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이 2년간 교섭 끝에 망 사용료 협상을 완료하면서 구글, 넷플릭스 등 다른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도 언제쯤 망 사용료를 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통신사는 이번 페이스북과의 계약 선례가 향후 구글·넷플릭스 등과 협상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인다.

망 사용료는 CP가 통신사 망을 활용해 콘텐츠를 전송한 대가로 내는 비용이다. 페이스북·넷플릭스·구글 등 글로벌 CP는 그동안 국내 통신사에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켰지만, 캐시서버 구축·운영비 등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아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8일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는 그동안 통신 가입자로부터 이용료를 받고 있는 통신업체에 속도 등 인터넷 품질 유지 의무를 떠넘겼다"며 "이번 페이스북의 결정은 구글, 넷플릭스에도 참고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 /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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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 간 망 사용료 협상이 타결됐다. 이를 시작으로 KT와 페이스북 간 개별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페이스북과의 망 사용료 계약이 2018년 7월 만기됐지만 재협상이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

페이스북은 앞서 KT에 캐시서버를 두고 매년 100억~200억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냈다. 하지만 2016년 통신 정책 변경으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KT 캐시서버 활용이 어려워졌고, 캐시서버 구축 등 망 사용료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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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넷플릭스 망 사용료 협상 전례 잘 활용해야"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넷플릭스 접속 지연 및 화질이 떨어진다는 고객 항의가 빗발치자 넷플릭스에 쓰이는 해외망 회선 용량을 50Gbps에서 100Gbps로 2배 증설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에 캐시서버 구축·운영 비용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008년 국내에 진출한 구글은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국내에 캐시서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망 사용료를 낸적 없다는 이유를 대며 지불을 거부한다.

통신업계는 협상에서 넷플릭스, 구글과 타 글로벌 통신사의 협상 전례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프랑스 1위 통신사 오렌지와 미국 2위 인터넷 사업자 컴캐스트 등은 구글·넷플릭스와 협상에 성공해 망 사용료를 받고 있다.

구글은 2012년 오렌지에 데이터트래픽 부담을 덜기 위한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추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오렌지는 이를 거부했고 구글은 결국 자사 서버와 오렌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망 사용료를 납부했다. 오렌지는 넷플릭스와 협상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 망 이용료를 받아냈다.

넷플릭스는 2013년 9월부터 풀HD 콘텐츠 서비스를 확대·제공하며 미 대형 통신사에 망 사용료 무료화를 유도했다. 캐시서버 또는 유사 역할을 하는 콘텐츠전송장비(CDN) 서버와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넷플릭스가 부담하되, CDN과 연결되는 통신사 네트워크와는 무정산 계약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컴캐스트는 풀HD 콘텐츠 전송속도 저하를 감수하며 4개월간 협상을 지속했고, 2014년 2월 CDN을 직접 연결해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SK브로드밴드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에 캐시서버 구축 관련 협상 요청을 해도 넷플릭스는 그동안 망 사용료를 내지 않은 구글 사례를 들며 대응하지 않았다"며 "향후 넷플릭스, 구글과 협상에서는 페이스북과 협상 모델을 강조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망 사용료 계약으로 글로벌 CP와 국내 사업자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업계는 그동안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해왔다.

네이버의 경우 연간 734억원, 카카오는 200억~300억원쯤의 망 사용료를 국내 통신사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