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최근 주변기기 시장의 화두는 ‘무선’이다. 스마트폰이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고, 컴퓨팅의 트렌드가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감에 따라 선에 얽매이지 않고 무선으로 보다 편리하게 사용 가능한 주변기기들이 뜨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블루투스’가 있다.

블루투스를 활용한 주변기기는 그동안 많은 제품들이 있었으나, 일반 대중에게 결정적인 역할은 한 것은 단연 ‘셀카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셀카’로, 전 세계적으로는 ‘셀피(Selfie)’ 트렌트로 확산되면서 셀카봉은 가장 대표적인 스마트폰 주변기기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특허청에 따르면 셀카봉 기술 관련 특허 출원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2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지난 달까지 8건이 출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3년간의 셀카봉 관련 특허 출원 건수의 2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실상 셀카봉 자체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봉에 연결한 단순한 구조에 불과하지만, 그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블루투스다. 셀카봉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블루투스로 연결된 셔터를 조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마트폰 자체의 타이머 기능이나 제스처 기능을 활용해 별도의 셔터 없이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의 특성상 셔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셀카봉에 따라서는 이 셔터 기능을 봉 자체에 내장한 제품들도 있다.

셀카봉 열풍은 셔터를 비롯한 블루투스 주변기기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셀카봉 열풍은 셔터를 비롯한 블루투스 주변기기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셀카봉 등장 이전의 블루투스 주변기기들은 어딘지 얼리어답터들이나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일반적으로 블루투스에 대한 가장 큰 거부감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배터리를 빨리 소모하게 하는 주범이라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했다. 블루투스 주변기기를 사용할 때마다 블루투스 기능을 활성화해주고, 사용 후 끄는 과정도 여간 귀찮게 여겨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블루투스는 버전 4.0에 이르러 전력 소비가 대폭 개선됐다. 블루투스 기술표준화 단체 블루투스SIG는 앞서 블루투스 3.0에서는 전송 속도를 높이는데 집중한 반면, 블루투스 4.0에서는 전력 소모량 감소에 초점을 두고 ‘블루투스 스마트’를 표방, 기존 대비 전력 소비를 최대 90%까지 줄였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의 경우 블루투스 4.0을 지원하기 때문에 구형 모델 사용자가 아니라면 배터리 소모를 크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단, 일부 블루투스 주변기기들은 여전히 2.0대의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도 있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에 민감한 사용자들이라면 블루투스 버전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블루투스 주변기기의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대중화된 제품으로는 포터블 스피커와 헤드셋을 빼놓을 수 없다. 대개 한 번 충전으로 10시간 내외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야간에 충전해두고 낮 시간 동안 활동하면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넥밴드 타입의 헤드셋을 목에 걸고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오면 바로 통화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곧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로 대변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열풍으로도 이어진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특성상 끊임없이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에 저전력 블루투스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향후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등장하면 블루투스 기술과 결합한 더 많은 활용도가 모색될 전망이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O2O(Online to Offline) 마케팅 시장도 블루투스 기술을 핵심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용자가 매장에 근접하면 비콘(Beacon)으로 불리는 매장 내 기기가 사전에 동의를 얻은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블루투스로 연결돼 자동으로 고객에게 최적화된 마케팅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를 고객이 쿠폰을 찾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쿠폰이 고객을 따라다닌다는 비유로 연결시키기도 한다.

한편, 최근 기술 사양이 공개된 블루투스 4.2에서는 블루투스 스마트 패킷 용량 증가로 더 빠른 전송 속도를 구현하고, 더 향상된 개인정보보호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제품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가오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신기술 적용 속도는 한층 가속될 전망이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