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실 듯 하다. 2020년 봄 한 예능프로에서 ‘1일1깡’이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급기야 ‘깡 신드롬’을 일으킨 가수 비, 정지훈 얘기다. 그런데 당시 ‘깡 열풍’의 여파는 뜬금 제과업계로 튀었다. 한 식품업체 스낵류 제품명에 유독 ‘깡’이라는 접미어가 많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1일1깡>과 <1일3깡>을 상표 출원하는 것은 물론, 해당 연예인을 모델로 한 자사 스낵류 CF를 촬영하기도 했다. 해당 상표는 최근 특허청으로부터 ‘식별력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 결정’이 났지만, 이같은 IP(지식재산권) 확보 움직임 자체가 당시 제품 마케팅엔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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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출원이 거절된 1일3깡 / 키프리스
특허출원이 거절된 1일3깡 / 키프리스
넷플릭스가 놓친 한가지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은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 오리지널 시리즈의 제작사인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이란 상표를 이미 방영 2년 전인 지난 2019년 8월 출원, 이듬해인 2020년 10월 등록까지 마쳤다. 그로부터 1년 뒤에야, 같은 이름의 드라마가 넷플릭스 라인을 타고 전세계를 강타했다.


 / 특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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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프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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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초 출원 당시 작성된 공보를 보면, 지정상품이 ‘제41류’, 즉 연예오락업이나 온라인 제공업 등에만 한정돼 있다. 현재 글로벌 인기를 구가중인 드라마 속 녹색 츄리닝이나 달고나 세트, 진행요원 인형 등에는 해당 상표권을 행사할 수 없단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지정상품을 부랴부랴 기존 1개류에서 총 7개류로 늘려 상표를 재출원했다. 하마터면, 이른바 ‘오징어 게임 굿즈’ 열풍 효과를, 앉은 자리에서 보고만 있을 뻔 했다.

명민한 BTS

반면, 방탄소년단은 IP 포트폴리오 구축에 있어서도 수준급 실력을 뽐낸다. BTS 소속사 하이브는, 이들이 공식 데뷔한 2013년 6월보다 2년이나 앞선 2011년 3월 이미 <방탄소년단>이란 상표를 출원해놓고 있다, 그것도 거의 전업종에 걸쳐 전방위적이다. 하이브는 최근 팬클럽명 <Army>도 상표로 등록하는 등 BTS 관련 출원 상표권 수만 무려 605건에 달할 정도로 IP전략에 치밀하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는 실적이 말해준다. 2021년 3분기 하이브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410억 원과 656억 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치다. 실적 상승을 견인한 건 BTS 등 주요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한 MD, 즉 각종 기획상품 판매와 라이센싱 부문 성장였다. IP 기반 매출로만, 전분기 대비 무려 53% 증가한 767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소위 ‘아이돌 굿즈’의 권리 보호를 위한 상표권 적용 범위는 기존의 단순 상표도안 수준을 넘어, 각 멤버별 케리커쳐와 티셔츠·모자 등 각종 팬시용품, 응원 경광봉 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워지고 있다.

특허로 출원된 BTS / 키프리스
특허로 출원된 BTS / 키프리스
상표로 등록된 BTS 멤버 정국 이미지 / 키프리스
상표로 등록된 BTS 멤버 정국 이미지 / 키프리스

디자인 등록이 완료된 BTS 티셔츠 / 키프리스
디자인 등록이 완료된 BTS 티셔츠 / 키프리스
디자인 등록이 완료된 BTS 모자 부분 디자인 / 키프리스
디자인 등록이 완료된 BTS 모자 부분 디자인 / 키프리스
디자인 등록이 완료된 응원도구 부분 디자인 / 키프리스
디자인 등록이 완료된 응원도구 부분 디자인 / 키프리스
애플 vs 애플

‘애플’하면 지난 1976년 스티브 잡스가 창업한,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사(Apple Inc)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미 그보다 앞서 똑같이 사과 모양 로고의 애플이란 기업이 버젓이 존재해 있었다. 바로 비틀즈가 1968년 영국에 설립한 음반회사 애플사(Apple Corps)다.

예상대로 양측은 ‘애플’이란 상표를 두고 분쟁을 거듭한다. 처음에는 양측이 사업영역이 전자제품과 음반시장으로 뚜렷히 갈려, 잡스가 비틀즈 측에 8만 달러를 지불하는 선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 애플컴퓨터에 음악 녹음 및 재생 기능이 하나둘 추가되고, 급기야 ‘아이튠스’라는 MP3 플레이어가 출시되면서, 양측은 다시 한번 맞붙게 된다. 결국 2007년 비틀즈는 5억달러, 우리돈 5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양도금을 챙긴 뒤, 해당 상표권을 스티브 잡스에게 넘긴다. 이렇게 받은 비즈틀의 애플(Apple corps)을, 스티브 잡스는 바로 소각 처리해버렸다. 이게 바로 우리가 아는 그 애플 상표권(Apple Inc)만 지구상에 남게 된 사연이다.

애플 상표권 양도 양수 내역을 안내하는 자료 / USPTO
애플 상표권 양도 양수 내역을 안내하는 자료 / USPTO
엔터 업계 상표권, 인격권에서 ‘재산권’으로 진화

앞서 비틀즈 사례에서 봤듯, 과거에는 그룹명과 같은 연예인 이름이나 소속사명 등에 대한 상표권 등록은 그저 ‘인격권적 권리’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상품 출처를 나타내는 브랜드로서 상당한 재산적 가치를 지닌 권리로 그 인식이 바뀌고 있는 추세다.

IP로 중무장한 K-엔터는 해당 기업의 캐시카우 기능은 물론, 국가브랜드 파워를 높이는데 이르기까지 갈수록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경동 IP컬럼리스트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유경동 IP컬럼리스트는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매체 IP노믹스 초대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다. EBS 비즈니스 리뷰(EBR)와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이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글로벌 AI특허 동향 △특허로 본 미래기술, 미래산업 등이 있다.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 英 IAM 선정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꼽혔다. ㈜ICTK홀딩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