록체인 #가상자산 #코인 #이준석비트코인 #이준석가상자산 #디지털화폐 #엘살바도르 #CBCD #가상자산거래소 #이준석가상자산
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