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투자증권 순익 전년비 80% 급감 등 증권업 된서리

올해 1분기 금융시장 시황 악화로 증권업계가 불안한 출발을 보인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지렛대로 이용, 실적 부진의 방어막으로 삼은 증권사도 있어 눈길을 끈다.

18일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20개 증권사 중 12월 결산법인인 19개 증권사는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평균 35.97% 감소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IBK투자증권은 전년 동기(250억원) 대비 78.94% 감소한 53억원을 기록하면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어 유안타증권(-72.63%), NH투자증권(-60.26%), 이베스트투자증권(-54.72%), 유진투자증권(-52.57%) 등도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실적을 냈다.

메리츠증권과 BNK투자증권만이 증가한 순이익을 보였다. 메리츠증권은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2824억원으로 전년 동기(2117억원) 대비 33.41% 늘었다. BNK투자증권도 전년 동기(315억원) 대비 9.57% 증가한 3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부동산PF에서의 호실적이 이들 증권사의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금융 부문은 1분기 순영업수익 기준 21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5%, 전분기 대비 103.6% 증가했다. 기존 강점이 있는 부동산금융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금융자문 등을 통해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권사들은 주식시장 하락 및 채권금리 급등 등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이익축소 우려가 크다"며 "메리츠증권은 수탁수수료 비중이 크지 않고 부동산PF의 높은 경쟁력, 해외 부실자산 추가 환입 가능성 등으로 전년도 최대실적과 유사한 지배주주순이익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BNK투자증권의 실적 상승 원인으로도 부동산PF 영향이 지목됐다. 채무보증관련수수료는 전체 수수료수익(768억원)의 절반이 넘는 473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20억원) 대비 2319%나 급증한 수치다.

사명을 변경한 다올투자증권도 분기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5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6% 증가한 675억원을 기록했다.

다올투자증권도 이번 호실적의 이유로 꾸준한 부동산PF 부문 강화를 꼽았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부동산PF 부문 강화를 중심으로 한 IB부문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기존 15개였던 팀을 25개로 늘렸고 투자금융본부와 종합투자본부를 부문으로 승격시켰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IB 딜 건수가 전 분기 대비 22% 증가했고 수수료가 10억원 이상인 우량 딜도 전 분기 대비 89% 늘었다"며 "2018년부터 부동산금융 부문을 강화를 해 왔고 딜 역량과 건수가 늘고 경험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증권사들의 올해 사업계획을 검토한 결과 대부분이 IB·부동산금융·PI 등(이하 IB 부문)을 실적 유지 및 개선의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증권사들은 금리인상으로 초래된 투자중개, 자기매매 및 운용 등의 사업부문의 수익 규모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IB 부문에서 공격적인 영업과 위험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에 대한 수요와 이를 통한 증권사의 성장 계획을 감안할 때, IB 부문의 주요 영업은 부동산금융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사의 IB부문 확대는 부동산 관련 위험 익스포져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업권의 위험 추구 성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추세로 관련 영업을 확대하는 회사의 경우 충분한 리스크관리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