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PC 모니터 시장에 다시금 대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한동안 23~27인치에 머물러 있던 일반 소비자용 모니터가 30인치 이상으로 몸집을 키울 태세다.

 

현재 국내 모니터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모니터는 24인치 크기의 제품이다. 나아가 최근에는 27인치 모니터의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올 상반기 모니터 크기별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24인치 다음으로 인기 있었던 23인치를 제치고 27인치 모니터가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2014년 상반기 크기별 모니터 판매량 점유율(자료= 다나와)

 

또한 30인치 이상 모니터는 아직 제품군이 다양하지 못해 절대적인 판매량에 있어서는 뒤처지지만,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다나와의 전체 모니터 판매량에서 30인치 이상 모니터의 점유율은 약 2.67%에 불과했으나, 7월 들어서는 7%까지 상승했다. 반면 23인치 모니터는 같은 기간 동안 22.38%에서 18.31%까지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23인치 이하 크기의 모니터 수요가 27인치 이상 크기의 모니터로 고스란히 옮겨간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이 모니터가 다시 커지고 있는 배경으로 풀 HD를 넘어 QHD 이상의 고해상도 제품들의 선전을 꼽는다. QHD는 2560×1440 해상도로 풀 HD의 1920×1080보다 가로와 세로 모두 1.34배 많은 픽셀을 표시할 수 있어, 동일한 크기의 모니터에서 더 많은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QHD 모니터는 주로 27인치 크기에 머물러 있어 사용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해상도가 대폭 높아진 탓에 27인치 모니터에서도 웹서핑이나 문서 작성 시 글자 크기가 지나치게 작게 표시되기 때문이다. 결국 QHD 모니터를 일상에서 무리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인치 이상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현재 다나와에서 판매되고 있는 30인치 이상 크기의 모니터를 살펴보면, 인기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제품들 중 상당수가 QHD 모니터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은 다소 한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32인치 QHD 패널 보급에 숨통이 트이면, 향후 더 많은 제조사들의 제품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현재 다나와의 30인치 이상 모니터 카테고리 인기순위 현황

 

고해상도 모니터가 일반 사용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면, PC방을 중심으로는 27~32인치 고급 모니터와 32~39인치에 이르는 대형 모니터로 양분화되는 추세다. 고해상도 모니터로 프리미엄을 강조하거나, 아예 더 큰 모니터로 차별화를 꾀하는 식이다. 나아가 PC방을 타깃으로 한 40인치대 제품까지 등장하고 있어 모니터의 대형화 흐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TV 방송의 대중화로 모니터와 TV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도 모니터의 크기를 키우는 하나의 요인이다. 대부분의 디지털 TV 셋톱박스가 HDMI를 지원하고, 모니터 또한 최근에는 HDMI 포트 탑재가 일반화되면서 TV 용도로 모니터를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PC 사용 시에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모니터를 설치하는 것과는 달리, TV 용도로는 일정 거리를 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화면 크기가 큰 제품이 선호된다.

 

여기에 일부 제조사들은 모니터 자체 리모컨은 물론, 셋톱박스 전원 조작에 의해 모니터가 켜지거나 절전모드로 전환되는 기능 등을 모니터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모니터의 크기가 커지면서 PC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주변기기들과의 호환성도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4K UHD 이슈로 인해 더 큰 크기의 고해상도 모니터 수요가 발생하는 한편, 풀 HD 모니터는 이제 가격 외에는 차별화 요소가 없기 때문에 더 큰 크기로 승부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모니터를 PC뿐만 아니라 일반 가전제품처럼 여기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30인치 이상 모니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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