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점령한 K-불법웹툰 "불공정 계약이 문제 키웠다"

입력 2021.09.24 06:00

K웹툰의 불법 번역물이 해외 SNS 플랫폼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숏폼 영상 SNS인 틱톡 같은 플랫폼에도 웹툰을 재가공해 영상화한 기발한 유통 방식까지 등장했다. 이에 저작권자인 작가들이 직접 불법 콘텐츠를 단속해 신고하고 콘텐츠 노출을 중단시키고자 노력한다. 콘텐츠 불법 유통에 활용되는 플랫폼이 저작권자인 작가가 직접 신고하면 콘텐츠 노출을 중단해주는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수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임을 입증하지 못해 피해를 방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웹툰계에서 불공정 저작권 계약 문제까지 겹치면서다.

틱톡 / IT조선DB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웹툰이 해외 독자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이를 불법 번역해 공유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활용된다. 텔레그램과 같은 비공개 대화방에서 ‘웹툰방'을 운영하면서 해외 불법 독자가 웹툰을 무단 번역해 도용해 공유하는 방식도 있다. 이같은 비공개 SNS는 작가들 조차 쉽게 파악할 수 없어 독자가 공유하지 않는 한 신고 조차 쉽지 않다.

최근에는 짧은 영상 중심 콘텐츠 플랫폼 틱톡에서 웹툰을 불법으로 영상화해 유통시키는 기발한 방식마저 등장했다. 불법 유통을 하는 이들은 유료 웹툰을 회차별로 캡쳐한 뒤, 여기에 BGM을 입혔다.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재생된다. 해시태그에는 관련 작품이 쉽게 검색되도록 이름을 버젓이 올려두는 경우도 흔하다.

웹툰 작가들은 "불법 웹툰 유통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까다로운 ‘저작권자’ 입증 과정…국내 불공정 계약이 이유

일부 작가는 이같은 해외 플랫폼에 직접 신고해 게시중단(NOTICE AND TAKEDOWN)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일일히 대응하고 있다. 국내 형사절차를 밟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문체부는 피해 작가들과 직접 만나 웹툰 수사 계획을 공유한 상태다. 그러나 서버와 운영자의 국적 서비스 지역 등이 다른 경우가 허다해 빠른 검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해외 플랫폼의 경우 신고자가 해당 웹툰의 저작권자라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게시물을 내려주는 절차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작가들은 이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서유경 아티스 변호사는 "필명으로만 활동하는 작가가 자신의 저작권 보유 여부를 입증하는 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별로 요청하는 입증 서류가 제각각이라는 점도 신고절차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다. 이는 각 SNS 플랫폼이 명시한 약관에 따라 규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재 확인 서류를 제출해야 할 경우, 필명과 실명의 일치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저작권이 작가에게 있다는 것을 명시한 영문으로 번역해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여기에 작가 본인도 눈치채기 어려운, 불공정 계약이 늘고 있다는 점은 웹툰 작가를 더욱 힘들게 한다. 에이전시(출판사)등이 저작재산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을 교묘한 방식으로 가져가는식의 불공정 계약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작가의 저작권 입증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된다.

웹툰 작가 A는 "페이스북에 10회에 걸쳐 연재 사실 입증 서류를 보내고 나서야, 해당 게시물 중단 요청이 겨우 받아 들여졌다"고 말했다. 그는 "불공정한 저작권 계약을 체결한 작가의 경우는 해외 플랫폼에 작가 자신이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단 것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인임을 밝히기 위해 웹툰을 그리는 사진을 제출한 경우도 있다. B 작가는 "웹툰을 그리는 작업을 영상으로 찍어 보낸 후에야 불법 게시물을 내려줬다"며 "정식 연재처 외 타 플랫폼에 작품을 송고하는 셈으로 또 다른 유출 경로가 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국내 웹툰 작가들은 해당 불법 웹툰이 삭제되더라도 이는 임시조치에 불과하다고 우려한다. 누군가가 불법 유통된 콘텐츠를 새 게시물로 올리면 이같은 대응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불법 웹툰 노출 문제를 포기하는 작가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C 작가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많은 동료 작가들이 지친 상태다"라고 토로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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