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업계는 수요 부진·판매량 하락 등 업황 악화,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캐논은 오히려 미래를 내다본다. 신제품을 앞세워 곧 열릴 고부가가치 ‘UHD’ 시장을 선점할 각오다.

캐논은 20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시네마 카메라 EOS C300마크III와 시네마 렌즈 두 개, 35㎜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의 동영상 촬영 기능이 이날 밝혀졌다.

전문 영상 업계 노린 EOS C300마크III, 하이 아마추어와 신진 사용자 겨냥한 EOS R5

캐논이 발표한 EOS C300마크III는 영화, 방송, 뉴스 등 전문 영상 촬영 특화 시네마 카메라다. 특징은 본체에 모듈을 장착, 성능을 개량하거나 바꿀 수 있는 ‘모듈형 설계’다.

시네마 렌즈 마운트 모듈을 부착해 기본 EF 렌즈 외에 PL 마운트 렌즈를 사용하거나, 배터리 모듈을 장착해 촬영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드론 모듈과 결합해 하늘에서 4K UHD 사진, 영상을 담는 기능도 가졌다. 앞서 판매된 캐논 EOS C500마크II의 액세서리도 장착할 수 있다.

UHD 시장을 노리는 제품답게, 캐논 EOS C300마크III는 슈퍼35㎜ 규격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4K 120p, 풀 HD 180p 영상을 담는다. 비압축 시네마RAW는 물론, 저용량 시네마RAW를 새로 탑재해 편집 작업 시간을 줄인다.

캐논이 공개한 UHD 영상 특화 신제품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캐논이 공개한 UHD 영상 특화 신제품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캐논 EOS C300마크III가 전문가, 영화·드라마 등 상업용 UHD 콘텐츠 제작을 도울 기기라면, EOS R5는 영상 크리에이터와 1인 미디어 운영자, 하이 아마추어 사진·영상 촬영가를 UHD 시장으로 이끌 기기다.

35㎜ 이미지 센서의 모든 영역을 활용해 8K 30p, 4K 120p 영상을 담는다. 화면을 누른 곳으로 초점을 부드럽게 이동하는 듀얼픽셀 CMOS 자동 초점도 돋보인다. 센서 시프트식 흔들림 보정 기능은 렌즈 흔들림 보정 기능과 함께 동작한다. 걷거나 뛰면서 영상을 찍을 때 흔들림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캐논, 고부가가치·유망 산업 UHD 영상 시장 공략 가속화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0년 이후 광학 업계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카메라 시장이 포화돼 수요가 거의 늘지 않았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기존 수요 상당수를 스마트폰에 빼앗겼다. 스마트폰의 휴대성과 편의에 맞서 광학 업계는 고화질·성능을 강조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캐논은 새 경쟁력으로 ‘UHD 영상’을 낙점했다. 사진보다 영상이 더 큰 영향력 및 부가가치를 갖게 된 오늘날, 고화질 영상 시장을 선점해 시장 지위와 매출 두마리 토끼를 거머쥔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을 위해 캐논은 전문가용 시네마 카메라 시장을 꾸준히 공략했다. 시네마 EOS 브랜드 카메라를 내세워서다. 신제품 캐논 EOS C300마크III는 모듈형으로 설계돼 이전 제품의 액세서리를 장착할 수 있다. 가격도 본체 1만1000달러(1353만원)로, 기존 시네마 카메라보다 저렴하다.

5G를 포함한 초고속 통신망, 8K TV와 OTT 등 8K UHD 영상 콘텐츠를 다룰 여건이 마련되자, 캐논은 8K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중소규모 콘텐츠 제작사와 하이 아마추어 영상 작업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다.

유튜브는 2015년부터 8K 동영상 재생 기능을 지원했다. UHD TV 제조사도 2018년 이후 주요 제품에 유튜브 8K 동영상 재생 기능을 넣었다. 반면, 8K 동영상을 찍을 기기는 극소수다. 고가 시네마 카메라, 삼성전자 갤럭시S20울트라와 샤프 아쿠오스R5 등 일부 스마트폰 뿐이다.

캐논은 EOS R5를 시네마 카메라보다 싼, 스마트폰을 압도하는 고화질·성능 8K 동영상 촬영 기기로 소개한다. 과거 캐논 파워샷 시리즈로 하이엔드 카메라 시대를, EOS 300D로 DSLR 카메라 시대를 연 것처럼, EOS R5로 ‘8K 동영상 카메라 시대’를 열 각오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관계자는 "고화질 영상 촬영 기능이 필수인 영화와 TV 드라마, 기동성 위주 뉴스와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영상 제작 환경을 지원, 영상 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