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2년만에 매출 5배 이상 늘어

현대백화점이 라이브커머스 3년만인 2021년 목표로 1000억원의 매출을 내걸었다. 2020년에는 3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백화점업계 1, 2위를 다투는 신세계와 롯데는 현대백화점보다 뒤늦게 시장에 진출하는 등 속도면에서 느리다. 증권가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1년 3조원에서 2023년에는 10조원으로 증가한다. 신세계와 롯데는 현대백화점의 공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2018년 11월 현대홈쇼핑의 ‘쇼핑라이브' 코너를 통해 라이브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백화점 업계 중에서 가장 빨리 신유통 방식에 손을 댔다.

현대홈쇼핑의 2020년 라이브커머스 매출은 2년전 론칭 시점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어난 285억원을 기록했고, 방송 1회당 매출은 평균 3000만원 수준이다. 2019년 평균 매출인 1500만원과 비교해 2배 늘었다. 방송 1회당 시청자 수는 평균 2만~3만명으로 이 역시 2019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20년에 걸친 TV홈쇼핑 노하우가 라이브커머스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쇼핑라이브 방송. / 현대백화점
쇼핑라이브 방송. / 현대백화점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홈쇼핑 라이브커머스 중 패션 상품 판매량은 목표치 대비 평균 50% 이상이며, 레고 판매 방송의 경우 목표치에 가깝게 판매되는 등 MZ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 사이에 인기가 높다"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30년 매출 4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내용의 ‘비전 2030’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신수종 사업에 진출해 10년 뒤 그룹 매출 규모를 현재의 2배 수준인 40조원대로 키우겠다는 내용이다. 그룹의 중장기 사업계획에는 e커머스 경쟁력 강화와 라이브커머스 사업 확대 방침도 포함됐다. 올해 인력 확대와 콘텐츠 강화를 통해 라이브커머스 사업 매출 1000억원 달성에 나선다.

유통업계는 라이브커머스의 인기 요인으로 ‘비대면’ 트렌드와 ‘새로운 쇼핑 경험’을 꼽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쇼핑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보니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과 온라인몰 장점을 결합한 라이브 커머스가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며 "라이브 커머스는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은 물론 방송을 통해 재미를 더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Z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쇼핑 선호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라이브커머스는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유통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 업계 수위를 다투는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현대백화점에 비해 뒤늦게 라이브커머스 사업에 진출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현대백화점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

롯데백화점은 2019년 12월 자체 라이브커머스 방송인 ‘100라이브(Live)’를 출범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방송횟수를 기존 월 30회에서 300회로 10배 늘린다. 대표 코너는 매주 수요일 특산물 산지와 지역 맛집 방문으로 현장감과 재미를 제공하는 '생생라방'이다.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은 이보다 늦은 2020년 7월 라이브커머스 ‘온 라이브(ON LIVE)’를 론칭했다. 롯데온 앱과 인스타그램 롯데온 공식 계정에서 시청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롭스 등 상품을 소개한다.

신세계는 2020년 9월 ‘신세계TV쇼핑라이브'를 선보였다. 쇼핑라이브와 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와 연계된 것이 특징이다. SSG닷컴은 같은 해 10월 ‘쓱라이브'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같은해 12월 자체 방송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기존 콘텐츠에 유튜버 등 패널 섭외로 예능 요소를 추가하고, 산지 방문 등을 통해 생동감을 주는 라이브 방송을 선보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