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거래재개 기로에 선 ‘신라젠’…가슴 졸이는 주주들

입력 2022.01.18 06:00

최대주주의 횡령·배임 혐의로 2년 동안 거래가 정지된 신라젠의 운명이 18일 결정될 전망이다.

그동안 재무구조와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는 점에서 주식거래의 재개에 대한 희망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일각에서는 증시 퇴출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한국거래소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상원 신라젠 대표 / 신라젠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18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로부터 거래재개 여부를 심사받는다. 기업심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신라젠 주식의 ▲거래재개 ▲상장폐지 ▲속개 여부 등 3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결정하게 된다. 17만명 신라젠 소액주주들의 이목이 이날 기심위 결정에 쏠리고 있다.

앞서 신라젠은 2020년 5월 4일,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같은 해 6월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하고 이후 8월, 11월에 기심위를 진행해 신라젠에 1년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업계 내에서는 최악의 경우 신라젠의 사회적 이슈에 부담감을 느낀 기심위가 시장위원회로 결정을 떠넘기고자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기심위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시장위원회에서 다시 심사한다. 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론이 나오면 회사는 이의제기할 수 있고, 다시 시장위원회에서 최종적인 상장폐지 결정을 하게 된다.

반면, 기술특례로 상장한 신라젠이 본업인 연구개발 활동을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는 만큼 거래재개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경영진과는 다른 경영진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범한화 계열로 분류된 엠투엔이 실질적인 운영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젠 최대주주 엠투엔의 서홍민 회장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처남으로 알려져 있다. / 엠투엔
엠투엔은 2021년 5월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400억원의 자본금을 유치했다. 엠투엔의 주력 사업은 철강제품 제조업이며, 주요 계열사로 대부업체인 리드코프가 있다. 특히 서홍민 엠투엔 회장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처남이다.

엠투엔이 최대주주로 있는 화정에서 1000억원을 유치했다. 엠투엔의 투자금 보호예수기간은 3년으로 임상 결과 이전 자금이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다.

현재 신라젠은 미국 리제네론과 항암바이러스 ‘펙사벡’ 신장암 대상 임상2a상을 추진 중이다. 기존 면역관문억제제(ICI)에 불응한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리제네론의 '리브타요(세미플리맙)'를 병용 투여하는 내용이다. 회사 측은 한국과 미국, 호주 등 17개국에서 진행하는 임상 환자 등록이 1월 중 완료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중국 리스팜과는 흑색종 치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 임상은 리스팜의 면역관문억제제(ICI)인 소카졸리맙과 신라젠의 펙사벡을 병용하는 것으로 최근 첫 환자 투약을 마쳤다. 암젠의 흑색종치료제 임리직 개발자로 유명한 하워드 카프만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가 신라젠의 과학자문위원회(SAB)에 참여해 진행 중이다.

이밖에 신규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기술 ‘SJ-600’도 갖고 있다. 이 플랫폼 기술은 항암 바이러스를 정맥으로 주사했을 때 효능을 높이는 방법으로, 항암 바이러스를 활용한 최초의 기술이다. 신라젠은 전임상 이후 기술수출을 목표 하고 있다.

신라젠 측은 "코로나 사태와 같은 변수만 없다면 신장암은 2023년, 흑색종은 2025년 전후로 임상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래 재개가 되면 신라젠은 해당 임상이 끝날때까지 지속적인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해당 임상들의 진행 상황을 ‘개선점’으로 판단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만약 거래소가 이번에도 결정을 미루게 되면 애꿎은 소액주주들만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선대위 산하 '자본시장 대전환 위원회'에게 ‘신라젠 코스닥 거래정지 해제 요청서’를 전달했다.

주주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신라젠은 한국거래소에서 요구한 개선사항 3가지를 모두 완료했다"며 "기업심사위원회가 거래재개 결정을 고심할 이유도, 부담을 느낄 필요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지켜보기 위해 주주연합은 18일 한국거래소 앞 거래재개 촉구 집회를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허락하는 규모 내에서 최대로 진행할 것이다"며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약속대로 18일 거래재개를 결정해달라"고 강조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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