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둑을 잘 못둔다. 저는 철학 전공자이지만 인공지능 쪽에 관심을 많이 가져왔다. 제가 주의깊게 본건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상당히 많은 공포와 경악이 이어졌다. 이들에게 공포의 본성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그 정체가 분명치 않다. 사람마다 대답하는 것도 다르고, 영화 터미네이터를 염두에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인공지능은 인간을 돕기위한 산업적 목적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세돌보다 바둑을 더 잘두는 알파고가 만들어졌으면 일단 잔치를 벌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던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은 ‘인간승리’로 봐야 할테지만, 반대로 공포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운 것 같다.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것이 얼마만큼 가능한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됐고, 실체가 있는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알파고가 던지는 의미는 인간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재정립에 대한 신호를 줬다. 어떤 문제를 암기하고 풀어내는 것에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알파고는 어떤 정보를 받아서 최상의 결정을 내리는 일이 더이상 인간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준다.

창의성 개념이 재정립 돼야 할 것 같다. 인간이 해야할 미래지향적인 역할은 무엇인가. 인간의 마음과 같은 것이 인공지능으로 구현될 수 있는가. 구현 불가능하다면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인간 감정의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그러한 ‘마인드’를 공부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굉장히 좋은 공부거리였다. 막연했던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한동희 기자 dwis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