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용석] 2016년 PC 분야의 핫 아이템 중 하나로 ‘2in1’을 들 수 있다. 특히 그동안 휴대용 노트북 시장을 주도해온 초슬림·초경량 ‘울트라북’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2in1이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PC의 발전 방향은 ‘양극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필요한 만큼의 최소 기능만 갖춘 ‘가벼운 PC’와 게임이나 전문 작업용으로 아예 처음부터 일반 용도와는 차별화된 고성능의 ‘무거운 PC’로 갈린 것이다. 이는 간단한 인터넷 검색이나 메일 및 메시지 송수신, 멀티미디어 콘텐츠 감상, 가벼운 앱 실행 등의 일반적인 분야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대체재로 떠오른 것의 영향이다.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울트라북’으로 대표되는 초슬림·초경량 노트북은 무리한 성능 향상보다는 휴대성과 배터리 효율을 더욱 높이는 데 주력하는 반면,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은 어느새 데스크톱과 대등한 수준의 강력한 하드웨어와 성능으로 무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in1 노트북 '서피스 북'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의 2in1 노트북 '서피스 북' (사진=마이크로소프트)
 

그런데 초슬림·초경량 노트북의 경우 키보드가 딸린 형태로는 휴대성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노트북이 얇고 가벼워지더라도 그것은 가방 속에 있을 때의 얘기다. 길거리에서 손에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아무리 얇고 가볍더라도 키보드가 붙어있으면 부피가 커지기 때문에 태블릿처럼 손으로 들고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물론 태블릿도 만능은 아니다. 지난 2~3년 사이에 태블릿 디바이스 시장은 정체의 늪에 빠졌다. ‘아이패드’ 시리즈로 본격적인 태블릿 시대를 연 애플마저도 계속되는 태블릿 판매량의 감소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다른 태블릿 제조사들의 경우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이는 태블릿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처음부터 태블릿은 ‘콘텐츠 소비’용 기기로 만들어졌다. 직관적이라 빠르고 간편하기는 하지만 정밀한 작업은 어려운 터치 인터페이스와, 임시로 사용할 수는 있어도 물리적인 키보드에 비해 입력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가상 키보드로는 노트북을 포함한 기존 PC 수준의 ‘생산성’까지 제공하는 것은 무리였다.

어디든지 들고 다닐 수 있는 높은 이동성과 인터넷과 메시징 서비스, 멀티미디어 콘텐츠, 가벼운 앱 등을 통해 PC가 하던 역할을 어느 정도 가져오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PC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것이다. 용도가 한정되면서 하드웨어 성능 향상의 필요성 또한 줄어들었고, 이는 신규 태블릿의 구매 또는 교체 수요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 와중에 떠오른 것이 태블릿과 노트북의 하이브리드 제품인 ‘2in1’이다. 임의로 화면과 키보드를 분리하거나 결합할 수 있는 노트북을 의미하는 2in1은 사실 태블릿의 대두에 맞서 PC 업계가 대안으로 내세운 임시방편이었다.

그러나 태블릿의 단점이 가시화되고 시장이 정체되면서 궁여지책에 불과했던 2in1의 하이브리드 방식은 오히려 득이 됐다. 상황에 맞춰 태블릿과 동급의 휴대성과 편리함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기존 태블릿에 부족했던 ‘생산성’까지 동시에 갖춤으로써 PC와 태블릿의 장점을 한데 모은 기기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PC 시장을 주도하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시장의 미래를 2in1에서 보고 있다. 인텔은 ‘스카이레이크’ 기반 6세대 코어 프로세서 제품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컴퓨팅’을 강조하며 2in1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접 행동으로 옮겼다. 일단은 태블릿 PC지만 실제로는 2in1이나 다름없던 ‘서피스(Surface)’ 시리즈의 판매량을 늘려가는 한편, 아예 진짜 2in1 노트북인 ‘서피스 북(Surface Book)’을 선보였다. 태블릿과 PC 모두를 감당할 수 있는 윈도 10 운영체제까지 담아냄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in1을 주목하고 있음을 더욱 확실히 증명했다.

애플이 내놓은 ‘아이패드 프로(iPad Pro)’도 단순 콘텐츠 소비 기기로서의 태블릿은 한계가 있음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서드파티 업체들의 옵션으로만 존재했던 키보드와 스타일러스 펜이 기본 옵션으로 채택되어 제공된다는 것만으로도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와는 노선이 확실히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한 것은 기존의 휴대용 노트북과 태블릿의 한계가 명확해졌으며, 2in1은 현 시점에서 그 양쪽의 아쉬움을 동시에 달래줄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2016년 2in1 시장의 약진과 확대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