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5G의 역습

담배 연기가 죄악시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거리 곳곳은 물론 카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던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십수년 전 손석희 앵커는 방송 스튜디오 안에서 담배를 피다가 그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간접흡연 개념이 없었기에 공공연하게 일상 곳곳에서 흡연이 자행됐다. 하지만 담배 산업계는 1950년대부터 이미 간접흡연의 폐해를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그 사실을 알리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왜냐고. 공고하게 형성된 담배 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으니까. 『5G의 역습』(판미동)의 저자 조셉 머콜라 박사는 5G 통신기술 역시 그와 같은 사례라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현대 통신기술은 3G, 4G를 거쳐 5G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인터넷 속도를 빨라졌고, 삶은 편리해졌다. 5G의 빠른 속도는 파장 길이가 10mm보다 짧은 밀리미터파 주파수에 있다. 주파수가 짧은 만큼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른 속도로 전송해 대기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런 5G도 단점은 있다. 밀리미터파는 벽이나 나무 등 물리적 구조물에 쉽게 방해를 받기 때문에 안정성이 떨어진다. 또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으면 쉽게 흡수되기 때문에, 안정성을 높이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안테나를 필요로 한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자파에 민감한 전자파 과민증 환자는 전체 인구의 3%. 이들은 전자기장에 노출되면 두통, 불면증, 피로감, 심계항진, 따끔거림 등의 고통을 호소한다. 그외 사람들은 전자기파를 느끼지 못하는데, 무감각이 곧 무위험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전자기장이 주는 피해가 우리 의식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전자기장의 영향력이 보통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는 질병으로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우려한다. 그는 "뇌 암은 잠복기가 최소 10년"이라며 "이는 전자기장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에 관한 우려를 쉽게 무시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아울러 "4G와 5G의 차이점은 산속에 흐르는 계곡과 광대한 바다만큼이나 다르다. 5G는 지금 존재하는 무선 기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더해지기 때문"이라며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미생물, 곤충, 동물, 식물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미치는 장기간의 영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주파수가 만들어 내는 기하급수적인 전자기장 노출을 경험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전자기파에 취약한 어린이들에게 5G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예전보다 더욱 촘촘해진 기지국 탓에 전가기장의 그물망 안에 포위된 어린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저자는 "5G가 안겨다 주는 전반적인 위협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학교 반경 이내 5G 기지국 설치를 금지하는 등의 법제화가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위험성을 내포한 5G에 관한 우려가 왜 공론화되지 않는 것일까? 저자는 "기업들이 우리의 건강 대신 자신들의 이윤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이 이야기는 담배의 역사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 오늘날 무선 산업계처럼 담배 산업계도 담배가 생물학적 손상을 일으키고 건강에 위험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넘쳐났지만 침묵과 부정이라는 정책 뒤에 숨어 있었다. 담배 산업과 무선 산업 사이의 유사점을 알면, 휴대전화와 다른 무선 기기들의 사용을 재고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빨라진 다운로드 속도만큼 당신의 수명도 단축된다." 저자는 미국, 독일, 스위스 등의 국가가 5G에 저항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5G의 역습'에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